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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창|‘화엄경’과 광우병

가축에 대한 인간의 횡포와 만행

  • 이명재 자유기고가

가축에 대한 인간의 횡포와 만행

가축에 대한 인간의 횡포와 만행

‘화엄경’

광우병 사태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광우병’이라고 부르는 것이 과연 옳은가다. 광우병이 아니라 ‘광인병(狂人病)’이 맞는 게 아닌가. 미친 것은 소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어주는 이 어질고 선한 동물은 자신이 잘못해 미친 게 아니다. 소는 오히려 동정을 받아 마땅한 피해자인 것이다.

동양의 정신사적 전통에서 소가 어떤 동물이었는지를 생각하면 우리는 소에게 더욱 고개를 숙여야 한다. 소는 불성(佛性)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수행을 통해 본성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비유한 그림 ‘십우도(十牛圖)’도 소의 불성을 표현한 것이다.

1993년 개봉된 장선우 감독의 ‘화엄경’은 소년 선재의 만행(漫行)을 통해 화엄경의 가르침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포스터에는 선재가 소를 타고 가는 모습이 실려 있는데, 이 신령스런 영화 분위기에 이처럼 어울리는 동물이 또 있을까.

광우병 사태는 소를 넘어서 동물, 특히 인간의 친구인 가축에 자행하는 인간의 횡포와 만행을 되돌아보게 한다. 세계적 유제품 대기업인 배스킨라빈스의 상속자 존 로빈스는 부귀와 명예가 보장된 자리를 박차고 나와 현재 환경보존 운동에 투신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공장식 가축 사육장의 처참한 현실을 고발했는데, 그건 지옥을 방불케 하는 것이었다.

스트레스 때문에 자신의 몸을 해치는 걸 막기 위해 부리와 발톱이 잘린 채 비좁은 철창에서 사육되는 닭, 태어나마자 어미에게서 떨어져 철분이 결핍된 사료를 먹고 상자 같은 우리에 갇혀 자라는 송아지, 극도의 공포심으로 마침내 미쳐버려 서로의 꼬리를 물어뜯는 돼지. 에너지 소비를 막기 위해 운동도 거의 안 시킨 탓에 대부분의 가축은 심각한 질환에 시달린다고 한다. 사육되는 닭의 90% 이상이 닭암(이런 병도 있다면)에 걸렸고, 돼지의 80% 이상이 도살 시점에 폐렴에 걸려 있다. 존 로빈스는 “모든 창조물은 성좌에 나름의 자리가 있다”고 말하며 이 잔혹극을 그만둬야 한다고 호소한다.



‘월레스와 그로밋’이라는 영국의 클레이 애니메이션에서 그로밋은 바흐의 음악을 들으며 뜨개질하는 개다. 그로밋이 덤벙대는 주인 월레스를 보살피고 구해주는 걸 보면 누가 주인인지 착각할 정도다. 영화 속 상황이지만, 인간에게 인간의 바흐가 있듯 개에게는 개의 바흐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우리가 그들의 세계를 모를 뿐이다. 그 ‘동물적인’ 세계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는 것, 그럴 때 인간은 좀더 인간다워질 것이다.



주간동아 2008.05.20 636호 (p76~76)

이명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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