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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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부터 오바마까지 사진 메시지 읽기 쏠쏠

  • 현택수 고려대 교수·사회학

    입력2008-02-27 1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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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동아’ 624호를 주요 사진기사 중심으로 읽는 것은 이채로운 일이다. 먼저 검은 테두리를 하고 있는 ‘줌업’은 클로즈업한 근조화 너머로 불타버린 숭례문을 포착했다. 백합과 하얀 국화 뒤에 새까맣게 전소된 숭례문의 잔해는 더욱 참담해 보였다. 600년 역사의 국보 제1호를 ‘국치 제1호’로 전락시킨 것에 대한 민족적 자괴감이 정치적 책임 공방보다 앞섰던 순간이다.

    몇 장을 더 넘기면 숭례문 화재 기사가 나오는데 여기에 나타나는 숭례문 사진은 리얼하다. 역시 줌으로 당겨 찍은 잿더미의 숭례문과 이를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는 시민들의 모습이다.

    이어 ‘뉴스피플’의 사진은 청와대 대변인과 부대변인 내정자가 나란히 앉아 미소 짓는 모습을 담았다. 신문과 방송 분야 전문가의 환상적 결합이라는 칭찬 일변도의 주례 기사를 읽을 필요도 없이 사진은 자연스럽고 완벽한 결합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그 다음 페이지 ‘포커스’의 사진은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장면을 예상해 합성 연출한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를 빼고 그 자리에 이 대통령의 사진을 넣어 합성했다고 설명했지만, 글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미지가 글보다 먼저 다가오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몸의 일부가 겹칠 정도로 매우 가깝고 다정스러워 보여, 한미관계의 순탄성을 기대하는 듯한 사진이었다.

    그런데 이 사진 뒤에 나온 김정일과 부시의 정상회담 예고 기사에는 두 사람의 사진이 동떨어져 편집돼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나’식의 회의적인 제목만큼이나 김정일과 부시 사이가 멀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 두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난다는 기사의 합성사진과는 대조적이다.



    숭례문부터 오바마까지 사진 메시지 읽기 쏠쏠
    한편 그 다음 페이지에 나온 사진은 김정일이 농 득 마잉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두 손을 꼭 잡고 있는 것으로, 양국간 친밀한 유대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제면의 오바마 관련 기사에서는 그가 왼손을 높이 쳐들어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는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정면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오바마의 사진은 경쟁자 힐러리를 물리치고 대선에서의 승리를 암시하는 기호로도 읽힐 수 있다.

    현택수 고려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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