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3

2017.01.25

안병민의 일상경영

자신의 메시지에 ‘설탕 옷’을 입히세요

소통과 공감

  • 열린비즈랩 대표 facewbook.com/minoppa

    입력2017-01-23 18:22:44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수많은 사람이 모였습니다. 그들의 눈과 귀는 오직 한 사람을 향합니다. 무대에 선 그의 입이 열립니다. 그는 여기까지 함께 올 수 있었던 모든 사람의 믿음에 감사하단 말을 합니다. 그동안 받아온 의심에 대해서는 마음속 깊은 상처를 드러내며 눈물을 흘립니다. 그의 몸짓 하나하나에 사람들의 탄식과 환호가 교차합니다. 자신을 믿고 따라와준 회원들과 함께 빚어나갈 푸른빛 미래를 이야기할 때는 그 희망과 설렘에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기도 합니다. 마침내 그곳에 함께한 모든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감동의 박수를 보내며 그의 이름 ‘진현필’을 연호합니다.

    이쯤에서 눈치채셨죠. 벌써 7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마스터’의 한 장면입니다. 희대의 사기꾼 진현필이 네트워크금융 사기의 판을 키우고자 대중을 상대로 드라마틱하게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장면입니다.

    새해 첫 인사를 이병헌이 분한 사기꾼 진현필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닙니다. 연말이면 방송사가 생중계하는 각종 시상식 때문입니다. 드라마건 영화건 예능이건 한 해를 결산하는 자리에서 상을 받는 것은 수상자에겐 큰 영광일 터입니다. 하지만 소감에 아무런 감동이 없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수많은 사람의 이름을 나열하며 감사하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시청자와는 전혀 상관없는 빤한 말잔치입니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볼 일입니다. 시청자와 언론이 주목하는 자리입니다. 이 정도 황금시간대라면 광고비도 엄청납니다. 그런데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시상식일까요.

    10년도 지난 일이지만 우리는 영화배우 황정민의 수상 소감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사람들에게 일개 배우 나부랭이라고 나를 소개합니다. 60여 명의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서 나는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나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죄송합니다. 저는 이 트로피에 있는 여자 발가락 몇 개만 떼어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는 제26회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이 수상 소감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w의 진솔한 ‘이야기’가 우리의 마음을 울렸기 때문입니다.

    스토리텔링은 우리가 겪은 이야기, 느낀 이야기, 전해 들은 이야기를 통해 상상력과 감성을 주고받는 소통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나의 메시지에 설탕 옷을 입히는 것입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기다렸다는 듯이 꿀꺽 삼키게 하기 위해서지요. 이제 매년 반복되는 각종 시상식, 수상 소감도 달라져야 합니다. 시청자의 눈과 귀를 붙잡으려면 이제 ‘이야기’라는 당의정이 필요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일명 ‘세바시’가 만든 ‘연사들을 위한 10계명’의 첫 번째가 바로 이것입니다. “진솔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부탁건대 개인적인 감사인사는 따로 전하고 제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비록 영화 속 사기꾼 캐릭터지만 ‘마스터’에서 진현필의 프레젠테이션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관건은 ‘소통’, 그리고 ‘공감’입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