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6

2005.10.18

도봉산, 美 핵포탄저장소였다

美 국방부 자료 입수 “용산 군산 등 16곳서 핵무기 시스템 가동, 91년 12월 철수 완료”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5-10-17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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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할 것과, 조속한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공약하였다. 미합중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대한민국은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따라 핵무기를 접수 및 배치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재확인하고 자국 영토 내에 핵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였다.”(9월19일 6자회담 북핵 공동성명 제1항)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가 비로소 이루어지는가. 미국이 북한의 핵을 거슬려하듯, 북한은 미국의 핵을 두려워해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 제1항의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와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도 해당된다”면서 “북한이 한국에 사찰을 요구할 여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한반도 핵우산은 6·25전쟁 이후 북한의 군사 도발을 막아온 기저다.

    우리당 최성 의원 “방사능 오염 조사와 결과 공개해야”

    6자회담 공동성명 이행 과정에서 북한은 물론 한국에 대한 핵사찰이 이뤄질지에 국·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9월29일 “북한뿐 아니라 남한 내 핵 시설 사찰 문제도 향후 논의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찰스 캠벨 주한 미8군 사령관도 10월3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주한미군 기지에 대한 북한의 핵사찰을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6자회담 공동성명에 한반도에 (미국)핵무기의 반입도 허용해선 안 된다는 문장을 추가하려 했으나, 중국이 의제에서 벗어난다며 논의를 종결해 무산됐다고 한다. 북한은 ‘핵 포기’ 이행 과정에서 주한미군 시설을 비롯해 원자력발전소와 관련 연구시설 등에 대한 사찰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도 핵무기가 진짜로 없는지 살펴보아야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한반도 핵우산의 ‘실체’는 무엇일까.



    미국은 1991년 12월까지 핵무기 철수를 완료했다. 따라서 휴전선 남쪽에 핵은 없다. 미국으로부터 핵무기 철수를 통보 받은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91년 12월18일 “한국에 더 이상 핵무기는 없다”고 선언하고 12월31일 북한과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채택한다. ‘91년 이전의 한국의 핵’은 도대체 무엇이고 ‘91년 이후의 핵우산’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춘천 미군 기지에 핵무기가 있었다더라”는 식의 추측만 무성했을 뿐, 구체적인 ‘팩트’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주간동아’가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을 통해 입수한 미국 국방부 자료 등에 따르면, 핵무기 시스템이 꾸려졌던 장소로 춘천 캠프페이지, 군산 공군기지, 오산 공군기지, 대전 캠프에임스, 서울의 용산기지, 도봉산 핵탄두저장소 등 6곳이 확인됐다. 또 부산·대구·광주·동두천·의정부·수원 등 10곳의 미군 기지에도 핵무기가 배치 혹은 운송됐던 것으로 판단된다. 각 부대의 위치에 따라 수송 및 배치된 핵무기의 종류가 달랐다. 미국 측 문서를 통해 미군 기지 16곳의 핵무기 시스템이 확인된 건 처음이다.

    군산 공군기지의 경우엔, 1977년까지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투하탄 192개와 어니스트존 80기 등 지대지미사일 최소 92기와 144기의 나이키 등 지대공미사일 최소 236기의 ‘핵무기 시스템’이 꾸려졌고, 핵 지뢰도 25~50개가 배치돼 최소 453개의 ‘핵 공격에 필요한 무기’(이하 핵무기)가 존재했다. 핵무기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이 숫자는 다소 줄어들어 83년 군산엔 최소 243개, 85년엔 최소 151개의 핵무기가 있었다.

    58년부터 한반도 배치 후 91년 이전까지 한국서 대북 핵 공격 훈련

    ‘도봉산 핵포탄저장소’엔 핵탄두가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가 입수한 미국 자료엔 ‘Tobongsan Amunition Center(도봉산탄약창)’는 ‘Nuclear Warhead Storage(핵탄두저장소)’라고 돼 있다(warhead의 뜻은 탄두이나 여기서는 포탄으로 번역했다). 서울과 의정부의 경계인 도봉산 자락엔 캠프잭슨이 있다. 캠프잭슨에서 의정부역 사이에 탄약창이 있었는데, 도봉산 핵포탄저장소는 이곳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도봉산 핵포탄저장소는 91년 핵무기 철수와 함께 사라졌다.

    미국 자연자원보호위원회(NRDC)가 미국 정보자유법에 근거해 입수한 ‘한국의 핵무기 사고 대책단’ 자료에 따르면 총 14곳의 주한미군기지에 ‘핵무기 사고 대책단’이 배치돼 있었다. 핵무기 사고 대책단이 배치된 곳엔 실제로 핵무기가 거쳐갔거나 배치됐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료에 따르면 동두천·의정부·대구·부산·광주·군산·송탄·수원·용산 기지에 ‘알파 베타 감마 방사능 감시장치’가 있었고, 의정부기지 두 곳과 용산기지 내 두 곳, 대구기지엔 ‘트리티늄(삼중수소) 감지 장치’가 놓여졌다.

    한국에 핵무기가 배치된 것은 1958년부터다. 미군의 핵무기 해외 배치는 옛 소련과의 전쟁 발발을 대비해 “유사 시 신속하게 미리 배치한 핵무기(핵탄두 및 핵탄두를 나르는 포탄, 미사일 등)를 조립한다”는 원칙을 세우면서 비롯했다. 미국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엔 58년 지대지미사일인 어니스트존, 8인치 자주포 등 핵무기 시스템이 들어왔고, 이후 나이키 허큘리스 등이 전개되면서 최소 11종류 이상의 핵무기 시스템이 꾸려졌다. 91년 이전까지 대북 핵 공격 훈련은 한국 본토에서도 이뤄졌다.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의 대북 핵 전략은 더욱 날카로워진다. 2001년 미국 핵 태세보고서는 북한을 ‘위험 지역(immediate contingency)’으로 분류하면서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2002년 핵 태세보고서는 북한, 이라크 등의 지하 시설을 재래식 무기로 완전히 파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벙커스터에 소형 핵탄두 장착을 고려하고, 초기 위기 상황에서 핵 선제공격이 가능하다고 암시했다. 2003년엔 핵 선제공격을 담은 전략사령부의 작전계획 8022-01과 작전계획 8022-02가 수립된다.

    한반도에서 검증 가능한 비핵화는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11월부터 속개되는 6자회담이 주요한 분수령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동아시아 핵우산은 한국과 북한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 중국과 미국, 중국과 일본이 복잡하게 얽힌 문제라고 말한다. 북한은 미국의 핵우산을 인정할 것인가. 11월, 북한의 선택이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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