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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영미가 사랑하는 시

첫 번째 무화과 First Fig

첫 번째 무화과 First Fig

첫 번째 무화과 First Fig

-빈센트 밀레이(Edna St. Vincent Millay, 1892~1950)



첫 번째 무화과 First Fig
내 양초는 양쪽에서 타들어가지 ;

하룻밤도 지속하지 못하겠지만 ;

하지만 아, 나의 적들이여 그리고 오, 나의 친구들이여-



얼마나 사랑스런 불빛인지!

My candle burns at both ends ;

It will not last the night ;

But ah, my foes, and oh, my friends-

It gives a lovely light!


*보통의 초는 한쪽으로만 불이 붙는다. 양쪽에 심지가 달린 초는 그만큼 빨리 소진되겠지만, 불은 황홀하게 밝을 것이다. 모두가 감탄할 정도로.

짧은 경구 같은 몇 줄이지만, 적절한 문장부호로 많은 말을 대신했다. 무화과라는 제목은 복음서에서 빌려왔다.

“거짓 예언자들을 경계하시오. 그들은 양의 탈을 쓰고 오지만 속은 약탈하는 이리들입니다.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아보시오. 어떻게 가시나무에서 포도를, 엉겅퀴에서 무화과를 딸 수 있겠습니까?”(마태복음 7장16절)

자신의 엉겅퀴처럼 쓰라린 경험에서 우러난 진실을 담은 시편들에 밀레이는 성경을 비틀어 ‘무화과’라는 이름을 붙였다. 두 번째 무화과도 관습에 도전하는 비슷한 은유를 담고 있다.

단단한 바위 위의 안전한 곳에 못생긴 집들이 서 있지 :모래 위에 세워진 나의 빛나는 궁전을 보러 오세요! Safe upon the solid rock the ugly houses stand : Come and see my shining palace built upon the sand!

‘양쪽에서 타들어가는’ 정열적인 양초, 위태롭지만 ‘빛나는 궁전’은 모두 시인 자신의 처지를 빗댄 표현이다.

에밀리 디킨슨과 밀레이는 여성 시인의 두 전형, 상반된 존재방식을 보여준다. 자신이 태어난 매사추세츠의 시골마을에서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았던 숫처녀(?) 디킨슨의 시가 건조하고 사변적이라면, 유부녀에다 애인까지 두고 대중의 인기를 누렸던 밀레이의 시에는 윤기가 흐른다.

[출전] A.W. Allison ed. The Norton Anthology of Poetry, W.W. Norton · Company, 1983, New York.



주간동아 2008.09.09 652호 (p6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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