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2

2008.04.22

티격태격 싸워야 오래 산다

  • 한지엽 한지엽비뇨기과 원장

    입력2008-04-14 16: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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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격태격 싸워야 오래 산다
    결혼 전에는 다들 결혼만 하면 말다툼 한번 하지 않고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부부가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부부싸움을 빗댄 속담으로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가 있다. 싸움이 벌어지더라도 잠시 후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희희낙락하게 된다는 뜻이다.

    ‘화를 참으면 병이 된다’는 옛말도 있지만 “아내(남편)에 대한 화를 억누르는 사람들은 빨리 죽는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 미시간대학 연구진에게서 나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수백명의 대상을 두 집단으로 나눠 40년 가까이 추적 관찰하면서 사망률을 비교했다. 남편과 아내 모두 분노를 억누르는 부부와 둘 중 하나라도 분노를 터뜨리고 갈등 해결을 모색하는 부부 집단이 그것이다. 그 결과 분노를 억누르는 부부 중 50%는 어느 한쪽이 사망한 반면, 누구라도 분노를 터뜨린 부부는 25%만이 사망했다. 결국 ‘티격태격 부부싸움을 하는 부부가 그렇지 않은 부부보다 오래 산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부부가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죽자 사자 싸우라는 건 아니다. 상대에게 자신이 화가 났음을 알리고 ‘합의를 이끌어내라’는 얘기다. 결혼생활에서 부부싸움은 동전의 양면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위기 극복을 잘하면 부부싸움이 가정생활의 보약이 될 수 있지만, 잘못 방치하면 독이 된다는 말이다. 부부싸움은 규칙을 지켜야 하는 일종의 게임이다. 따라서 해서는 안 되는 말과 행동이 있다. 건강한 부부일수록 ‘잘’ 싸운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싸우느냐는 것이다. 싸움의 형태가 폭력적이 아니라면 서로의 차이점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불가피한 면이 있다.

    미시간대학 하버그 교수는 연구 결과의 결론으로 “우선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상대의 견해뿐 아니라 자신의 견해도 잘 살펴야 한다. 그런 뒤 문제 해결을 위해 상상력을 발휘하라”고 말한다. 이에 더해 “문제 해결을 위한 상상력이 빈곤한 사람은 분노가 응어리져 신체의 생존 시스템이 취약해진다”고 덧붙였다. 건강한 상상력을 현실로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만족스런 성생활을 위해서도 가장 합당한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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