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2

2008.07.01

거문도 등대야, 역사의 아픔 아느냐

남해 거문도

  • 글 · 사진 양영훈

    입력2008-06-25 14: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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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문도 등대야, 역사의 아픔 아느냐

    거문도등대 초입의 울창한 동백숲길.

    거문도는 행정구역상 전남 여수시 삼산면에 속한다. 흔히 하나의 섬으로 알고 있는 거문도는 사실 동도, 서도, 고도(古島)의 세 섬을 아우르는 지명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삼도’ ‘삼산도’라 불리기도 했다.

    거문도항이 자리잡은 고도는 남북으로 길쭉한 동도와 서도 사이에 위치한다. 거문도의 세 섬 가운데 면적은 가장 작으면서도 삼산면의 행정중심지이자 거문도의 관문이다. 고도와 서도 사이는 삼호교를 통해 육로로 쉽게 왕래할 수 있다.

    거문도항은 조선 말기에 일어난 ‘거문도사건’(1885년 4월15일~1887년 2월27일)의 역사적 현장이다. 지금도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의 항구답지 않게 번화하다. 면사무소, 파출소, 우체국, 여객선터미널, 수협 등의 공공기관과 여관, 식당, 슈퍼마켓, 유흥주점 등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거문도항에서 육로를 이용해 가봐야 할 곳으로는 거문도등대가 첫손에 꼽힌다. 서도 남쪽의 찻길 종점에서 ‘목넘어’라는 갯바위지대를 지나고, 다시 비탈진 나무계단과 1.6km의 동백숲길을 통과해야 등대에 당도한다. 한낮에도 어둑할 만큼 아름드리 동백나무와 상록수로 빼곡한 동백숲길은 우리나라 최고의 동백길로도 유명하다. 이 길이 끝나는 수월산(196m)의 남쪽 끝에 거문도등대가 서 있다.

    한국 최고의 동백숲길 간직, 몽돌해변 해조음 다정



    1905년 처음 불을 밝힌 거문도등대는 우리나라에서는 인천 팔미도등대 다음으로 오래됐다. 이 등대가 건립된 지 101년째 되던 2006년 여름에는 높이 34m의 새 등대가 준공됐다. 154계단을 통해 해발 약 100m의 등대전망대에 오르면 사방으로 펼쳐진 망망대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야가 쾌청한 날에는 멀리 백도까지 또렷하게 보인다. 여름철 이곳에서는 백도의 여러 섬 위로 태양이 솟아오르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거문도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해수욕장은 서도에만 두 곳 있다. 삼호교를 건너 거문도등대 가는 도중에 지나는 유림해수욕장은 폭 20m, 길이 200m의 아담한 모래해변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수역 안에 자리잡은 해수욕장답게 물빛이 깨끗하고 수심이 얕아서 아이들도 안전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급수대, 샤워장,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도 완비돼 있고 야영도 가능하다. 하지만 계단식 콘크리트 축대를 쌓는 바람에 해마다 백사장 폭이 좁아질 뿐 아니라 자연스런 멋도 크게 줄어들었다.

    서도리 마을 뒤편에 자리한 이곡명사해수욕장은 자갈이 깔려 있는 몽돌해변이다. 파도가 드나들 때마다 파도와 자갈이 서로 온몸을 쓰다듬으며 쏟아내는 해조음이 듣기 좋다. 화장실, 샤워장 등의 편의시설이 있고, 인근 마을에 민박집도 많아 피서를 하기에 괜찮다.

    거문도항에서 동쪽으로 28km가량 떨어진 백도는 상백도와 하백도로 나뉜다. 원래는 자잘한 섬이 100개쯤 된다고 해서 백도(百島)라 불렸다고 한다. 그러나 자세히 헤아려보니 100개에서 하나가 모자라 일 ‘백(百)’자에서 한 ‘일(一)’자를 뺀 흰 ‘백(白)’을 쓰는 백도(白島)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두 36개의 바위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췻빛 바다 위에 보석처럼 흩뿌려진 서방바위, 각시바위, 부처바위, 도끼바위, 매바위, 병풍바위, 곰바위, 삼선바위 등 다양하고도 독특한 형상이 절로 탄성을 쏟아내게 한다. 그래서 ‘다도해의 해금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거문도 등대야, 역사의 아픔 아느냐

    새 거문도등대의 등탑에서 본 옛 등대와 관백정(왼쪽), 거문도등대에서 바라본 백도 일출.

