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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창|‘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69’

68혁명 세대의 무력한 자화상

  • 이명재 자유기고가

68혁명 세대의 무력한 자화상

68혁명 세대의 무력한 자화상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파키스탄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진보 성향의 지식인 타리크 알리라는 인물이 있다. ‘뉴 레프트 리뷰’라는 좌파 잡지 편집위원 등으로 알려진 알리의 진보적 의식은 젊은 시절 자신이 그 전위에 섰던 68혁명을 통해 형성됐다. 그가 당시 헨리 키신저와 베트남전쟁에 대해 생방송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토론이 있은 뒤 그에게 전화를 걸어온 유명인사가 있었다. 그의 토론에 감명받았다면서 만남을 청한 사람은 바로 영화배우 말론 브랜도였다.

타리크 알리에게 전화를 걸어온 말론 브랜도는 몇 년 뒤 문제적 영화에 출연한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다. 걸작이냐 포르노일 뿐이냐. 이 논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은 이 영화에서 68혁명 세대의 무력한 자화상을 보고 좌절로 끝난 1960년대와의 작별인사를 듣는다.

영화에서 남녀 주인공이 미치도록 빠져드는 섹스에 대한 탐닉은 “나는 혁명을 생각할 때면 섹스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68혁명의 슬로건을 떠올리게 한다. 감독인 베르톨루치도 68혁명의 실패에 좌절했던 인물이었음은 물론이다.

올해 5월은 68혁명이 40주년을 맞는 달이다. 진원지였던 프랑스에선 68혁명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하는 논쟁이 한창 벌어졌다. 그런 가운데 68혁명에 대한 극단적인 평가가 엇갈렸다. 반(反)68 일파에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서 있다. 그는 “68년의 관에 마지막 못질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선 68혁명 40주년이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한국의 68년이면 당시 서구사회의 68년을 휩쓸었던 자유와 저항의 물결에서 비켜나 있던 해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68’을 기성의 금기에 대한 도전이자 문화적 저항이라고 본다면 지금의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을 영화화한 일본 영화 ‘69’는 친구들을 선동해 바리케이드 투쟁을 벌이는 얘기다. 철부지 소년들의 행각을 가볍고 유쾌하게 그린 이 영화는 “금지를 금지한다”는 68 슬로건에 대한 블랙유머 같기도 하지만, 또 한편 68의 진짜 시대정신이 숨어 있다. 청춘의 정신, 즉 도전과 저항의식이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모든 영웅신화는 먼저 집을 떠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이때의 집은 물리적 거처가 아니라 기성의 제도와 가치관이다.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떠날 때 새로운 지평이 열린다. 취직 걱정으로 청춘을 맛보기도 전에 시들어버리는 한국의 젊은이들. 이들에게 ‘68’은 못질이 아닌 되살려야 할 21세기적 덕목이다.



주간동아 2008.06.03 638호 (p78~78)

이명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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