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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의 몰락… 금융파워 대이동

미국 주도 세계경제 흔들 금융시장 요동 … 아시아 국가 새 성장동력 확보 지상과제

  • 김계환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경제학 박사

달러의 몰락… 금융파워 대이동

달러의 몰락… 금융파워 대이동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시작된 금융위기로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 질서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가 다시 금융위기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1980년대 이후 금융자유화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세계경제는 주기적인 금융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80년대 남미 외채위기, 94년 멕시코와 97년 아시아의 금융위기, 2001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등 하나의 충격이 잊히기도 전에 새로운 위기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진원지가 미국이고 장기간 지속된 세계경제의 호황과 전 세계적 버블현상이 누적된 결과라는 점에서 그 위험성이 이전의 금융위기와는 달라 보인다.

많은 언론이 위기 원인으로 미국 주택시장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신종 상품을 지목하고 있지만, 더 깊은 구조적 원인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을 보기 위해서는 세계경제의 작동 메커니즘과 미국, 유럽, 동아시아, 산유국 등 각 지역경제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적 불균형 … 유동성 확대가 근본 원인

첫 번째로 지목되는 세계경제 현상은 미국과 여타 경제의 국제수지 불균형을 의미하는 ‘세계적 불균형(Global Imbalance)’이다. 미국경제는 국내적으로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낮은 저축률로 지출이 생산을 초과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만성적인 국제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와 산유국은 국제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와 과잉 국내수요에 아시아 및 산유국의 국제수지 흑자와 과소 국내수요가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이런 세계적 불균형으로 세계시장에서 화폐로 전환할 수 있는 유동성 증가현상이 나타났다.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경기 호황이 지속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나고 자국 통화가치의 상승 압력도 높아졌다. 그러나 정부는 수출 증가를 위해 환율 하락을 억제하는 정책을 유지했는데,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이 증가하면서 유동성이 급증했다.

반면 미국은 국제수지 적자가 커졌지만 흑자국의 달러가 미국 국채시장으로 흘러들면서 미국 내 유동성이 확대됐다. 세계적 차원에서 ‘세계적 불균형’을 매개로 유동성이 확대된 것이다. 이렇게 확대된 유동성은 이미 과잉생산 단계에 들어선 제조업에 투자되기보다는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투자됐고, 결국 자산거품 형성으로 이어졌다.

세계경제 성장패턴의 또 다른 구성요소는 달러 헤게모니다. 시장의 조정 메커니즘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한 나라의 국제수지 적자가 누적될 경우 해당국 통화가치가 하락해 경상수지가 회복돼야 한다. 그러나 국제통화인 달러의 지위 때문에 미국의 국제수지가 계속 적자를 기록하는데도 달러와 달러표시 자산에 대한 수요는 끊임없이 증가했다. 그래서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로 흘러나간 달러는 다시 미국 자산시장으로 돌아온다. 미국으로서는 달러의 국제통화 지위가 유지되는 한 달러 발행을 통해 재정수지와 국제수지 적자를 메울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은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을 해외에 판매하고, 대신 재화와 용역을 구매해 국제수지 적자를 메워왔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자산시장의 지속적인 가격 상승, 달러와 달러표시 자산에 대한 해외의 신뢰가 유지되는 한 이 미봉책은 유효하다.

그러나 거품을 안고 있던 미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가격 하락이 장기화되면서 미봉책의 약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국내외의 불균형에 기반을 두는 장기 성장패턴의 종말을 뜻하며, 세계적 차원에서 심각한 구조조정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먼저 분명한 것은 세계의 금융파워가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며 그 징후가 곳곳에서 관찰된다. 달러화의 가치 하락으로 달러의 세계통화 지위가 점점 위협받고 있다. 유로화에 대한 환율이 1대 1.5에 이르는 등 다른 주요 통화에 대한 가치 하락도 지속되고 있다.

또한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로 무장한 개도국의 금융파워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개도국과 산유국의 국제수지 흑자로 누적된 국부펀드 규모는 이미 2조2000억 달러에 이르며,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은 향후 10년 새 이 규모가 13조400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화폐의 힘 변화 항상 정치적 혼란 동반

국부펀드의 투자 방향도 개도국의 금융파워 증가를 예고한다. 최근 아부다비투자청(ADIA)이 시티그룹에 75억 달러를 투자해 국제 금융계를 놀라게 했는데, 올해 들어 개도국 국부펀드의 금융투자 규모는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싱가포르 그룹인 테마섹도 포트폴리오의 40%를 금융부문에 투자하고 있고, 두바이 인터내셔널 캐피털(DIC)은 헤지펀드 오크지프(Och-Ziff)를, 카타르투자청은 런던금융거래소 20%를 인수한 바 있다. 러시아는 국내총생산(GDP)의 10%인 180억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2008년 2월 출범시켜 유럽과 미국 블루칩에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개도국의 국부펀드는 잉여자금을 이 금융기관과 기업 인수에 투자하고 있다. 선진국-채권국, 개도국-채무국이라는 이전의 위기 전개 방식과는 반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달러의 몰락… 금융파워 대이동
과거 역사를 보면 화폐 헤게모니의 이동은 세계적 경제위기, 나아가 정치적 혼란을 동반했다. 화폐가 다른 상품과는 달리 공공재성격이 강해 화폐 간 경쟁은 다른 상품을 둘러싼 경쟁과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행은 시장의 힘에 의해서만 완결될 수 없고 세계 정치질서에서도 상응하는 변화를 동반하게 마련이다.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각 지역경제의 내적 균형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성장패턴을 재조정하는 것이다. 현재의 위기가 더는 미국이 세계의 성장동력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면, 유럽이나 아시아가 내부 수요를 증가시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대안일 것이다. 특히 아시아는 통화가치의 상승과 동시에 수출 주도 성장에서 내수 주도 성장으로 성장패턴의 성격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주간동아 615호 (p56~57)

김계환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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