    백도의 여러 섬 가운데 규모가 큰 바위섬 위쪽에는 상록수가 울창해 원시적인 자연미를 물씬 풍긴다. 백도에는 희귀조류인 흑비둘기(천연기념물 제215호)를 비롯한 30여 종의 조류와 풍란, 석곡 등 희귀난초류, 그리고 눈향나무, 동백, 후박나무와 같은 상록수 등 353종의 식물이 자생한다. 연평균 수온이 16.3℃로 따뜻해 큰붉은산호, 꽃산호, 해면 등 170여 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어 환상적인 수중세계를 보여준다.

    여행 정보

    이것만은 꼭!

    거문도 등대야, 역사의 아픔 아느냐

    거문도 어판장에서 은갈치를 포장하는 모습.

    1. 서도 보로봉~불탄봉 트레킹 : 콧노래와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편안하고 아름다운 트레킹코스다. 이 코스의 능선길에서는 거문도등대, 삼호교, 거문도항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름철에도 대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에어컨처럼 시원해 더위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일정이 빠듯해 전 코스를 섭렵하기 어렵다면 365계단→보로봉→신선바위→유림해수욕장 등을 거쳐 거문도항으로 돌아오는 코스만 간다.

    2. 백도 유람선 일주 : 거문도까지 가서 백도를 보지 못했다면 안 간 것만 못하다. 거문도 절경의 절반 이상이 백도에 있기 때문이다. 몇 해 전 쾌속유람선이 취항한 뒤로는 항해시간과 뱃멀미가 크게 줄었다. 그래도 백도의 절경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하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3. 영국군 묘지 산책 : 거문도에서는 돌아다니기가 수월치 않다. 섬이 3개로 나뉘어 있는 데다 비싼 택시 외의 대중교통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문도항에서 영국군 묘지로 이어지는 산책코스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역만리 타국 땅에 잠든 영국 병사들의 무덤이 이채롭고, 골목길과 오솔길이 번갈아 나타나는 산책로 풍광도 아름답다.

    숙박

    거문도항 주변에 시랜드횟집모텔(061-665-1126), 거문장(061-666-8052), 백도장(061-666-8150), 섬마을민박(061-666-8111), 터미널민박(061-665-8281), 엑스포민박(061-666-8036) 등의 숙박시설이 많다. 해수욕장이 있는 서도에는 해뜨는집(061-665-1681)과 우정민박(061-665-5940), 장촌타운(061-665-1329), 장촌민박(061-666-8377) 등의 민박이 있다.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지만, 개방 등대인 거문도등대(061-666-0906) 관사에서 하룻밤 묵을 수도 있다. 펜션 수준의 신축건물인데도 이용료는 없고, 이용 희망일 2주 전까지 여수지방해양항만청(yeosu.mltm.go.kr)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맛집

    거문도항에는 백도횟집(061-666-8017), 산호횟집(061-665-5802), 매일횟집(061-666-8478), 여성호횟집(061-665-6372) 등이 몰려 있다. 갈치, 도미 등의 싱싱한 생선회뿐 아니라 매운탕, 김치찌개, 백반, 갈치구이정식 등을 내놓는다. 음식값과 메뉴는 엇비슷한 수준이다. 7월부터 10월 사이의 갈치잡이철에는 고소하고 쫀득한 은갈치회가 별미다.

    ■ 교통

    여수→거문도/ 여수여객선터미널에서 오션호프해운(061-662-1144)의 거문도사랑호와 청해진해운(061-663-2824)의 오가고호가 교대로 하루 2회(07:40, 13:40) 출항. 고흥 나로도의 축정항을 경유하며, 거문도까지는 약 2시간 소요된다. 여름철 성수기에는 여객선의 운항 횟수가 늘어나므로 반드시 사전에 문의, 예약해야 한다.

    녹동(고흥)↔거문도/ 청해진해운(녹동지점 061-844-2700)의 쾌속선이 평일 1회(08:00) 출항하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1회(14:00발) 증편된다. 소요시간은 1시간10분.

    백도유람선/ 거문항에서 청해진해운(거문도영업소 061-666-2801)의 쾌속유람선이 부정기 운항하므로 미리 전화로 출항 여부와 시간을 알아보는 게 좋다. 왕복 소요시간은 약 2시간30분.

    섬 내 교통/ 2대뿐인 승합차형 택시(017-661-1681)가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이다. 그리고 렌터카가 없는 대신 오토바이 대여점(현대오토바이 061-666-2732)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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