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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호의 휴대폰 문화인류학

문자메시지를 선호하는 7가지 이유

문자메시지를 선호하는 7가지 이유

문자메시지를 선호하는 7가지 이유
“벌써 천국에 도착했다네. 생각보다 가까워. 내가 가까이 있으니 너무 외로워하지들 말아.”

지난해 대전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학생 200여 명의 휴대전화에 도착한 문자메시지다. 발신인은 암과 싸우다 나흘 전 ‘스승의 날’에 타계한 심재호 교수. 몇몇 학생이 이별의 슬픔을 담아 심 교수의 휴대전화에 애도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유가족이 이렇게 답장을 보냈던 것이다. 답장을 받은 학생들은 다른 친구들에게도 이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이렇듯 휴대전화는 산 자와 죽은 자를 이어주기도 한다. 문자메시지로 대화를 나눌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휴대전화에 부수적 기능으로 첨가된 문자메시지 서비스(SMS)가 어느덧 음성통화보다 훨씬 많이 애용되고 있다. 한국의 하루 평균 문자메시지 전송건수는 2억6700만 건이 넘는다. 1초에 3090건의 문자메시지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셈이다. 청소년 가운데는 하루에 100건 이상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경우도 흔하다. 과연 문자 세대(Text Generation)다. 영상시대를 맞아 활자 문화가 위축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렇듯 문자가 환영받고 있는 것이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의 매력은 무엇인가.

경제성·보안성 뛰어나고 말하기 힘든 내용도 편하게 전달



첫째는 경제성. 그야말로 ‘용건만 간단히’ 소통할 수 있다. 음성통화의 경우 아무리 말을 짧게 해도 앞뒤에 인사말이나 빈말 등을 나누다 보면 몇십 초가 훌쩍 가버린다. 그런데 문자메시지는 군더더기를 빼고 핵심만 전달할 수 있기에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 게다가 대량 발송도 가능하다. 모임 알림, 부고장, 예비군 훈련 통지서 등 똑같은 메시지를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보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열차 티켓이나 현금영수증도 문자메시지로 발급받을 수 있다.

둘째는 편리성. 음성통화는 상대방과 통화 연결이 되지 않으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다. 몇 번이고 전화를 걸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문자메시지는 그런 번거로움을 덜어준다. 용건만 입력해서 보내거나 간단히 ‘연락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두면 상대가 연락을 해온다. 꼭 통화가 안 될 때만이 아니다. 상대방이 시간을 두고 생각한 뒤 답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문자메시지는 안성맞춤이다.

셋째는 보안성. 음성통화는 옆 사람에게 내용이 노출되지만, 문자메시지는 거의 완벽하게 감출 수 있다. 그래서 공공장소에서 주위에 폐 끼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긴요하다. 청소년들은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휴대전화 키판을 두드리기도 한다. 어떤 회사원은 업무 보고를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눈에 띄지 않게 재빨리 동료에게 문자메시지로 SOS를 친다.

넷째는 시각성. 사람은 청각보다 시각에 더 민감하고 신속하게 반응하며, 귀로 듣는 말보다 눈으로 보는 글에 더 주의를 집중하는 편이다. 그런 까닭에 TV 뉴스에서 인터뷰 장면을 보여줄 때 밑에 자막을 넣는 것이다. 이는 청각장애인만을 위한 배려가 아니어서, 일반 시청자도 듣는 것으로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음에도 자연스럽게 자막을 읽게 된다. 화면 위에서 반짝이는 문자의 이러한 흡인력은 휴대전화 액정화면에서도 발휘된다.

다섯째는 창조성. 문자메시지는 음성통화보다 많은 수고를 요구한다. 손가락으로 일일이 버튼을 눌러가며 문자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정성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입에서 나오는 동시에 발신돼버리는 말과 달리, 일단 문자메시지의 작문을 끝내고 ‘교열’까지 본 다음 최종적으로 발송 버튼을 누르게 된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창작의 즐거움이 있다.

여섯째는 친밀성. 감사, 미안함, 축하, 격려, 기원 등 다른 사람에게 진심을 담아 전해야 하는 말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마음은 있어도 말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못하다. 문자메시지는 말로 하면 자칫 어색해질 수 있는 내용을 편안하게 전달하도록 해준다.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은 이모티콘이라는 기가 막힌 상형문자가 보완해준다.

일곱째는 긴장감. 음성통화를 할 때는 실시간으로 대화가 오간다. 그런데 문자메시지는 몇십 초 내지 몇 분, 때로는 몇 시간 후에 응답이 오기도 한다.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의 공백은 은근한 긴장으로 체감된다. 특히 연인 사이에 민감한 사안을 문자메시지로 주고받을 때 답장을 기다리는 시간은 간절하고 초조하다. 그러다가 ‘딩동’ 하고 문자메시지가 도착하는 순간, 가슴에 반짝 불이 켜진다. 그 순간만큼은 휴대전화가 생물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설렘이 문자메시지의 매력이다.

그런데 이따금 어떤 문자메시지는 설렘은커녕 당혹감을 안겨준다. ‘귀하는 인사규정 ○○조에 의거, ○월○일부로 직위 해제되었음을 통보함.’ 일부 직장에서는 사원을 해고할 때 이렇게 싸늘한 문자 한 통으로 처리한다. 거대한 관료체제가 발신하는 문자메시지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어떤 문자메시지는 오랫동안 보관되고, 어떤 문자메시지는 곧바로 지워진다. ‘삭제할까요?’라며 휴대전화가 하루에도 몇 번씩 건네는 질문에 당신은 ‘예’와 ‘아니오’의 버튼 중 어느 것을 더 많이 누르는가.

매일 주고받는 문자메시지 가운데 의미 깊은 것들을 일기장에 옮겨 적어두자. 훗날 그것은 자신이 살아온 모습을 증언하는 발자국이 될 것이다. 거기에 묻어나는 타인들의 심정, 그 다채로운 빛깔이 추억을 감쌀 것이다.



주간동아 615호 (p7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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