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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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톡톡, 감동 쑥쑥 문자메시지 그 매력이여!

쑥스러운 인간관계 잇는 훌륭한 매개체 소통 넘어 전화기 수집 열혈팬도 생겨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입력2008-06-23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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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 톡톡, 감동 쑥쑥 문자메시지 그 매력이여!

    영화배우 김영호 씨.

    풀이 좋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이 좋다. 오색 빛 아니어도 내 마음에 쏙 아이 얼굴처럼 사랑이 든다.’‘숲 사이로 바람이 놀면 강아지는 꼬리를 잡는다. 흔들리는 보라색 들꽃 사이로 바람이 보인다.’

    영화배우 김영호 씨는 지인들 사이에서 ‘휴대전화 시인’으로 통한다. 그는 매일 많게는 20여 명, 적게는 한두 명의 지인에게 자신의 느낌을 담은 ‘문학적’인 문자메시지 한 통을 보낸다.

    “혼자 낙서하는 것을 즐겨요. 쪽지에 글을 적고 버리고 하다가, 2년 전에 이런 문자를 아는 분께 한번 보냈더니 많이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보내고 있어요.”

    영화 ‘밤과 낮’의 홍상수 감독과 함께 출연했던 배우 황수정 씨, 이전에 함께 작업했던 ‘이산’의 이병훈 PD, 탤런트 배종옥 씨와 유준상 씨 등이 그의 휴대전화 문학 독자다. 그의 휴대전화 문학에는 나름의 법칙이 있다. 모든 감정을 문자메시지 한 통에 다 담을 것. 그래서 간혹 길게 쓰고 싶어도 최대한 ‘엑기스’만 남기고 잘라낸다.

    “제게 휴대전화는 장난감이죠.(웃음) 문자도 보내고 혼자 사진도 찍고…. 혼자 끼적이며 놀다가 문자를 보내는 것으로 주위 사람들과 느낌을 나눠요.”



    휴대전화의 매력으로 문자메시지를 통한 소통방식을 꼽는 이들이 많다. 성균관대 대학원 최형진 교수(휴대폰학)도 그중 한 사람이다. 최첨단 기술을 연구하지만 그 역시 문자메시지로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모든 감정 담아 주위 사람들과 교감

    정성 톡톡, 감동 쑥쑥 문자메시지 그 매력이여!

    제일기획 이정락 상무.

    “말로 하기엔 좀 쑥스러운 상황을 해결하는 데 이용해요. 예를 들어 아내와 작은 다툼을 벌인 후, 잘못은 했는데 그렇다고 마주 앉아 잘못했다고 하기엔 쑥스러운 경우에 문자메시지로 ‘아까는 내가 좀 너무했지? 미안해요’라고 사과하는 거죠. 아내 역시 제게 비슷한 방식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편이에요.”

    자녀들과도 자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다는 최 교수는 “하루에 주고받는 문자메시지는 많지만, 그래도 가장 정겨운 것은 가족과 나누는 짧은 문자메시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때로 휴대전화는 소소한 해프닝과 추억을 만드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KTF ‘쇼를 하라’ 시리즈의 광고기획제작을 총괄 지휘한 제일기획 이정락 상무에게도 자신의 광고처럼 재미난 해프닝이 있었다.

    “한번은 회사 동료 여직원에게 문자가 왔는데 ‘상무님, 저 사랑…’이라고 써 있는 거예요. 옆에 아내가 있어서 함께 메시지를 봤는데 깜짝 놀랐죠. 그런데 제대로 읽어보니 ‘상무님, 저 사랑니 뽑으러 가서 지각합니다’라는 내용이었어요.”

    한편 휴대전화는 사회적으로 소통 범위를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한국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에게 휴대전화는 좀더 애틋하고 고마운 기기다.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그와 같은 청각장애인들은 처음으로 원거리 통신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팩스를 이용하거나 지인에게 부탁해 유선전화로 이야기를 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급한 용무를 처리하는 데 불편할 뿐 아니라, 타인에게 의존해야 하는 탓에 프라이버시를 존중받기 어려웠다. 휴대전화는 그동안 겪은 이러한 어려움을 일거에 해소하는 획기적인 기기였다.

