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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휴대전화 혁명

건강진단에 홀로그램 ‘야동’까지 빈틈없는 하루 숨가쁘네

2018년 호모 모빌리쿠스 M씨의 24시…4G 모바일 유토피아 모든 상상 실현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건강진단에 홀로그램 ‘야동’까지 빈틈없는 하루 숨가쁘네

건강진단에 홀로그램 ‘야동’까지 빈틈없는 하루 숨가쁘네

일러스트레이션·임혜경

“10년 뒤 휴대전화요? 그걸 어떻게 예측해요?”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요즘, 휴대전화의 미래에 대해선 모바일 분야 전문가들조차 섣불리 답하지 못한다. 하지만 미래 생활에서 휴대전화가 지금보다 더욱 생활에 밀착된 중요한 수단이 되리라는 것, 그리고 기술과 서비스의 진화는 상상 이상일 것이라는 답만은 한결같다. 지금으로부터 10년 뒤, 호모 모빌리쿠스 M씨의 휴대전화 생활을 가상으로 구성해봤다.

홀로그램 영상통화 “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삐릿!’ 아침 7시. 침대맡에 놓인 휴대전화에서 신호음이 울리자, 커튼이 젖혀지고 커피포트에서 물이 끓기 시작한다. 이어 휴대전화에서 들리는 소리.

“오전 7시, 화창한 초여름 아침입니다. M님은 지난밤 5시간 30분간 수면을 취했습니다. 수면량이 조금 부족하지만 건강상태는 양호합니다. 신체나이는 32.3세. 실제보다 두 살 이상 높게 측정됩니다. 하루 한 시간 이상의 적절한 운동과 비타민 섭취를 추천합니다. 다음은….”

“이제 그만!” 가까스로 일어나 여느 때처럼 샤워를 한 뒤 출근 준비를 한다. 아침식사 시간에는 주로 하루 스케줄과 뉴스를 확인한다. 물론 휴대전화를 통해서다.



“스케줄 확인, 오디오 뉴스, 경제와 스포츠 섹션, 탤런트 A의 목소리.”

명령어를 외치자 인기 탤런트 A양이 뉴스를 들려주고 휴대전화 액정화면에는 스케줄 표가 뜬다. 오늘은 지방에 계신 어머니의 생신이다.

“영상통화 연결, 어머니.” 2, 3초 연결음 뒤 어머니의 홀로그램 영상이 화면 밖으로 튀어왔다.

“아들~.” “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그래, 우리 아들이 최고네! 그런데 아침은 챙겨 먹었니? 빨리 장가가야지~.” “아휴, 엄마는 아침부터….”

2018년이면 3G가 아닌 4G 시대다. 무엇보다 정보전송 속도가 빨라진다. 지하철이나 고속철에서도 휴대전화를 사용해 초고속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더불어 휴대전화 자체도 기술적으로 급속히 발전할 것이다. 킬러 애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엄청난 인기를 누리게 될 핵심 상품이나 서비스)으로 유비쿼터스가 있다. 즉 휴대전화를 중심으로 홈네트워크를 조절하는 것은 물론, U헬스케어 서비스를 이용해 건강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원격 의료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_성균관대 대학원 휴대폰학과 최형진 교수

10년 후 휴대전화 액정화면은 크게 ‘비고정’형과 ‘입체영상’형으로 나뉠 것으로 전망된다. ‘접이식 디스플레이’의 상용화는 수년 내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좀더 자유로운 형태의 4인치 이상 대형 디스플레이를 휴대전화에 쉽게 장착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기존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3차원 디스플레이 기술인 ‘홀로그램’이 채용될 가능성도 있다. 홀로그램은 실험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방식이지만, 대중화될 경우 지금은 상상조차 어려울 정도의 작은 휴대전화와 대형 화면의 조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음성인식 기능, 별도의 충전기를 연결하지 않고도 충전할 수 있는 무접점 충전도 상당 부분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_LG전자 기술전략팀 이우석 대리


