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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막가는 상황 아닙니다”

한인 교민들이 전하는 현지 표정 … “대선 후 유혈사태 우려는 과장”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짐바브웨, 막가는 상황 아닙니다”

“짐바브웨, 막가는 상황 아닙니다”

야당 대선후보 모건 츠방기라이 민주변화동맹 총재.

인플레이션 100,000%, 실업률 80%, 평균수명 35세, 국가신용도 평가 불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지 2주가 넘도록 선거 결과가 발표되지 않고, 28년이나 장기 집권한 현 대통령의 선거 조작 의혹이 불거진 나라. 남부 아프리카의 고원(高原) 국가 짐바브웨는 그야말로 ‘혼돈의 땅’으로 세계에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짐바브웨에 거주하는 한인 교민들은 영국의 BBC와 미국 CNN, 그리고 이들 보도를 바탕으로 짐바브웨 상황을 전하는 국내 언론이 다분히 현실을 과장,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초(超)인플레이션으로 서민 생활이 어려워졌고 로버트 가브리엘 무가베(84)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대규모 소요나 유혈사태 발생이 우려될 정도로 상황이 극한으로 치달은 건 아니라는 것이다. 주(駐)짐바브웨 대사관에 따르면, 현재 짐바브웨에는 초·중·고교 유학생을 포함해 140여 명의 한인 교민이 거주하고 있다.

짐바브웨의 인플레이션은 수치만 놓고 보자면 가히 살인적이다. 2002년 135%, 2004년 381%에 달했던 인플레이션은 1월 전년 동기 대비 10만%를 기록했다. 1년 사이 물가가 1000배로 뛴 것이다. 환율도 가파르게 올라 4월 초 현재 암시장에서 1달러가 5000만 짐바브웨달러(Z$)에 거래된다. 100달러를 환전하면 50억Z$가 되는 것이다. 한국 돈으로 계산하자면 1Z$가 0.00001952원인 셈이다.

물가 폭등·생필품 부족하지만 거지 없는 나라

그러나 1995년 짐바브웨로 이민 온 이창헌 씨는 “초인플레이션 때문에 슈퍼마켓 갈 때 돈다발을 메고 가야 하는 것처럼 묘사하는 서방 언론을 보면서 이곳 사람들은 웃는다”고 했다. 최근에 5000만Z$짜리 지폐가 나왔기 때문에 100달러를 Z$로 바꿔도 지폐 100장이면 되기 때문이다. 이씨는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 오히려 농담 삼아 아이들 숫자 공부에 좋다고들 이야기한다”고 했다. 12년 전 짐바브웨에 이민 와서 무역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모(51) 씨는 “이번 대선 문제가 해결되면 정부에서 화폐단위를 절삭할 것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2002년 대선이 끝나고도 두 차례 정도 절삭한 바 있다”고 회상했다.



물가가 크게 올라도 환율 또한 그만큼 오르기 때문에 한인 교민들을 비롯해 달러로 생활하는 외국인들과 무역업에 종사하는 짐바브웨 중산층은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문제는 짐바브웨 서민들이다. 짐바브웨 공장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과거 100달러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가파르게 오른 환율 때문에 10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이창헌 씨는 “공장 노동자나 가게 점원의 월급이 보통 3억Z$인데, 퍼브(Pub)에서 파는 맥주 한 병 값이 3500만Z$다”라고 사정을 전했다

짐바브웨 정부당국은 부족한 외화 벌이를 위해 자국에서 생산된 생활물품을 이웃나라에 내다판다. 이 때문에 생활물자가 부족한 짐바브웨 사람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와나, 모잠비크, 잠비아 등 이웃나라에 차를 몰고 나가 자국 수출품을 되사온다. 식용유, 설탕, 소금 등이 대표적인 역(亦)수입 품목. 1인당 매달 500달러까지 무관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사온 물건을 되파는 보따리장수들도 많다. 짐바브웨에 거주하는 유일한 한인 대학생 장창용(짐바브웨국립대 컴퓨터공학과) 씨는 빈곤에 처한 서민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라고 전했다.

“첫째, 종교에 의지한다. 여기 사람들은 주로 기독교를 믿는데,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간다. 밤새워 기도하거나 새벽기도를 나가는 사람도 많다. 둘째는 무엇이든 사와서 되파는 거다. 담배나 먹을거리를 가지고 다니면서 파는 대학생들도 있다. 학교에서도 종종 USB 메모리디스크 같은 것을 파는 친구들이 보인다. 셋째, 친척이나 이웃의 농장 일을 도우면서 끼니를 해결한다.”

