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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나의 그 아름다운 추파춥스

‘험블 마스터피스’展 … 일상의 물건에 숨은 인간 향한 장인정신 확인

  • 김민경 편집위원 holden@donga.com

나의 그 아름다운 추파춥스

나의 그 아름다운 추파춥스
이전시를 보고 나면 눈깔사탕에 막대 하나 꽂은 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추파춥스가 나오기 전엔 누구도 막대 꽂은 사탕을 상상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추파춥스 이전 모든 아이들은 사탕을 먹을 때 손과 입에 설탕물을 묻혔고, 그 끈적거리는 손으로 가구와 엄마의 외출복을 더럽혔다. 추파춥스가 얼마나 많은 ‘가정 폭력’을 줄였는지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마스터피스, 즉 걸작이라 불리는 디자인은 필요한 기능과 형태를 가장 이상적으로 결합한 것이다. 전문 디자인 교육을 받았든, 도제식 생산 현장에서 조형 원리를 익혔든 생산자는 사용자가 가장 쉽게 물건을 이해하고 쓸 수 있는 모양이 어떤 것인지를 연구한 뒤 그것을 반영하고 발전시킨다. 그것이 디자인이다. 아이팟의 디자인에 감탄하는 이유는 ‘기계치’도 이리저리 돌려보면 곧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계이기 때문이지, ‘깔끔’한 직사각형 디자인이어서가 아니다.

우리는 전시장이나 박람회에서 보는 기묘한 형태와 화려한 컬러를 보고 ‘디자인’이라고 말하는 강박 때문에 일상에서 늘 접하는 물건들이 얼마나 인간의 몸과 심리에 적합한 모양인지를 망각하곤 한다.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바꿔놓은 건 늘 인간을 향하려는 장인정신인 것이다.

11월6일부터 12월31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험블 마스터피스’전(Humble Masterpieces-디자인, 일상의 경이)은 우리가 늘 보고 사용하는 물건들 속에 숨어 있는 장인의 아이디어, 즉 마스터피스 디자인을 발견하는 전시다. 떼었다 붙이는 종이 포스트잇, 손에 묻지 않는 사탕 추파춥스, 덥거나 추운 날씨에도 변질되지 않는 엠앤엠스(m·m’s) 초콜릿, 솜뭉치를 이쑤시개에 감아 만든 면봉 등이 왜 시대를 초월하며 팔려나가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마스터피스 디자인의 조건이란 아름다운 장식을 붙인 외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발하는 빛에 있다. 미국적 ‘기능주의’ 디자인을 컬렉션하고 전 세계에 확산시킨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국내에서 여는 첫 번째 공식 기획 전시다. (이미지 제공 _ ‘디자인, 일상의 경의’, 다빈치 펴냄 | 현대카드)



나의 그 아름다운 추파춥스
1 주사위, BC3-AD3 | 숫자의 우연한 조합에 내기를 거는 주사위놀이는 막대, 조개, 동물뼈 등을 던져 신에게 길흉화복을 묻던 인간의 원시행위에서 시작됐다. 지금처럼 각 면에 수가 표시된 큐브형 주사위는 아시아, 특히 한국과 인도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주사위는 점이 6개 새겨진 6면이 가장 가볍지만, 사진의 프리시전 카지노 주사위는 각 면의 무게가 완벽하게 일치하고 모서리는 면도날처럼 날카로우며 각 점은 최대한 모서리에 가깝게 만들어진 최고 등급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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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파크 플러그, 1904년 | 프랑스에서 처음 만들어진 스파크 플러그는 모터사이클부터 비행기까지 거의 모든 탈것의 엔진에 달려 있다. 사진의 모델은 포르셰911을 위해 만든 것이다. 1900년대 초반 프랑스가 스파크 플러그 시장을 독점했으나, 모터사이클 선수 알베르 샹피옹이 대회 참가차 미국에 왔다가 부품이 없는 것을 알고, 미시간에 스파크 플러그 공장을 설립함으로써 미국 생산 시대가 열렸다.

3 각설탕, 1872년 | 유럽은 14세기부터 설탕을 소비했지만 영국의 사업가 헨리 테이트가 설탕을 잘라 작은 정육면체로 만드는 방법을 특허출원한 것은 1872년이었다. 18세기 설탕 가공식품의 인기가 치솟자 각설탕 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본 테이트가 간단한 가공으로 히트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런던의 세계적인 미술관 테이트 갤러리가 바로 그의 이름과 컬렉션에서 따온 것이다. 테이트는 각설탕으로 번 돈으로 리버풀대학 도서관을 설립하기도 했다.