휴대전화, 퍼스널 허브의 탄생

나는 3개의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 2개는 개인용이고 다른 1개는 회사에서 지급해준 것으로 주로 업무용으로만 쓴다. 시계, 단추, 만년필 등 휴대전화 기능이 일부 포함된 액세서리를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많아진다. 그날그날 기분과 필요에 따라 다른 종류의 휴대전화를 갖고 나간다. 오늘은 회의에서 발표자로 나서는 만큼 지난달 장만한 최신 휴대전화를 가져갈 생각이다. 홀로그램 영상이 선명해 프레젠테이션에 유용할 것이다.

출근길 지하철 안의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휴대전화로 뭔가를 하느라 분주하다. 글을 읽거나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누군가와 끊임없이 통화한다. 휴대전화 덕에 모든 시간을 빈틈없이 보내는 셈이다. 휴대전화가 생활에서 중심 구실을 하자 일부에선 휴대전화를 신체 일부에 장착하자는 주장도 내놓는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한 이야기지만 혹시나 있을 위험성 때문에 법적인 허가는 아직 나지 않았다.

지하철 안에서 어머니 생신선물을 골랐다. 모바일 전문 쇼핑몰에서 어머니의 나이와 원하는 가격대를 입력하자 3차원 입체영상의 추천 선물 팝업 광고가 화면 밖으로 쏟아진다. ‘광고삭제, 사이트 내 광고영상 차단!’ 선물 목록을 찬찬히 훑어본 뒤 요즘 60대 여성 사이에서 유행하는 모 명품 브랜드의 목걸이형 휴대전화를 골랐다. 이 제품은 특히 U헬스케어 기능이 강화돼 있어 어머니에게 유용할 것이다. 가격이 부담스러워 휴대전화결제 서비스를 이용해 3개월 할부로 결제했다. 휴대전화에 결제완료 메시지가 뜨고 ‘지난달 지출액의 20%를 초과했습니다. 무분별한 휴대전화결제 남용은 당신을 파산으로 이끌 수도 있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이어졌다. 휴대전화결제 서비스가 확대되는 만큼 신용불량자 수도 급격히 늘다 보니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뜨끔하다.

휴대전화 및 이동통신과 관련된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새롭게 떠오를 것이다. 휴대전화 플랫폼 인프라 사업, 휴대전화 검색기반의 광고사업과 이를 확장한 모바일 커머스 사업 등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특히 모바일 광고시장은 향후 10년간 약 30%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돼 큰 기대를 모은다.

_KTF 기업전략팀 김윤식 차장

휴대전화결제는 2001년 850억원이던 시장규모가 2007년 1조3000억원으로 15배나 증가했다. 현재 소액 위주의 디지털 콘텐츠 분야는 휴대전화결제 비중이 80%를 넘는다. 미래에는 교통카드, 보험, 공과금 납부 등 실생활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결제수단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국가간 휴대전화결제 서비스가 활발히 도입될 것이다. 단순히 결제 수단이 다양화되는 데 그치지 않고, 결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상거래시장 자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_다날 사업본부 유승수 이사


모바일 유토피아의 함정

건강진단에 홀로그램 ‘야동’까지 빈틈없는 하루 숨가쁘네

외국의 한 디자이너가 고안한 5×5cm 크기의 접는 휴대전화 디자인.

오늘도 지각이다. 휴대전화를 갖고 회사에 온 이상 지각 사실은 이미 회사 데이터에 기록됐을 것이다. 특히 우리 부장은 지각을 혐오한다. 그는 휴대전화가 인류에게 미친 해악 가운데 하나는 시간 계획과 준비, 그 엄수의 중요성을 깨뜨리고 즉흥적인 인간을 대량 양산하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실제로 휴대전화의 시작과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우리 세대의 경우 부장 같은 윗세대보다 시간 약속에 엄격하지 못한 편이다. 약속에 늦을 것 같으면 언제든 전화를 걸어 시간을 조절할 수 있으니 말이다. 계획 없고 즉흥적으로 보이지만 유연한 처사이기도 하다.

