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2

2008.07.01

좌우익 경계 없는 예술동맹의 세계

  • 호경윤 아트인컬처 수석기자·계원예대 강사

    입력2008-06-25 09: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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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우익 경계 없는 예술동맹의 세계

    브루노 지론콜리 ‘앤트워프’ (1989~1991)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그러나 너무 많이 알면 더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배경 지식이 오히려 색안경이 되어 작품이 달리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작가의 국적과 나이, 성별부터 작품에 함의되어 있는 복잡한 콘텍스트까지 헤아리다 보면 정작 ‘본다’는 행위가 가져다주는 즐거움은 잃어버리게 된다.

    쇠고기 촛불집회가 벌어졌던 길(동십자각에서 삼청동 방향)에 자리한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한 전시의 제목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제목은 ‘연합’ 혹은 ‘동맹’이라는 뜻의 ‘The Alliance’. 다행히 전시는 시위가 광화문 일대로 제한된 이후에 열렸다. ‘The Alliance’전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26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국적, 나이를 막론하고 여러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가들이 ‘공동’의 목적을 위해 ‘한시적’으로 모였다. 마치 촛불을 들고 이곳저곳에서 모여든 시민들처럼 말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온 26명의 작가 독특한 작품세계 선보여

    좌우익 경계 없는 예술동맹의 세계

    짐 드레인 ‘iii open iii closed’ (2007)

    전시 오프닝날 열린 파티에서 DJ를 맡고 이번 전시의 사운드트랙을 만든 하우위 비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유대인이다. 그는 비욕, U2, 빔 벤더스 등과 음악 작업을 하고, 패션하우스 포르나리와 함께 패션디자인으로 영역을 넓힌 예술가다. 2003년 베니스비엔날레 오스트리아관을 대표했던 작가 브루노 지론콜리는 판화와 조각을 주로 이용한다. 언뜻 보면 그로테스크하고 사디스트적이지만, 그의 거대한 작품 안에는 아름다움과 아이러니가 공존한다.

    나이에 비해 너무나 섹시하고 노동집약적인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 켄 프라이스. 1935년에 태어난 그는 추상적 형태의 세라믹 조각으로 유명해졌으나, 여러 겹의 페인트를 칠하고 그것을 다시 모래로 문지르는 과정을 통해 예기치 않은 사이키델릭한 색감이 드러나는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로 풍경과 정물, 공상과학 소설 속 이미지와 원시부족 등을 그리는 번 도슨과 토끼·고양이·여우 등 친숙한 동물의 머리를 도자기로 표현하는 장리라까지 참가작가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형태’에 관한 질문 아래 모인 작가와 기획자는 전시 공간에서 다시 한 번 동맹/연합 관계를 맺는다. “기발함과 더불어, 단단한 기반 위에서 여림과 강함의 부조화가 감각적으로 엮인다”고 자평하는 기획자 김승덕과 프랑크 고트로의 말처럼 이번 전시는 일정한 주제는 없는 대신 작품과 작품의 행간을 ‘느끼는’ 전시다.



    정치에서 동맹/연합이란 좌익이든 우익이든 정당 명칭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더구나 좌와 우로만 나눌 수 없고, 영원한 동지도 없는 이 시대에 우리는 유연한 태도로 동맹/연합 관계를 맺어야 한다. 철저히 상업적 목적으로 생겨난 아트페어를 ‘전시’로 바라보는 것, 또한 상업화랑에서 ‘전시’를 바라보는 것. 이 모두 동시대 미술계의 유연한 동맹(Elastic Alliance)의 징후들이다. 그리고 관객은 그저 ‘눈의 호사’를 누리면 된다. 전시는 6월12일부터 7월13일까지 두아트서울에서 열린다. 문의 02-2287-3500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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