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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반대 단체 등록 거부 외교통상부, 일본 눈치 보나

담당직원 “야스쿠니신사는 한국의 현충원 같은 곳”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야스쿠니 반대 단체 등록 거부 외교통상부, 일본 눈치 보나

야스쿠니 반대 단체 등록 거부 외교통상부, 일본 눈치 보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일본 정치인들.

“야스쿠니신사는 (일본인들에게는) 한국의 현충원과 같은 곳이다.”

“당신은 어느 나라 외무공무원이냐?”

외교통상부와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상임대표 이해학·이하 위원회)가 비영리민간단체 등록 문제를 놓고 법원에서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2일 외교통상부가 위원회의 비영리민간단체 등록 신청을 거부하자 6월30일 위원회 측이 등록거부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 소송 과정에서 양측은 서로의 인식차를 확인하면서 행정절차의 시시비비를 넘어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위원회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이 요구하는 요건을 모두 갖춰 등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원법에 규정된 △구성원 상호 이익분배를 하지 말 것 △구성원이 100인 이상일 것 △최근 1년 이상 공익활동 실적이 있을 것 등 요건을 모두 갖췄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외교통상부는 공문을 통해‘우리 부에 등록하는 것이 적절치 않은 것으로 사료된다’며 반려했다. 이에 대해 위원회 측 소송 대리인 이민석 변호사는 “등록 거부를 할 때는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는데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행정청의 의무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외교통상부의 ‘명목상’ 등록 거절 이유는 1차 변론기일(8월27일)에 앞서 낸 준비서면을 통해 확인된다. 주관 행정청(주무장관)이 외교통상부가 아니며, 타국의 고유 종교 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는 보건복지가족부에 등록돼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내부적으로는 사실관계 및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도 했다.



“등록 이상 없다” vs “주무부처 아니다”

하지만 외교통상부의 ‘불가 이유’는 옹색한 측면이 적지 않다. 이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1997)와 일제강제연행 한국생존자협회(1998)가 등록돼 있는 데다 위원회의 정관(목적)에는 ‘조선인 피해자들의 합사 철폐를 실현하고 야스쿠니신사 폐해를 널리 알린다’고 돼 있어 (등록 허가를 하면) 한일 간 긴밀한 관계 유지가 어렵다는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외교통상부 한 관계자는 “등록 심사는 행정청의 고유 권한이지만 당시 상황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다”고 털어놨다.

야스쿠니신사를 일본 고유 종교로 본다는 것도 인식차 논란을 제공한다. 야스쿠니신사 홈페이지(www.yasukuni.or.jp)에는 “메이지유신의 대사업 수행을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을 비롯해… 청일전쟁, 대동아전쟁 등에서 국가방위를 위해 사망하신 분들의 영령이 제사돼 있으며 그 수는 246만6000여 명… 일본인으로 싸우다 죽은 대만 조선반도 출신자와 전범으로 처형된 영령들도 제사돼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라는 대목은 등록 거부 당시에는 법리 검토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게도 한다. 정치적 판단으로 먼저 불가를 결정하고 이유를 만들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1차 변론기일에는 외교통상부 직원의 발언으로 재판정이 술렁였다고 한다. 외교통상부 소송수행자인 한 2등서기관이 외교통상부의 입장을 설명하며 “일본에서 야스쿠니신사는 한국 현충원과 같다”고 발언한 것. 위원회 측은 “야스쿠니신사는 미국의 알링턴 묘지와 같다”(2005년 5월12일 영국 옥스퍼드대 강연 중)고 한 ‘아소 다로 망언’을 한국 외교통상부 직원에게 들었다며 그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일본 처지에서 보면 정서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여러 이유를 대고 있지만 외교통상부의 ‘사실상’ 등록 거부 이유는 현 정부의 외교 철학 때문으로 보는 게 설득력이 높다. “일본에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며 실용외교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로선 ‘야스쿠니 반대’를 기치로 내건 단체의 등록이 일본을 자극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깔려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위원회 명칭만 보면 마치 야스쿠니신사 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 위원회 명칭을 ‘야스쿠니 강제합사 반대…’등으로 바꾸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주무장관이 아니다’ 등의 이유보다는 사실상 명칭이 문제였다는 점을 시인한 것.

또한 주일대사를 역임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언질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행정소송을 한다는 보고만 했다. 심의는 문화교류협력과와 여러 부서의 의견을 종합했다. 어느 선까지 심의에 참석했는지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위원회 측은“명칭을 바꿀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이희자 공동대표는 “오히려 외교통상부가 못하는 일을 위원회가 민간 차원에서 진행할 수 있지 않느냐. 그게 국익”이라고 말했다.

법정에서 최종 등록 여부 가려질 듯

야스쿠니 반대 단체 등록 거부 외교통상부, 일본 눈치 보나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이희자 공동대표가 선친의 야스쿠니신사 합사 문건을 보이며 조선인 강제 합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원회는 왜 굳이 외교통상부에 등록을 하려 했을까. 그것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한 달 뒤에 말이다. 이 공동대표는 “등록요건으로 1년간 공익활동 실적이 있어야 한다. 2006년 결성한 뒤 실적을 쌓았고, 이후에는 여러 일로 등록을 미뤘을 뿐”이라고 말했다. 위원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처음엔 행정안전부에 등록하려 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가 국제적 교류가 많으니 외교통상부에 등록하는 게 좋겠다고 해 그곳에 등록했다. 부처 간 등록을 떠넘기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민간단체로 등록되면 행정안전부를 통해 각종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 해외 활동이 많은 위원회는 자금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웅현 박사(도쿄대 정치학)는 “외교적 마찰을 만들지 않으려는 것은 어느 정부나 마찬가지다. 특히 처음부터 과거사 문제를 언급하지 않겠다고 한 현 정부로서는 선뜻 인가하기엔 민감했을 것”이라며 “위원회 측의 명분은 옳지만, 전술적으로 등록 후 운신의 폭을 넓히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2차 변론기일은 10월8일. 양측은 올 연말까지 어떤 식으로든 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8.09.30 654호 (p36~38)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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