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2

2008.11.25

갈수록 커지는 박근혜의 ‘힘’

  • 엄상현 gangpen@donga.com

    입력2008-11-20 1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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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한나라당 안팎에 ‘주이야박(晝李夜朴)’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낮엔 친이명박계(친이계)로 행세하다 밤이 되면 친박근혜계(친박계)로 돌아선다는 의미를 담은 신조어다. 한나라당에 이런 의원이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박근혜 전 대표의 당내 영향력이 커졌음을 뜻한다.

    얼마 전 박 전 대표를 독대한 대표적인 친이계 한 의원은 기자에게 그 사실을 숨기기는커녕 오히려 자랑 삼아 말했다.

    “요즘 한나라당 의원들 중에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한둘인 줄 아느냐? 시간을 잡을 수 없어 줄을 설 정도라고 들었다. 그런데 나는 박 전 대표가 먼저 직접 찍어서 만나자고 측근을 통해 연락해왔다.”

    이 의원이 박 전 대표를 독대할 수 있었던 것은 같은 율사 출신으로 평소 친분이 두터운 친박계 한 의원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이 의원은 이제 자신이 ‘독실한’ 친이계로 분류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점점 커져가는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은 이명박 대통령의 개각 구상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대통령이 친박계 의원들을 내각에 중용하려 해도 당사자들이 고사하는 일이 많아 애를 먹고 있다는 것. 최근 당 안팎에서는 연말연초 개각설을 앞두고 최경환 의원을 포함한 일부 친박계 의원이 청와대로부터 입각 제의를 받았지만 최 의원 정도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여당 최고 실세로 막강 영향력 과시 … 親李 의원들조차 줄대기

    박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친박계 입각 제의설과 관련해 “친이와 친박 모두에 양다리를 걸친 의원 몇 명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분명한 친박계 의원 가운데서는 입각하는 경우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11월11일 연말연초 개각설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힌 것도 이러한 친박계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는 계파별 소모임이 무수히 많다. 요즘 친이계 소모임들은 친박계 소모임들과 같은 날 조찬모임을 여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주이야박’하면서 양다리 걸치는 의원들을 방지하기 위한 친이계의 고육지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생겨난 또 다른 행태가 ‘두 탕 뛰기’다. 친이계 한 의원은 “다른 의원들보다 일찍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뜨거나, 식사 도중 뒤늦게 자리에 끼어드는 경우 두 탕을 뛰는 것으로 보면 맞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 전 대표가 현 정부 출범 9개월 만에 이 대통령 못지않은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다시 꿈틀거리고 있는 이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도 박 전 대표의 결정에 좌우될 공산이 크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대운하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해왔다. 당분간 이명박 정부는 이래저래 박 전 대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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