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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전후 질서 뒤흔드는 트럼프 월드

중국 | 트럼프 임기 4년간 버티기 작전 돌입

“미국과 싸우되 큰 틀은 깨지 않는다”

중국 | 트럼프 임기 4년간 버티기 작전 돌입

중국 | 트럼프 임기 4년간  버티기 작전 돌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때리기’에 본격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중국이 무역 ·외교 · 군사적 대응 방안을 준비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출처 ·폭스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취임 직후 ‘오바마케어’(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 폐지와 반(反)이민정책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공식 선언, 멕시코와 국경에 장벽 설치 등 민감하고 굵직한 사안들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결정함으로써 국제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우리는 이전과는 아주 이질적인 국제환경에 진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10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며 본격적인 정상 외교에 돌입한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인도, 한국 정상과 전화통화했지만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는 아직 연락이 없다. 오히려 중국이 민감해할 수 있음에도 2월 2~4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을 한일 양국에 보내 국방장관회담을 개최하게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중국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미 대통령선거(대선) 기간 적잖은 중국인은 깐깐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보다 문제아인 트럼프를 더 선호했다. 트럼프가 당선하면 양국관계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늑대를 피하려다 범을 만난 격인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하고 3개월가량 시간이 흐르면서 트럼프에 대한 중국의 인식은 경계심으로 바뀌고 있다. 기본적으로 트럼프 개인의 성격, 스타일, 경력, 관심도와 호불호가 미국 대외정책에 분명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투이불파’ 전략 유지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생 궤적이 엔터테이너(entertainer)와 엔터프러너(entrepreneur)에 있음을 주목한다. 즉 돌출 행동이 많고, 임기응변에 능하며, 가치보다 이익을 중시한다. 이익만 있다면 명분이 없어도 언제든 “오, 마이 프렌드(Oh, my friend)”라고 외칠 수 있다. 기업, 군(軍), 반(反)오바마 성향의 인사가 주로 포진한 미국 정책결정 라인업을 볼 때 미국 대외정책은 가치와 이념에 기반을 둔 이상주의에서 현실주의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립주의를 추구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지만 과거 고립주의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미국 국익을 여전히 글로벌하게 바라보며 선택과 집중을 할 뿐이다. 어떤 곳에 더 많은 힘과 노력을 기울일지 비즈니스 마인드로 판단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핵 없는 세상’ 대신 철저히 군사력에 기반을 둔 힘으로, 러시아를 압박하는 대신 적극 활용하는 외교로, 자유무역 대신 보호무역 중시로 대체되고 있다.

중국은 미·중 양국 간 갈등이 경제와 안보 전 영역에 걸쳐 있다고 본다. 경제적으로 시장경제 지위, 환율 조작, 통상 마찰, 무역수지 등이 최대 현안이며 중국이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양보할지가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 수위와 범위를 정할 것이다. 중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의 경우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2월 2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통화함으로써 중국을 자극한 바 있다.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부분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 신경을 건드릴 것이다. 미국이 대만에 최신 F-35기를 판매할지도 변수다. 미·중 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이견과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격돌도 큰 이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한미 양국은 사드 배치를 강행할 태세다. 남중국해 문제에서도 미·중 양국은 무력시위 형식으로 언제든 재격돌할 수 있다.  

그간 중국을 압박해왔던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 재균형 정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재균형의 재균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아태정책은 오바마 색깔을 지우려 하겠지만 내용까지 완전히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재균형의 목표가 중국인만큼 트럼프판 재균형 정책을 새로운 이름으로 선보일 전망이다. 이에 중국은 군사력에서는 여전히 미국과 격차가 크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전면적 갈등을 먼저 야기하지는 않겠지만 피하지도 않을 것이다. 남중국해에 미국 항공모함이나 줌월트급 이지스 구축함이 나타나면 중국 해·공군력이 출동하는 모습 또한 자주 보게 될 테다.

트럼프 행정부 초기 미·중 간 마찰의 진폭이 크겠지만, 그럼에도 중국은 미·중 관계에 크게 비관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항상 그래왔다고 본다. 중국은 미국의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에 익숙하다. 오바마 정부는 중국과 협력을 먼저 모색하다 대중 압박 기조로 전환했다. 오바마 이전 정부들은 대개 중국 때리기를 하다 점차 중국과 협력을 모색했다. 중국의 맷집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트럼프 임기 1~2년 차에는 그의 변칙 리더십으로 양국관계가 이전보다 좀 더 복잡해지겠지만, 임기 3~4년 차에 들어서면 이전 모습으로 돌아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미·중 관계는 ‘싸우되 큰 틀을 깨지 않는’ 투이불파(鬪而不破)이며, 갈등 수위와 강약에 차이는 있으나 관계의 혁명적 변화는 없을 것이다.



“이익 중심이라면 협력 분야는 많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익 추구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중국과 코드가 맞을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은 적절한 경제 보상을 통해 안보 분야에서 자체 공간과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 테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게 원하는 것은 돈이지 인권 같은 가치가 아니며, 중동 및 에너지 문제 등 협력할 수 있는 분야도 적잖다.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내정을 간섭하지만 않는다면 양국의 협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양국이 예상하지 못한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체결한 90여 개의 다양한 신뢰 구축 기제 또한 미·중 관계의 안전판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4년만 잘 버티면 자국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흐를 것이라고 본다. 트럼프의 TPP 탈퇴 결정은 중국이 역내 및 글로벌 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월 17일 제47차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서 시 주석이 한 보호무역주의 반대 연설은 참석 국가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중국이 적극 추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도 중국의 세계 경제 이니셔티브를 강화할 것이다. 외교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약육강식 외교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카우보이’ 외교보다 더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유형이기에 중국 외교의 경쟁력에 유리할 테다. 중국 리더십에 대한 거부감이 축소된다는 얘기다. 미국은 아태지역에서 지도력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지만 동맹에게 더 많은 비용을 전가함으로써 불만이 터져나올 테고, 여기에 많은 약한 고리가 생겨날 것이다.

향후 4년간 미·중 관계의 관전 포인트는 과연 미·중 양국이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수립할 수 있느냐다. 중국은 시 주석이 국가지도자 자리에 있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를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기회기로 설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4년은 이 시기에 해당된다. 일단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대로 알도록’ 그의 조기 중국 방문을 추진할 테고, 그 성사 여부가 트럼프 시대 미·중 관계의 빠른 안정화를 판단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주간동아 2017.02.08 1074호 (p62~63)

  •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jaeho@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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