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2

2008.07.01

미스터 주부 시대 활짝

  • 한지엽 한지엽비뇨기과 원장

    입력2008-06-23 17: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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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 주부 시대 활짝

    일러스트레이션·박진영

    셔터맨, 온달족, Mr. 주부…. 집에서 살림하거나 아이를 돌보는 남성 전업주부를 일컫는 말이다. 미국에선 이들을 ‘트로피 남편’ ‘미스터 맘마’ ‘홈 대드(Home Dad)’라고 부른다.

    영화 ‘미스터 주부 퀴즈왕’에서 6년차 ‘Mr. 주부’ 역을 맡았던 한석규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가사 관리는 물론, 천부적인 감각을 자부하는 일명 ‘엘리트 전업주부’로 활약했다. 이제는 TV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Mr. 주부를 만나는 것이 전혀 낯설지 않다. 그만큼 남성 전업주부가 늘어난 것이다. 으레 익숙지 않은 집안일로 실수하거나 앞치마를 입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느 온라인 취업사이트가 직장인 10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남성의 33.1%가 “배우자의 수입이 많으면 집에서 살림만 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가정에서 가사, 육아에 대한 남성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엄마=집에 있는 사람, 아빠=돈 벌어오는 사람’이라는 공식은 거의 깨졌다.

    1997년의 외환위기는 남편과 아내의 자리 변동을 가져왔다. 남편들이 직장에서 밀려난 대신 자기 성취욕이 강한 아내들이 생활전선에 뛰어들면서 각계각층에서 여성 파워를 과시하게 된 것이다. 21세기는 완력과 근력이 아닌 섬세함과 창의력을 요구하는 여성의 시대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중년 여성들이 마침내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여성이 경제력을 갖게 되면서 남성들은 더 이상 경제력을 무기로 여성의 자유와 본능을 억누를 수 없게 된 셈이다. 여성이 성(性)욕구 충족에서 수동적 태도를 버리고 적극적인 자세로 변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가사를 남녀의 성에 따라 분담하던 시대는 지났다. 살림과 육아는 누가 맡아도 결코 만만치 않다. 따라서 남성 전업주부에 대한 세간의 편견이나 주위의 입방아에 아랑곳하지 않는 여유와 배짱이 있어야 한다. 누가 앞치마를 두르든 그것은 편견과 피곤함의 대명사가 아니라 평등과 화목의 상징이 돼야 한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집안일을 담당해야 한다면, 여성 남성을 구분하기보다는 누가 어느 쪽을 더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느냐에 따라 일을 구분하는 게 백번 효율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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