어쨌든 출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가 시작됐다. 오늘은 중국 상하이 지사 사업팀과 함께 하는 원격 영상통신 회의다. 모두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오늘 논의할 자료를 주고받았다. 마지막 순서는 나의 프레젠테이션. 홀로그램 영상을 띄우려는 순간 갑자기 ‘팟~’ 하는 소리와 함께 휴대전화의 작동이 멈춰버렸다. 요즘 한창 번지고 있다는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았다. 앞서 전송받은 자료에 문제가 있었던 듯하다. “자료를 받기 전에 백신 점검은 기본 아닌가!” 부장의 질타가 이어졌다.

어설프게 허둥지둥 발표를 마친 뒤 이동통신사에 연락해 모든 서비스의 일시정지를 요청했다. 무엇보다 바이러스로 개인정보가 새어나간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특히 금융 관련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면 보통일이 아니다. 편리에는 늘 독이 따르게 마련인가.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를 것이다. 모든 망을 통해 국가 혹은 거대조직의 감시체계가 더 촘촘해진다. 더불어 휴대전화 바이러스가 사회적인 문제로 새롭게 도출될 것이다.

_김원석 전자신문 기자, ‘호모 모빌리언스’ 저자


끊임없이 소통하지만 여전히 외로운 호모 모빌리쿠스

오후에 휴대전화 수리를 맡겼다.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2시간 동안 휴대전화가 손에 없다는 사실에 약간의 초조함과 불안감이 느껴졌다. 나 역시 중독인가. 최근 일부 시민단체에서 하루 1시간 휴대전화 꺼놓기 운동을 벌인다는 데 한번 참여해봐야 할 듯하다.

저녁에는 회사 사람들과 간단히 회식을 했다. 집으로 오는 길, 휴대전화 U헬스케어 서비스에서 경고 메시지가 뜬다. 결국 헬스장에 들렀다. 러닝머신을 하며 휴대전화로 영상을 본다. 휴대전화에 맞게 특별 제작된 영상은 극장 상영용 영화보다 길이는 짧지만 속도가 빠르고 이미지는 더 강렬하다. 2시간 운동하는 동안 3편을 봤다.

집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는 동안 휴대전화에서 무작위로 소개하는 음악을 듣고, 이어 모바일 가상현실 공간에 접속해 시간을 보낸다. 문득 혼자 사는 노총각에게 휴대전화가 없었다면 정말 삭막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어 오랜만에 위치추적 서비스로 3개월 전 헤어진 여자친구를 찾아봤다. 하지만 상대 동의가 없는 위치추적은 역시 불가능하다. 오랜만에 이별을 실감한다.

결국 다시 한 시간가량 모바일 게임을 하다, 휴대전화 홀로그램 영상으로 ‘야동’을 본다. 홀로그램 야동이 처음 나왔을 당시에는 무척 신기하고 생생했는데 이젠 슬슬 지겨워진다. 물론 앞으로 더 신기하고 생생한 무엇인가가 등장하겠지만 말이다.

언제 어디서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휴대전화는 언뜻 보면 커뮤니케이션의 유토피아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하지만 소통을 많이 하면 할수록 소통의 아우라(Aura)나 의미의 진정성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서구의 철학자 중에는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인간은 훨씬 더 큰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낄 것으로 예측하는 이들이 많다. 진정한 자아의 성취는 내적 성찰과 사유를 통해 이뤄지는데 휴대전화가 중심인 삶에서는 그런 기회가 줄기 때문이다.

_김성도 고려대 언어학과 교수, ‘호모 모빌리쿠스’ 저자




주간동아 2008.07.01 642호 (p48~50)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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