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7

2008.03.18

특검 받은 이용호 씨 제2 게이트 추가?

일산 탄현 주상복합아파트 비리사건 개입 의혹 서울중앙지검·수원지검 동시 내사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입력2008-03-10 17:2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특검 받은 이용호 씨 제2 게이트 추가?

    2001년 ‘이용호 게이트’ 사건 당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이용호 G&G그룹 회장.

    혹자들은 다소 부정적인 시각과 비아냥거림을 섞어 김대중(DJ) 정부 5년을 ‘게이트의 시대’라 규정한다. 그만큼 정치권력과 자본세력이 은밀히 결탁된 대형 주가조작 및 불법대출 사건이 꼬리를 물고 터졌고, 그 여파가 DJ 정부의 정국 운영에 상당한 부담을 줄 정도로 단순치만은 않았다는 얘기다.

    최규선 진승현 정현준 게이트 등이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중에서 아직까지도 정치권과 언론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거나 회자되는 사건은 단연 ‘이용호 게이트’다.

    2001년 당시 주식시장에서 주식 거래와 인수합병(M·A)의 귀재로 꼽히던 이용호 G·G그룹 회장이 구조조정 공적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보물선 발굴 사업 등을 호재로 주가를 끌어올려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긴 사건이다.

    총사업비만 1조9000억원 시행사 비리 폭발

    진승현 정현준 게이트와 함께 DJ 정부 ‘3대 게이트’로 불리는 ‘이용호 게이트’는 유일하게 특검 수사까지 실시했을 만큼 사건 자체의 파괴력이 컸다.



    이씨는 그해 9월 KEP전자와 삼애인더스, 인터피온 등 계열사의 전환사채 680억원을 횡령하고 삼애인더스 주가조작을 통해 250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그 후 법원 1심과 항소심, 상고심에 이어 파기환송심, 재상고심까지 거친 끝에 2005년 8월 이씨에 대해 징역 6년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삼애인더스 횡령 부분에 대한 재심은 아직 진행 중이다. 결과적으로 ‘이용호 게이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그럼에도 이씨는 지난해 3월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나 현재 ‘자유의 몸’이다.

    이런 가운데 ‘주간동아’는 최근 이씨가 또다시 검찰 내사를 받고 있는 사실을 단독 확인했다. 이번에는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 사업 시행사의 경영권 양도·양수 과정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내사의 단초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와 사업 시행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검찰이 2006년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일산 탄현 주상복합아파트 사업 비리사건의 주범인 시행사 K사(현 I사) 정모 대표 등 관련자들의 추가 혐의를 지금까지도 수사 중인 가운데, 지난해 말부터는 이씨에 대한 내사까지 진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관계자는 “수원지검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서 이씨와 탄현 사업의 관련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산 탄현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은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8만7082㎡의 대지에 지하4층 지상59층 아파트 및 업무시설 약 3000가구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만 1조9000억원에 이른다.

    이 사업 관련 비리가 불거진 것은 2006년 12월 수원지검 특수부가 시행사의 정·관계 로비 의혹 및 시행사 내부 관계자들의 횡령·배임 의혹을 집중 수사하면서부터다.

    고소인 측, 이씨를 탄현 사건의 최정점 배후로 지목

    특검 받은 이용호 씨 제2 게이트 추가?

    일산 탄현 주상복합아파트 조감도.

    처음 수사 단계에서는 정·관계 로비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먼저 아파트 대지의 주거면적 상향조정 조례 개정에 힘써주는 대가로 전현직 시의원들이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어 추가로 금융권 불법대출을 문제 삼지 않는 조건으로 금품을 받은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까지 구속됐다.

    그러나 수사의 ‘본류’는 시행사 내부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비리가 숨어 있었던 것. 검찰 수사 초기 잠적했던 정 대표가 검거되면서 수사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후 △정 대표 등 시행사 관계자들이 분식회계를 하고, 토지대금을 실제 계약보다 부풀려 지급하고 차액을 되돌려받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6500억원에 이르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금 중 일부를 횡령해 도박자금으로 유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정 대표는 물론 시행사 고문 등 10여 명이 검찰에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고 일부 관계자들은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씨가 탄현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리게 된 것은 사건 관련자들을 제외한 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새로운 인원을 꾸린 시행사와 시행사 모기업 측에서 이미 기소된 정 대표 등을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수원지검에 고소하면서다.

    천문학적인 횡령 자금의 종착지를 수사해달라고 요청한 고소인 측이 이씨가 대리인을 통해 고소인 측 회사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사 경영권을 양수·양도하고, 이사 해임이나 본점 이전, 증자 문제에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한 것이다. 고소인 측은 이씨가 시행사 사업권을 통해 다른 법인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했다는 의혹도 제기한 상태다. 정리하면 이씨를 탄현 사건의 최정점 배후로 지목한 셈이다. 고소인 측은 탄현 사업에 이씨가 개입한 정황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자료까지 검찰에 제출했다.

    이씨 법률대리인 해명 요청에 ‘묵묵부답’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후 이씨에 대한 내사는 두 갈래로 나뉜 상황. 정 대표 고소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은 탄현 사업 시행사 경영권 양도·양수 및 시행사 대표이사 등 임원 선임 과정에 이씨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는지를 내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간동아’가 시행사 법인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본 결과, 이씨 측 법률대리인으로 알려진 A, B 변호사가 대표이사와 이사로 취임한 흔적이 나타나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이씨가 시행사 경영권을 제삼자에게 일방적으로 넘기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받은 자금으로 상장회사들을 인수했다는 고소인 측 주장의 사실 여부 판단에 주력하고 있다. ‘주간동아’는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이씨 측 A 변호사의 사무실과 휴대전화로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이용호 게이트’ 이후 잠잠했던 이씨의 행보가 다시 수면 위로 부각될지 탄현 비리사건의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