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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복 국정원장 수상한 고향 나들이

부산 기장中 총동창회장 맡아 4월 행사 주관 … 정치권 일각 “총선 대비 작업” 의혹 제기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김만복 국정원장 수상한 고향 나들이

김만복 국정원장 수상한 고향 나들이

김만복 국정원장이 졸업한 부산시 기장군 기장중학교 홈페이지.

4월1일 부산시 기장군 기장중학교 운동장에서 ‘기장중 총동창 한마당 체육대회’가 열렸다. 동창회 활동이 중단된 지 7년 만의 행사였지만 성황리에 끝났다. 다음은 행사에 참가했던 한 동문이 기장중학교 홈페이지에 남긴 글 중 일부다.

“동창회장 ‘김만복’에 관해 이야기해보면요, 현 국가정보원 원장으로 재직하시는 엄청 높으신 분이지요. 대한민국 대통령 직속기관장이시랍니다. 하지만 기장중 총동창회 회장으로서 전 동기생과 힘찬 악수를 하면서 - 그것도 여러 번 반복으로 - 전부는 아닐지라도 많은 동기생이 체험한 사실일 거요. 과거의 권위주의를 과감히 내던지고 오로지 기장중 전 졸업생의 화합을 위하시는 분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지더라고요.”

한 국가의 기밀을 총괄 책임지는 정보기관장이 중학교 총동창회 회장을 맡아 행사를 주관한 것을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

김만복 국정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기장지역 주민들에게 국정원 견학을 시켜주는가 하면, 지역 주민들의 경조사에 화환을 보내는 등 지역관리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역 국정원장으로서 처신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역 주민 초청에 경조사도 챙겨



기장중학교 총동창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원장이 총동창회장을 맡은 것은 지난해 7월경이다. 당시는 김 원장이 국정원 1차장(해외담당)에 재임 중이던 때다. 김 원장은 지난해 11월 국정원장에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도 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해오고 있다.

국정원 측은 “총동창회장을 맡은 것은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떠밀리다시피 맡은 것일 뿐 정치적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총동창회 한 간부도 “오랜 기간 같은 지역 선후배들끼리 소식도 잘 모르고 지내면서 동창회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있어왔고, 그래서 김만복 원장이 나선 것으로 안다”면서 “총동창회가 다시 꾸려진 시기가 미묘해서 그렇지 내년 총선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원장이 총동창회장을 맡은 전후 사정과 이후 행보를 살펴보면 국정원 측이나 총동창회 측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

기장중학교 총동창회는 2000년 이후 사실상 활동이 중단된 상태였다. 김영삼(YS)계로 민주산악회 부회장이기도 했던 김동주 전 의원이 그해 4월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후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김 원장의 기장중학교 2년 선배다.

총동창회의 활동이 중단되면서 사무실도 사라졌다. 그런데 지난해 7월 김 원장이 신임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다시 사무실 문을 열었다. 총동창회 사무실이 6년 만에 부활한 것. “사무실 위치는 기장중학교 체육관 2층으로 학교에서 장소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는 게 학교 행정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사무실 운영경비는 어떻게 마련되고 있을까. 총동창회 사무실에서 상근하는 한 관계자는 이 질문에 “그런 부분은 대답하기 곤란하다. 책임 있는 답변을 해줄 간부에게 연락해서 (기자에게) 전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기자에게 연락이 온 곳은 총동창회가 아니라 국정원 쪽이었다. 김 원장의 사적 조직인 동창회와 관련된 일에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나선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해 12월 이후 최근까지 기장중학교 동창회 관계자뿐 아니라 이 학교 교장과 교사, 학생, 지역 인사들이 줄줄이 국정원 견학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 측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에 참가할 경우 교통편과 식사, 기념품 등을 국정원이 무상 제공한다. 김 원장은 취임하자마자 지역 주민들과 중학교 관계자, 동창 및 선후배들에게 국정원 견학 편의를 제공한 셈이다.

이에 대해 국정원 한 관계자는 “과거 원장들도 자신의 출신지역 사람들을 국정원에 초대해 견학시켜주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김 원장도 정치적 목적이 있어서라기보다 과거 원장들처럼 출신지역 사람들에게 일종의 배려를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지역에서 일어난 각종 경조사에 화환을 보내고 지역행사에 참석하는 것도 출신지역 사람들에 대한 단순한 배려로 볼 수 있을까.

2월22일 김 원장은 51회 졸업식이 열리던 기장중학교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틀 일정으로 국정원 부산지부 초도순시에 나섰다가 이상문 교장의 요청으로 잠시 들렀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또 지역 주민이 상을 당했거나 혼례가 있을 때 화환을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김 원장의 지역 챙기기는 차장 시절부터 이어져온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나라당 소속 한 의원은 “김 원장이 차장 시절부터 지역 주민들을 챙기기 시작했다는 것은 기장군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외국 정보책임자 행보는 일급비밀

지난해 10월 김승규 전 국정원장이 후임자 인선과 관련, 김 원장을 반대한 것도 김 원장의 이 같은 정치적 행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국정원 한 고위 간부가 익명을 전제로 전한 이야기다.

“김만복 원장이 차장 때 그쪽(부산시 기장군)에 자주 내려갔다가 (김승규 원장에게) 몇 차례 주의를 받기도 했다. 공직자가 맡은 일에 전념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자칫 정치적으로 오해를 살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이 간부는 김 원장이 중학교 총동창회장을 맡은 것에 대해 “현직 원장이 회장을 맡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목적이나 동기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 원장은 기장군 출신 중 현역으로는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공직자다. 기장중학교 동창은 물론 기장군 주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총동창회 한 간부는 “솔직히 김 원장이 정치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역발전을 위해서라도 동문 가운데 누군가는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외국의 경우 국가정보기관장은 신변은 물론 개인정보가 외부에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국가정보기관장이라는 자리가 직무상 국가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마이클 헤이든 미국 CIA 국장이 방한했을 때 그 동선이 일부 언론에 노출되자, 정보를 흘린 것으로 지목된 김장수 국방부 장관의 정책보좌관 한 명이 문책성 경질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영국 대외정보국(SIS, 일명 MI6)의 경우 2004년에야 기관장 이름과 사진이 공개됐고, 지금도 기관장의 동선은 물론 사생활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김 원장의 최근 행보는 이 같은 외국 정보기관장의 경우와 대조된다.

남주홍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보기관의 장은 비정치적인 행위도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공사(公私) 구분이 매우 어려운 자리”라면서 “대선을 앞둔 시점에, 특히 원장 자신이 정치에 뛰어들 의사가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 상황에서 동창회장직을 유지한다는 것은 오해 살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법대)는 “동창회가 아무리 사적인 친목단체라 해도 대선에 개입할 여지가 있고, 경우에 따라 사조직화도 가능하기 때문에 국정원장 재임 중에 동창회장을 맡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특히 “가까운 사람을 만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국가기밀을 누설할 수 있고, 신변 안전을 위해서라도 되도록 대민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주간동아 2007.05.01 583호 (p18~19)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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