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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슬근슬근 자급자족, 슬렁슬렁 보물찾기

‘손수 하는 기쁨’에 살맛 나는 세상

  • 김광화 flowingsky@naver.com

‘손수 하는 기쁨’에 살맛 나는 세상

불황이 깊다. 무게중심을 잡고 삶을 살아가는 게 쉽지 않은 세상이다.

그러나 원심력이 강하면 반대로 구심력도 생기게 마련. 빠른 삶을 반성하고 느린 삶을 예찬하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온다. 이런 흐름의 이면을 살펴보면 돈 중심, 소비 중심의 패턴에서 벗어나 좀더 인간다운 삶 또는 생태적인 삶에 대한 갈망을 담고 있다. 무엇이 사람다운 삶인가. 사람마다 여기에 대한 답은 다를 터.

내가 말하고 싶은 사람다운 삶은 ‘손수 함’을 기초로 한다. 뭐든 자신의 손발을 움직여 스스로 할 때 창조적인 기쁨이 솟아난다. 서툰 솜씨지만 자기 손으로 지은 밥이 맛나고, 자신과 가족이 힘을 합해 마련한 집이 더 좋게 마련이다.

일상에서 손수 함으로써 기쁨을 느끼는 순간은 ‘뜻밖에’ 많다. 상사의 명령에 고분고분 따르기보다 자신이 능동적으로 기획하고 일을 추진할 때 한결 생산적이고 일하는 과정도 재미있다. 몸을 관리하는 것도 그렇지 않나. 스스로를 돌보는 자기 관리 능력이야말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소중한 지혜가 된다.

‘손수 하는 기쁨’에 살맛 나는 세상

1 어린이도 아기도 뭐든 손수 하는 걸 좋아한다. 돌 지난 아기가 상 위에 올라갈 정도로. 어떤 음식이든 손수 하는 만큼 더 맛나다.
2 부모가 만든 활과 화살, 과녁. 투박하지만 활 쏘는 맛은 좋다.
3 가족이 함께 작은 집을 짓고 있다. 사진 오른쪽이 필자 김광화 씨.

그렇다고 바쁜 세상에 모든 걸 다 손수 할 수는 없다. 안 해보던 일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개인 능력의 한계도 있다. 그럴 때 자족을 배운다. 자급자족은 악착같이 이뤄야 할 무엇이 아니다. 되는 만큼 형편대로 하면 된다. 내게 넘치는 자급은 나누고, 내가 못하는 영역에 대해선 자족하며 또 감사한 마음을 키워간다. 그렇게 흥부 박타듯 슬근슬근 슬렁슬렁 하다 보면 조금씩 보물이 쏟아진다.



자신의 손발 움직이면 창조하는 재미 만끽

이번 호는 연재 첫 꼭지이니 나와 우리 식구 소개를 간단히 할까 한다. 우리 식구는 무주 산골에 산다. 1996년 봄 이맘때 서울을 떠나왔다.

서울에서 나는 전문화된 삶에서 밀려나 한동안 방황했다. 경쟁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또 ‘안정적’으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가 참 어려웠다. 사람다운 삶을 찾고자 새로운 선택을 했고, 지금은 많은 부분 손수 하는 힘이 생겼다. 먹을거리를 어느 정도 자급하고 요리도 웬만한 정도는 스스로 한다. 지금 내 나이가 50대 초반이지만 실제 힘쓰는 일은 30대 시절보다 더 낫다고 느낄 정도다. 돈 역시 과거보다 적게 벌지만 만족도는 훨씬 높다. 집짓기도 얼렁뚱땅하지만 개집 짓기를 시작으로 손수 짓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점차 실력이 늘어 이후에는 우리 아이 둘과 아래채를 지었다.

우리 집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그리고 닉네임을 좋아한다. 작은아이는 열다섯 살 남자고 ‘상상이’라 부른다. ‘탱이’라 부르는 큰아이는 스물두 살 여자다. 상상이는 초등학교에 1년 다니다가, 탱이는 중학교에 몇 달 다니다가 그만뒀다. 그렇다고 부모가 아이 곁에서 늘 함께하는 홈스쿨링도 아니다. 저희 공부 저희가 알아서 한다.

탱이는 한창 대학에 다닐 나이지만 대학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학이 자신에겐 시간과 돈 낭비라고. 대학 갈 돈 있으면 그 돈을 자신에게 현금으로 달라고 했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걸 배우겠다고. 이렇게 하는 걸 우리 식구는 교육에서의 자급자족이라고 한다. 경제가 어렵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자녀교육비는 줄이지 않겠다고 했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부모가 아이 키우는 기쁨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교육을 하면서 달라지는 또 하나의 모습은 문화다. 나는 문화를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삶에서 문화를 찾고 즐기면 된다. 손수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책을 읽고 인터넷을 한다. 이것 역시 처음에는 단순하고 소박하게 시작하지만 점차 그 힘이 늘어난다. 우리 식구는 어느새 책을 여러 권 냈다. 먹을거리 자급에 대해서는 아내가 먼저 책을 냈다. ‘자연달력 제철밥상’이다. 그 다음이 자녀교육에 대한 책으로 ‘아이들은 자연이다’를 부부가 함께 지었다.

내가 최근에 낸 책은 ‘피어라, 남자’다. 여기서는 강하지도 못하고 별다른 능력도 없으며 부부싸움을 하면 곧잘 삐치던 남편이자, 아이들과 소통할 줄 모르던 한 아버지가 자기 치유를 거쳐 거듭나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렇게 손수 하는 힘은 개인에게는 치유와 자아실현의 즐거움을, 사회에는 개인이 발전하는 만큼의 유익함을 준다.

이 연재를 통해 손수 하는 기쁨을 다양하게 풀어나가고 싶다. 먹을거리, 집짓기, 건강, 부부 소통, 자녀교육, 문화와 예술, 설레는 노년에 이르기까지. 돌아보면 우리 식구가 꽤 자급자족을 하는 것 같지만 앞을 보면 이제 그 시작이라는 느낌이 든다. 마라톤 출발선에서 신발 끈을 묶는 수준. 그만큼 우리 몸과 마음 안에, 또 우리 뇌에 창조적이고 무한한 길들이 가로놓여 있으니 어느 길로 언제, 어떻게 갈 것인가.

아이 키우는 기쁨을 느끼자

날씨가 추우면 먼저 몸을 많이 움직인다. 움직인 만큼 몸에서 열이 난다. 그 다음엔 건물 밖에서 기름이나 가스 또는 장작으로 불을 지핀다. 다른 여러 삶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 어려울 때일수록 손을 움직이고 발로 뛰다 보면 길이 보인다. 심지어 불황에는 부부관계가 더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 않은가. 쌀쌀함은 서로의 체온, 따뜻한 마음을 필요로 한다.

개인과 한 가정이 그렇듯 지역사회와 국가도 자급률을 높이길 희망한다. 그럴 때 나는 환경을 덜 파괴하면서도 삶을 충만하게 누릴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연재가 우리 모두 손수 하는 힘을 키우고, 거기에 따르는 기쁨을 함께 누리는 데 작은 영감이 되었으면 좋겠다.



주간동아 2009.03.10 676호 (p80~81)

김광화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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