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7

2008.03.18

원칙 칼날 ‘공천 쿠데타’ 침몰 민주당 구해내나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8-03-10 17: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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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칙 칼날 ‘공천 쿠데타’ 침몰 민주당 구해내나
    박재승(69·사진) 통합민주당(이하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의 뚝심이 무섭다. 금고형 이상 전력이 있는 당내 중진 11명이 단칼에 날아갔다. 당 지도부는 매우 당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박 위원장이 이처럼 강경하게 나가리라고는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전남 강진 출신으로 광주고를 거쳐 연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67년 제1회 군법무관 시험에 이어 7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계에 진출했다. 그의 첫 판사 부임지는 초임 판사가 쉽게 들어갈 수 없는 서울형사지법. 그만큼 그의 사법연수원 성적이 뛰어났음을 뜻한다. 이후 자리를 옮긴 서울민사지법과 제주지법, 수원지법, 서울지법 남부지원 등도 법조계에서는 ‘마른 자리’로 통한다. 하지만 그는 5공화국 전두환 신군부가 출범한 81년, 홀연히 현직을 떠나 일반 변호사로 재야를 떠돌았다.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그가 맡았던 외부 직책은 한겨레신문과 한겨레통일문화재단 감사 정도다. 지인들에 따르면 재야 변호사 시절 그가 바랐던 것은 민주세력으로의 정권교체였다. 그 희망은 97년 이뤄졌다. 그것도 그가 가장 좋아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통해서다.

    김대중 정부 때 그는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위원과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맡았다. 이어 노무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자리에 올랐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마자 박 위원장이 대한변협 명의로 탄핵반대 성명을 발표한 이후 그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보수적인 법조계에서 그나마 진보적 성향을 가진 소신 있는 법조인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헌법재판관이나 대법관이 되기 위해 권력에 아부하는 권력추구형 법조인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있는 것. 그러나 한 지인은 그에 대해 “원칙에 충실하려 노력하고, 본인의 소신도 그 원칙에 따라 세우기 때문에 외부 영향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면서 “정치는 물론 권력을 탐하는 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천심사 대상자들에 대한 면접 때 박 위원장이 꼭 던지는 질문 세 가지가 있다. ‘국가를 위해 뭘 하고 싶은가’ ‘현재 위치에서는 그 일을 할 수 없는가’ ‘굳이 의원이 돼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등이 그것. 그리고 탈락 대상자에게는 앨 고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한다. 꼭 권력을 쥔 자리가 아니더라도 민간인으로서 국가를 위해 더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다. 그도 공천심사를 마치면 미련 없이 현직으로 돌아갈 작정이다. ‘공천 혁명’ 또는 ‘공천 쿠데타’로까지 불리는 박 위원장의 뚝심 공천이 과연 4·9 총선에서 침몰해가는 민주당을 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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