4 모스카르디노 일회용 스푼/ 포크, 2000년 | ‘스포크’라는 이름의 이 포크 겸용 숟가락은 150년 전의 디자인이다. 한쪽에 스푼, 한쪽에 포크가 달려 있어 이탈리아말로 ‘작은 오징어’를 뜻하는 모스카르디노라고 불린다. 모스카르디노는 옥수수 등의 생물학적 합성수지로 만들며, 세척하면 여러 번 쓸 수도 있지만 고온의 식기세척기에서는 견디지 못해 일회용품으로 간주된다.

5 왕관형 병마개, 1892년 | 19세기 후반 병에 든 탄산음료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이 제품의 문제는 병마개였다. 탄산음료의 높은 압력을 견디며 밀폐가 가능한 것은 금속마개밖에 없었는데, 금속재질은 음료의 맛을 변질시켰기 때문이다. 미국의 특허왕 윌리엄 페인터는 금속마개 안에 코르크나 종이를 대고 내용물이 전혀 새지 않도록 디자인한 왕관형 병마개로 또 하나의 특허를 따냈다. 뚜껑의 주름은 21개로 똑같다.

나의 그 아름다운 추파춥스
6 포스트잇 노트, 1977년 | 미국의 3M사가 만든 포스트잇 노트는 연구 담당인 스펜스 실버 박사가 강력한 접착제를 개발하다 실패하고 그 대신 ‘떼어낼 수 있는 접착제’를 발명함으로써 탄생했다. 이 물질은 개체적으로는 끈적이지만 원래의 형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어 영구적으로는 붙지 않는다.

7 m·m’s, 1930년대 | 스페인 내전 중 스페인을 여행하던 미국인 포리스트 마스는 딱딱한 설탕껍질을 씌운 초콜릿 알을 먹는 병사를 보고 자신의 주방에서 요리법을 발명했다. 엠앤엠스(m·m’s)는 어떤 기후에서도 잘 견디는 간식으로 군대에 보급됐고, 1940년대 후반부터는 일반인에게도 인기리에 판매되기 시작했다. ‘입에서만 녹아요, 손에서는 안 녹아요’란 유명한 슬로건도 상표로 등록돼 있다.

8 콘돔, 1930년 | 최초의 콘돔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 13세기 이집트인이 사용한 동물의 방광이다. 현대적 콘돔의 시초는 16세기 중반 이탈리아 해부학자 가브리엘 팔로피우스가 매독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리넨 덮개였다고 하며, 그 이름은 콘돔 백작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다. 1930년대 라텍스 기술이 발전해 오늘날 콘돔과 비슷한 상품이 만들어졌고, 현재는 다양한 질감과 색깔의 콘돔이 판매되고 있다.

9 연필, 1761년 | 1761년 독일의 가구상 카스파르 파베르가 최초의 연필가게를 열었다. 최초의 연필은 흑연 막대를 나뭇조각 사이에 끼워 붙인 것. 프랑스 화학자 니콜라 콩테는 흑연과 점토를 가열한 합성물을 개발했다. 카스파르의 증손자가 연필 생산을 기계화했고 1840년에 육각형 연필도 개발했다. 수백년간 연필의 품질은 눈부시게 좋아졌지만 원래의 디자인은 변하지 않았다.

10 추파춥스 롤리팝, 1958년 | 3대째 사탕을 만들어 팔던 스페인 사람 엔릭 베르나트는 아이들이 사탕의 주소비층인데도 아이들을 위한 사탕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사탕을 막대에 꽂게 된다. ‘핥다’라는 뜻의 에스파냐어 ‘추파르(chupar)’에서 이름을 따온 추파춥스는 1958년 세상에 태어났고, 회사는 판매상에게 제품을 계산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진열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역시 신선한 아이디어였으니, 그 이전까지는 장난꾸러기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계산대 뒤쪽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베르나트는 친구인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에게 로고 디자인을 부탁했고 달리는 즉석에서 신문지에 스케치를 했는데, 이 로고는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로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주간동아 2008.11.25 662호 (p64~66)

김민경 편집위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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