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2

2008.04.22

의회 장악 3면이 우군 MB노믹스 파워 스타트

‘일하는 대통령’최상의 환경 조성… “포용하고 타협하라” 국민 선택 존중해야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8-04-14 15: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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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을 보면 갑갑할 때가 있다. 도무지 정치에 재미를 못 느낀다. 관심도 크게 없다. 사람 모아서 으ㅆㅑ으ㅆㅑ일하는 것만 좋아한다. 일만 잘하면 임기를 마친 뒤 호평받으리라 여긴다. 꼭 그런 건 아닌데….”

    이명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측근 참모로 이번 18대 총선에 서울에서 출마해 신승(辛勝)한 K씨는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칠 때 공천과정의 전략 부재를 비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정치를 잘 모른다” “정치를 지나치게 경원시한다”는 게 그의 걱정이다.

    여기서 잠시, 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 기자들과 가진 식사자리의 대화를 들어보자. 어떤 기자가 이 대통령에게 물었다.

    “불도저라는 지적이 있는데, 원래 스타일이….”

    이 대통령의 표정이 일순간 일그러졌다. 그는 면전에서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들으면 얼굴에 표가 나는 경우가 많다.



    “도대체 누가 그러더냐? 나는 절대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절대로 불도저가 아니다. 오랫동안 검토하고, 생각하고, 토론한다. 그리고 맞다고 여겨지면 반드시 실천한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일하는 스타일의 장점을 오랫동안 얘기했다. 그의 말이 끝난 뒤 다른 기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광석화처럼 답이 나왔다.

    “나는 반대한다. 5년 단임이 좋은 제도다. 눈치 보지 않고 일할 수 있다. 서울시장으로 일하면서 당초에 하기로 마음먹은 일을 단계적으로 다 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시민들이 인정해줬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그렇게 할 것이다.”

    “정치를 잘 모른다”는 이 대통령을 둘러싼 국회 환경은 적어도 ‘일하는 측면에선’ 매우 좋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과반의석(152석)을 확보해 16년 만에 첫 여대야소 국회를 열었으나 재보선에서 잇따라 패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국회 과반수이던 기간은 딱 1년이고, 엄밀하게 말해 일한 시기로 따지면 1년이 채 안 된다.”(노무현 전 대통령)

    보수진영 200석 … 밀어붙이기 우려

    이 대통령은 2012년 19대 총선 때까지는 국회 모든 상임위원회를 압도적으로 장악한 보수그룹의 도움을 받으면서 일할 수 있다. 범보수로 분류되는 자유선진당(18석), 친박연대(14석), 보수계 무소속(18석)은 한반도대운하를 제외하곤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체로 동조한다. 친박(親朴·친박근혜) 인사들은 한나라당 복당 의사를 공언하기도 한다.

    법인세 인하를 예로 들어보자. 한나라당은 경제성장과 투자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율을 일부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려 한다. 창조한국당은 법인세 인하에 반대한다. 통합민주당은 조건부 반대다. 그러나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의 주장은 한나라당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한마디로 18대 총선에서 보수진영이 200석 넘는 의석을 차지함으로써 이 대통령이 자랑한 ‘일처리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환경은 오롯이 갖춰진 셈이다. 일각에서 이 대통령이 ‘밀어붙이기’ ‘독주’에 나서리라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일부에선 이재오 의원 낙선과 친박그룹의 약진으로 한반도대운하 정책이 모멘텀을 잃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청와대는 상대적 다수인 여론 반대를 극복하고 대운하를 관철할 태세다. 청와대 한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자.

    “ 대운하? 한다. 총선 공약에서만 뺐을 뿐 안 한다고 밝힌 적 없다. 5월엔 공식기구도 출범할 계획이다. 국민을 설득할 것이다.”

    대운하를 다루는 기구는 ‘로드맵’이 아닌 ‘액션 플랜’을 다듬는 곳이다. 복수의 참모들에 따르면 대운하는 이 대통령이 ‘하기로 마음먹은 일’인 것으로 보인다.

    법률 개폐가 필요한 감세,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지주회사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은 새 국회가 열리자마자(6월 중)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MB노믹스가 질주에 나서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반대하는 교원평가제도와 사립학교법 재개정도 마찬가지. 다만 여론의 질타가 거셌던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영어 몰입교육)은 중장기 과제로 다룬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우군(友軍)은 ‘의회권력’뿐만이 아니다. ‘투자’라는 칼자루를 쥔 대기업도 이 대통령의 정책 방향을 대체로 지지하고 있다. 통합민주당 후보들은 18대 총선에서 이명박 정부가 대기업만 살리는 ‘그들만의 부자 프렌들리’ 정책만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3월28일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대기업 프렌들리라는 비판이 두려워 소극적으로 하면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대기업 규제를 없애지 못한 것은 이데올로기적, 정치적 측면도 있다. 정책을 펴나갈 때는 어떤 것은 여론을 따라야 하지만 어떤 것은 여론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대운하 등 MB 리더십 본격 시험대

    미국도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한 이 대통령에게 화답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 첫 한국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와 관련해 방위산업에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 미국이 MD(미사일 방어)와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 가입을 ‘압박’하면서 군산복합체의 한국 진출을 비롯한 ‘당근’을 내놓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18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옛 권력을 심판하는 동시에 새 권력에도 경고를 보냈다. 유권자들이 ‘밀어붙이기는 안 된다’ ‘여여(與與), 여야(與野)가 포용하고 타협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이명박식 개혁’을 지지하면서도 독주를 견제하는 절묘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역시 국민이 정치보다 앞서간다. 좀더 가속해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를 불신하면서 ‘목표지향적 리더십’을 실천해온 그가 ‘정치력을 바탕으로’ 때로는 여론을 따르고 때로는 여론을 이끌면서 우파식 개혁을 성공으로 이끌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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