    “휴대전화 한국의 대표문화 될 것”

    정성 톡톡, 감동 쑥쑥 문자메시지 그 매력이여!

    한국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 휴대전화는 청각장애인들에게 소중한 소통수단이다.

    1996년 처음 휴대전화를 장만한 뒤 “정말 행복했다”는 변 회장은 비장애인인 막내딸이 사춘기였을 때 문자메시지로 소통하면서 딸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는 “3G 시대에 접어들면서 영상통화를 통해 수화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휴대전화 메시지 사용이 늘면서 많은 청각장애인의 국어실력도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 영상통화요금이 비싼 까닭에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청각장애인들에겐 부담이 크다”며 아쉬워했다.

    휴대전화는 현대사회의 기술 발전을 보여주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경기 여주에 국내 최초로 폰 박물관을 연 이병철 관장은 지난 8년간 1600여 점의 휴대전화를 모았다.

    “아내가 처음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찾으니 없는 거예요. 같은 모델을 구하려고 여기저기 고물상을 다니며 몇 달을 뒤졌는데 결국 찾지 못했어요. 얘기를 들어보니, 예전 휴대전화는 해외에 수출하거나 부품을 재활용하기 위해 파기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휴대전화 박물관을 계획하게 됐죠.”

    휴대전화에 대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촘촘하고 짜임새 있게 휴대전화를 수집해왔다. 1988년에 나온 1세대 휴대전화에서부터 해외에 수출하는 국내산 휴대전화, 전 세계적으로 1000만대 판매를 넘긴 베스트셀러 휴대전화까지 모두 수집했다. 그의 박물관에서는 휴대전화를 통해 한국 정보기술(IT)의 발전사는 물론 사회·경제·문화사도 함께 읽을 수 있다.

    “휴대전화야말로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꼽히는 기술인데 그 족보가 사라지면 안 되잖아요.휴대전화는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입니다. 저희 박물관도 10~20년 뒤에는 세계 최고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통 사장님들의 휴대전화 사용법은

    영상·문자 적극 활용…답장 없어 살짝 서운


    정성 톡톡, 감동 쑥쑥 문자메시지 그 매력이여!

    KTF 조영주 사장, LGT 정일재 사장, SKT 김신배 사장(위부터 시계 방향).

    이동통신시장을 이끌고 있는 SKT, KTF, LGT의 최고경영자(CEO)는 어떤 방식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할까. 이동통신사의 리더들에게 휴대전화는 좀더 유용한 소통수단이다.

    SKT 김신배 사장은 자신의 휴대전화 컬러링을 SKT 광고의 캠페인송인 ‘되고송’으로 바꿔 화제다. 김 사장은 또한 이동통신기기의 얼리 어답터이기도 하다. SKT 측은 김 사장이 CDMA와 WCDMA 복합망 전략에 따라 두 종류의 휴대전화를 이용하며, 최근에는 신상품 햅틱폰으로 바꿔 풀 브라우징 서비스와 풀터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KTF 조영주 사장과 LGT 정일재 사장은 사원들과의 소통에 휴대전화 영상 및 문자메시지를 적극 활용한다. 조 사장의 경우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 때 KTF 임직원과 대리점 사장들에게 영상메시지를 보냈고, 정 사장은 3~4개월에 한 번 정도 특정 기념일이나 800만 가입자 달성 같은 행사가 있을 때 문자메시지를 보낸다고 한다.

    이에 대한 임직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CEO가 권위적인 소통 방식이 아닌, 영상 및 문자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다가와 친근감이 느껴진다”는 평. 그러나 아무래도 ‘사장님께 답장 메시지를 띄우기’는 부담스러웠던지 답신율이 그리 높지 않아 사장님들이 살짝 서운해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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