현재 짐바브웨의 실업률은 80%로 추정된다. 엄청난 인플레이션에 물자 부족, 이 정도 실업률이라면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이 태반이어야 할 텐데 ‘짐바브웨에 거지는 없다’는 게 교민들의 전언이다. 이유는 정부가 기초적인 생활물품을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통제하고 있기 때문. 짐바브웨 사람들은 ‘밀리밀’이라고 불리는 옥수수가루를 걸쭉하게 끓인 것을 주식으로 먹는데, 김모 씨에 따르면 현재 밀리밀 10kg의 가격이 1달러가 채 안 된다. 아무리 물가가 올라도 밀리밀 가격은 과거와 똑같이 유지되는 것이다. 그래서 “옥수수가루보다 옥수수가루를 담는 비닐포대가 더 비쌀 정도”라는 말도 나온다. 땅이 넓은 짐바브웨의 서민들은 자기 가정에서 먹을 채소 등을 텃밭에서 직접 경작한다. 김씨는 “특정한 직업이 없는 사람들도 각종 개인 장사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실업률이 과장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무가베 대통령에 대한 분노, 보도만큼 심하지 않아

3월29일 짐바브웨는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렀다. 그 결과 총선에서는 야당 민주변화동맹(MDC)이 여당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연맹애국전선(ZANU-PF)보다 12석이 많은 하원 109석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은 대선 결과 또한 모건 츠방기라이 MDC 후보가 무가베 대통령을 앞지르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확실히 여론은 츠방기라이 편’이라는 것이 교민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서방 언론이 보도하듯 무가베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를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장창용 씨는 “학생들과 교수들 모두 경제난 때문에 츠방기라이 후보를 지지하지만, 무가베 대통령 타도를 위한 시위를 벌일 정도로 그에게 등을 돌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창헌 씨 또한 “무가베 대통령은 여전히 짐바브웨 독립에 공을 세운 영웅으로 통한다”며 “올해 84세가 된 무가베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정권을 내놓을 수밖에 없으리라 예측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경제상황에 대한 불만 때문에 야당 지지율이 높아진 것일 뿐, 짐바브웨 국민들이 무가베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을 완전히 잃은 건 아니라는 것이다.

짐바브웨(Zimbabwe)는 어떤 나라?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 경제적 빈곤 못 벗어나


남부 아프리카에 있는 짐바브웨는 가장 더워도 30℃가 넘지 않고, 가장 추워도 영하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좋은 기후환경을 가진 해발 300m 이상의 고원지대에 자리한 국가다. 짐바브웨는 19세기 후반부터 1980년 독립할 때까지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았다. 게릴라 독립운동의 영웅, 무가베가 독립 후 정권을 잡아 지금까지 장기 집권하고 있다.

독립 당시에는 25만명에 이르는 백인과의 화해, 부족 간 화합을 바탕으로 국가 건설을 도모했다. 그러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사회주의 경제체제 채택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자 민심을 회유하기 위한 토지개혁 정책이 추진됐다. 2000년 4월 백인의 토지를 몰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토지수용법이 통과됐으며, 5월 흑인재향군인 및 여당 지지자들에 의한 백인농장 무단점거와 야당세력에 대한 정치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짐바브웨에 대한 경제제재에 나서 국제적 고립이 초래됐다. 한때 식량 수출국이었던 짐바브웨는 농지개혁 이후 대규모 상업영농 체제의 붕괴, 기상재해, 서구의 경제제재 등으로 현재는 아프리카의 빈국으로 전락한 상태다.


면적 39만 km2(한반도의 약 2배)
“짐바브웨, 막가는 상황 아닙니다”
인구 1290만명(2004년 세계은행)
수도 하라레(Harare)
1인당 국민소득 530달러(2004년 세계은행)
빈곤율(1일 1달러 미만 소득 극빈자 인구비율) 36%(1983~2004년)
종족 쇼나(Shona)족 78%, 은데벨레(Ndebele)족 20%, 기타 2%
언어 영어(공용어), 쇼나어, 은데벨레어
종교 기독교(60~70%), 토착신앙(20~30%), 기타(10%)




주간동아 2008.04.22 632호 (p26~27)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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