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6

2005.12.27

최철한 9단 이창호 또 잡았네

최종국-이창호 9단(백) : 최철한 9단(흑)

  • 정용진/ 바둑평론가

    입력2005-12-26 09: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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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한 9단 이창호 또 잡았네
    칠종칠금(七縱七擒)? ‘이창호 킬러’로 통하는 최철한 9단이 국내 최대기전인 GS칼텍스배에서 ‘2연패 뒤 3연승’이라는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우승했다. 번기(番棋)의 제왕 이창호를 상대로 먼저 2연패를 당한 뒤 내리 3연승으로 이긴 기사는 지금까지 조훈현 9단 한 사람으로 딱 한 번 기록했을 뿐이었다. 이로써 최철한 9단은 속기기전 결승에서만 이창호 9단에게 두 번 졌을 뿐, 제한시간이 긴 본격기전 도전기에서는 4전 전승을 거두는 괴력을 과시했다.

    천하의 이창호가 왜 최철한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가? 이에 대해 본인은 “스타일(기풍)이 안 맞는 거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뭔가 자꾸 안 풀리니 이창호 본연의 특기인 ‘기다리는 바둑’을 두지 못하고 먼저 도발하게 되고, 그러다 발목이 잡히곤 하는 것이다. 백1로 끼운 수, 바로 이런 수가 이창호 9단이 심적으로 매우 흔들리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창호 9단의 실력으로 조금만 생각하면 흑4의 묘수를 읽어낼 수 있는 장면이지만 희한하게 최철한 9단만 만나면 이런 수가 안 보인다. 컨디션이 그만큼 나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흑4는 백A의 젖힘을 예방한 기막힌 묘착이자, 이 바둑을 결정지은 승착이다.

    처럼 흑1·3으로 바로 두면 백4의 젖힘수에 견디지 못한다. 의 흑 가 놓여 있으면 백7의 젖힘수가 통하지 않는다. 좌변 백 일단이 몽땅 흑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으로 바둑 끝! 어찌하여 승부를 느긋하게 이끌지 않고 백1·3과 같은 과격한 수를 감행했느냐는 물음에 이창호 9단은 “10집 이상 져 있는 거 같아 그랬다”고 답했다. 형세 판단의 달인이 형세 판단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한 말인데, 이제 이창호도 늙었음인가. 141수 끝, 흑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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