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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광암 특파원의 도쿄 프리뷰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원숭이 리더십

  •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iam@donga.com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원숭이 리더십

일본 효고(兵庫)현 스모토(洲本)시 아와지(淡路) 섬에는 작은 왕국이 하나 자리잡고 있다. 구성원은 사람이 아니라 일본원숭이다. ‘아와지시마몽키센터’라고 불리는 이곳에는 일본원숭이 약 180마리가 무리를 지어 살고 있다.

일본원숭이들은 가장 힘센 수컷인 보스 원숭이를 정점으로 철저한 위계사회를 이룬다. 그런데 최근 아와지시마몽키센터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고 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그 상세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1967년 문을 연 아와지시마몽키센터에서는 평균 5년을 주기로 보스 원숭이가 바뀌어왔다. 아와지시마몽키센터의 5년 주기 정권교체 관행에 이변이 생긴 것은 7대 보스 원숭이인 맛키(32)가 집권하면서부터다. 새끼와 약자에게 상냥하고 암컷에게도 인기가 높았던 맛키는 올 봄까지 무려 15년간 장기집권을 했다.

흔히 일본원숭이 사회에서 정권교체가 일어날 때는 ‘실력행사’가 빚어지게 마련이지만 아와지시마몽키센터에서는 지극히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이뤄졌다고 한다. 맛키가 권력에 연연하지 않고 ‘넘버2’이던 잇짱(27)에게 자진해서 권좌를 넘겨줬기 때문이다. 맛키의 뒤를 이어 8대 보스에 오른 잇짱은 전임자와는 통치 스타일이 크게 달랐다. 힘이 약한 원숭이의 먹이를 빼앗거나 심지어 무리에서 내쫓는 등의 ‘폭정’을 일삼았다. 성격이 난폭한 탓인지 암컷 원숭이에게도 인기가 없어 ‘털 손질 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혼자 잠들 때가 많았다.

폭정 일삼던 원숭이 보스 3개월도 안 돼 쿠데타로 실각



6월21일에도 잇짱은 넘버4인 다마고(17)를 짓누르고 등을 깨무는 등 횡포를 부렸다. 이튿날 오후 2시경 정치적 변고가 일어났다. 다마고는 넘버2인 아사쓰유(19), 넘버3 가즈(18)와 연합해 잇짱을 습격했다. 다마고 등의 이빨에 물려 배와 손발에 큰 상처를 입은 잇짱은 아와지시마몽키센터 입구까지 줄행랑을 놓은 끝에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 장면은 아와지시마몽키센터 센터장의 9세짜리 맏딸이 상세히 목격했다고 전한다. 그는 “세 마리가 무저항 상태로 누워 있는 잇짱의 배에 올라탄 뒤 마구잡이로 폭행했다”면서 “세 마리를 말리기 위해 근처에 있는 돌을 던져봤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잇짱은 잠시 뒤 무리에게로 돌아갔지만 그가 갖고 있던 보스 원숭이의 자리는 아사쓰유가 이미 접수한 뒤였다. 잇짱은 무리에서 쫓겨나지 않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정리하자면 폭압적인 잇짱의 리더십은 3개월을 채 넘기지 못한 채 쿠데타로 무너졌다. 전임자인 맛키에 비하면 60분의 1에 그치는 짧은 집권 기간이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9대 보스 원숭이가 된 아사쓰유의 리더십은 잇짱과는 정반대, 즉 맛키와 닮은꼴이라고 한다. 힘이 약한 원숭이들에게 상냥하고 암컷에게 인기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기업계와 정계를 가리지 않고 ‘섬기는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 세계적인 유행을 일으키고 있다. 어느 나라보다 상명하복 문화가 뿌리 깊은 일본 기업계에서도 ‘엄한 상사’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인간세계에서든 동물세계에서든 21세기는 상냥한 리더가 주목받는 시대인 모양이다.



주간동아 2008.09.09 652호 (p67~67)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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