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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용의 ALL THAT WINE| ‘로마네 콩티’

소량의 귀한 맛 … 세계 최고 가격 자랑

  • ㈜비노킴즈 대표·고려대 강사

소량의 귀한 맛 … 세계 최고 가격 자랑

소량의 귀한 맛 … 세계 최고 가격 자랑

‘로마네 콩티’

어지간한 와인전문가도 이 와인 이름을 들으면 설렌다. 양조장을 방문하면서 통에 든 건 마셔봤어도, 상품으로 완성돼 병에 담긴 것은 마셔보기가 아주 힘들다. 이런 와인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가 로마네 콩티다. 대부분의 부르고뉴 와인들이 지방이나 마을 이름을 따서 와인 이름으로 삼는 데 비해 로마네 콩티는 포도밭 이름이다.

로마네 콩티는 원래 포도밭 ‘로마네’에서 생겨났다. 로마네의 남쪽 상단 부분을 ‘콩티’란 사람이 사들여 그 이름이 로마네 콩티가 됐다. 그럼 콩티는 누구일까? 누구이기에 자신의 이름을 포도밭에 새길 수 있단 말인가?

콩티는 프랑스 국왕 루이 15세의 장조카인 콩티 왕자(Prince de Conti, 1717~1776)를 말한다. 그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열 살에 왕자 칭호를 얻은 뒤 이후 49년간 왕자 노릇을 한 인물이다. 그 선조의 고향 마을인 콩티-쉬르-셀르(Conti-Sur-Selles)의 콩티를 따서 왕자 칭호를 붙였다. 풀어 쓰면 ‘콩티 마을 출신의 왕자’인 것이다.

로마네 콩티는 피노 누아르로 만든다. 다른 품종을 섞지 않는다. 그래서 로마네 콩티는 피노 누아르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빛깔이 그리 불투명하지 않고, 장미나 체리 향기가 가득하며, 질감은 비단처럼 부드럽다.

신맛이 두드러져 포도가 완숙돼야 훌륭한 와인으로 태어날 수 있다. 비가 내린 뒤 수풀 사이에서 부는 바람 같은 맑고 깨끗한 향기를 지녀 청아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게 한다. 매년 부르고뉴 지방엔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포도가 잘 익지 않지만, 로마네 콩티의 포도밭은 토양이 월등해 해마다 좋은 품질의 포도를 얻는다. 비가 오더라도 배수가 잘돼 포도나무 뿌리의 발육에 해침이 없고, 다층적 구조의 암반 속을 뚫고 뻗어가는 뿌리는 땅의 신선한 기운을 받아 열매로 보낸다.



사실 로마네 콩티에 쏠리는 세계의 관심은 품질보다는 가격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인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공급을 훨씬 뛰어넘는 수요에 있다. 매년 수천 병을 생산할 뿐인데, 전 세계 와인 중개상들은 서로 사겠다고 아우성이니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경쟁이 치열한 발행시장인 셈이다.

두 번째 이유는 유통시장에서조차 매물을 발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투자 등급 와인을 구매한 애호가들은 일부는 소비하고 일부는 경매장에 내다 팔지만, 로마네 콩티는 그렇지 않다. 소량이 나오다 보니 재판매보다는 직접 음용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한껏 부풀어진 가격은 시장에서 매물 부족이란 매력을 지니고 다시 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한다.

로마네 콩티를 만나는 유일한 방법은 경매장에 가는 것이다. 올해 5월 홍콩에서의 일이다. 로마네 콩티 1990 빈티지 12병이 출품됐다. 낙찰가는 23만5950달러. 병당 대략 1만9662달러에 이른다.

국내에서 로마네 콩티를 구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에 가깝다. 서른다섯 병이 수입되지만, 국내 반입과 동시에 예약자들의 셀러로 직행한다. 불과 수년 전까지 그 와인을 처치하지 못해 고민하던 영업사원은 이제 마음 편히 브랜드 관리를 하고 있다. 대기자 명단도 아주 길다는 소문이다. 예약자들은 로마네 콩티 한 병을 얻기 위해 다른 종류의 와인 11병까지 기꺼이 구입한다. 즉 한 병을 사려면 한 상자를 사야 한다. 물론 그 상자엔 로마네 콩티 한 병밖엔 들어 있지 않지만.



주간동아 2008.10.14 656호 (p71~71)

㈜비노킴즈 대표·고려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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