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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게릴라의 개성만점 배낭여행 (64)|마지막회 중국 윈난성 후타오샤

경이로운 협곡 따라 환상의 트레킹

  • 글·사진=박동식

경이로운 협곡 따라 환상의 트레킹

경이로운 협곡 따라 환상의 트레킹

깊이 수천m가 넘는 웅장한 협곡. 그 너머에는 낙원처럼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다.

중국 윈난성 후타오샤(虎跳峽) 트레킹은 치아토우라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다. 윈난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인 리장(麗江)에서 버스로 약 네 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산악 공사지역에서 좁은 길이 막혀 버스는 오도 가도 못했다. 무려 한 시간을 기다려도 포클레인은 바위와 흙으로 막힌 길을 열어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반대편에서 트럭을 몰고 호객하던 남자를 따라 트럭에 올랐다. 길이 언제 열릴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손잡이가 모두 떨어져나간 트럭은 안에서는 창문은커녕 문도 열 수 없었다. 비포장인 데다 공사 구간이 많아 울퉁불퉁한 길을 달려 20분 뒤 치아토우에 도착했다.

마을에서 간단히 요기한 뒤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방콕에서 만든 가짜 학생증으로 50% 할인받고 매표소를 지났다.

이윽고 언덕이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마을은 점점 멀어졌고 숨도 차왔다. 트레킹 초반에 가장 힘든 코스인 ‘스물여덟 굽이’가 있다는 정보를 들었기에 각오는 했지만 만만치 않은 구간이었다. 하지만 매도 먼저 맞는 편이 낫다고, 가장 힘든 구간을 먼저 끝내면 비교적 편안하게 트레킹을 마칠 수 있으리란 생각에 힘내어 산을 올랐다. 한 시간 반쯤 산을 오르자 작은 산골마을과 전교생이 10명도 안 되는 초등학교가 나타났다. 몇십 평에 불과한 운동장에서 바람 빠진 농구공으로 축구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신이 빚은 자연 아무리 가도 놀라운 길

운동장 옆 바위에 걸터앉아 축구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선생님은 오늘 내가 묵으려는 곳까지는 다섯 시간 넘게 걸리며 앞으로 한 시간이 가장 힘든 코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를 나누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마을을 벗어나자 가파른 등산길이다. 그리고 심상치 않은 모양새의 길들이 나타났다. 마을이 급속하게 멀어질 만큼 가파른 언덕이었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위로 오르는 형국이었다.



그 유명한 ‘스물여덟 굽이’는 아까 지나온 길이 아니고 이제부터 시작이었던 것이다. 가장 힘든 구간이니 조금만 참자고 위로하며 올랐건만, 그 길이 ‘스물여덟 굽이’가 아니었다니. 수직에 가까운 산길에선 깎아지른 듯한 각도 때문에 머리를 바짝 치켜들어도 정상이 보이지 않았다. 저 바위만 오르면 정상이겠지, 저 언덕만 넘으면 정상이겠지. 그러나 매번 그 바위와 언덕 뒤에 또 다른 길이 나타났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쯤, 바위 언덕 하나를 넘어서자 믿을 수 없는 장관이 눈앞에 펼쳐졌다. 내가 서 있는 산과 맞은편 산 사이에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협곡이 이뤄져 있었다. 산세가 워낙 험해 산 정상에서 협곡 바닥까지 거칠 것 하나 없이 깎아지른 모습이었다. 깊이 수천m가 넘는 협곡의 광경은 웅장하다 못해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더욱이 아스라한 협곡 끝에는 낙원처럼 푸른 초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만약 그곳까지 갈 수만 있다면 한 달을 걷는다 해도 기꺼이 가고 싶었다. 한마디로 ‘샹그릴라’가 이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풍광을 세상으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해 산길은 그리도 험했던 것일까. 나는 남은 산길을 잊은 채 오래도록 그곳에 서 있었다.

경이로운 협곡 따라 환상의 트레킹

1. 좁은 산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2. 산골마을 풍경.

이후 협곡을 오른쪽에 끼고 길은 계속되었다. 코스가 무난해서 협곡을 감상하는 여유도 부릴 수 있었고, 비슷한 길이었지만 아무리 걸어도 지겹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길을 걸으며 “오기를 잘했어. 그래, 정말 잘했어” 하고 거듭 스스로에게 말했다. 아무리 설명해도 보지 않은 사람은 이 장관을 믿지 못할 것이었다.

둘째날 아침, 해는 옥룡설산(玉龍雪山) 뒤에서 떠올랐다. 아주 잠깐 구름이 붉게 물들었지만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9시20분 다시 트레킹을 시작했다. 하지만 갈림길이 너무 많았고 내가 선택한 길은 자꾸만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결국 도로가 코앞에 보일 때까지 내려오고야 길을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더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않는 수준의 길을 선택해 계속 걸었다.

다음 마을에서 만난 청년은 내가 코스에서 멀리 벗어났다고 말했다. 산을 완전히 내려가 도로를 걸을 것인가, 아니면 다시 산을 올라 원래의 코스를 찾을 것인가. 고민 끝에 산을 오르기로 했다. 코스를 수정하기 위한 길은 전날 올랐던 ‘스물여덟 굽이’ 못지않은 경사였다. 결국 한 시간 뒤 제대로 된 코스로 접어들 수 있었다. 폭포도 만났고 다시 산을 하나 넘었다. 이후는 천천히 내리막이 이어졌다. 길도 편안했고 초원처럼 펼쳐진 풍경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아주 멀리 트레킹의 종착지인 티나 게스트하우스가 보였다.

여행 Tip

● 후타오샤는 중국 윈난성 북쪽에 자리한 협곡이다. 리장과 함께 윈난성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이며 보통 1박2일 일정으로 출발한다. 지도를 소지하거나 루트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안전하다.

● 윈난성은 쿤밍(昆明)-다리(大理)-리장-후타오샤 순으로 여행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며, 후타오샤 트레킹을 마친 뒤 리장으로 돌아가거나 ‘백수대’를 거쳐 ‘샹그릴라’로 갈 수도 있다.

● 윈난성으로는 대한항공(1588-2001)이 매주 월·화요일, 중국 동방항공(02-518-0330)이 매주 목·일요일에 출발한다.


*2년6개월 동안 ‘트래블게릴라의 개성만점 배낭여행’을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가을부터는 더욱 재미있고 독특한 내용의 새 연재물이 월 3회 게재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주간동아 2008.09.09 652호 (p82~83)

글·사진=박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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