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6

2005.12.27

재미 만점! 괴물의 부활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5-12-26 08: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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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 만점! 괴물의 부활
    피터 잭슨에게 ‘킹콩’은 ‘내 인생의 영화’다. 그는 어렸을 때 이 영화를 처음 본 뒤로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니 그가 ‘킹콩’의 리메이크 계획을 떠올린 것도 비슷한 시기였을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를 리메이크한다는 것은 오리지널에 대한 최선의 예우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잭슨의 경우 나름대로 논리가 서 있다. 오리지널에 나왔던 윌리스 오브라이언의 특수효과는 당시엔 최첨단이었지만 지금은 굉장히 낡아 보인다. 유성영화 초기 스타일의 뻣뻣한 연기도 현대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하고.

    ‘킹콩’ 팬들에게 이 모든 것들은 매력의 일부지만, 같은 이야기를 새로운 현대의 테크놀로지와 배우들을 이용해 다시 영화로 만든다는 건 분명 가치 있는 도전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다면 70년대에 나왔던 존 길러민의 시시한 리메이크 ‘킹콩’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나온 피터 잭슨의 ‘킹콩’은 세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괴물과 같은 영화다. 도대체 금발 여자가 괴물 고릴라에게 납치되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끌려가는 이야기가 그렇게 길어서 뭐 하냐고? 그러게 말이다. 하지만 피터 잭슨은 정작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들이 그런 생각을 못할 정도로 탄탄하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아마 ‘킹콩’의 이야기를 전혀 모르는 관객들은 괴물들이 등장하지 않고 원작에 대한 자잘한 오마주들로 가득 찬 도입부의 한 시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그 시기를 넘기면 영화는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대는 롤러코스터로 변신한다.

    쥬라기 공원쯤은 동네 놀이터로 보이게 만들 정도로 엄청난 선사시대 괴물들의 공습이 시작되는 것이다. 킹콩이 뉴욕으로 끌려온 뒤 벌어지는 3부에서는 놀랄 만큼 정서적으로 충만한 멜로드라마를 선사하기도 한다. 너무나도 인간적인 괴물을 창조해낸 컴퓨터 그래픽도 놀랍지만, 그 킹콩과 완벽한 앙상블을 보여주는 나오미 와츠의 연기도 무시할 수 없다.



    최첨단 컴퓨터그래픽이 북적대는 액션 영화지만, 잭슨의 ‘킹콩’은 클래식 할리우드 시절 걸작들이 가지고 있었던 풍성한 아취를 풍긴다. 그건 시대 배경이 되는 1930년대라는 시기 때문일 수도 있고, 넘쳐나는 특수효과의 폭력 속에서 잭슨이 절묘하게 잡아낸 페이소스 때문일 수도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건, 피터 잭슨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이 꽉 찬 재미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킹콩’은 올해 할리우드에서 만든 최고의 오락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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