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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납 김치 유해성 공방 ‘후끈’

고경화 의원의 과장인가, 식약청의 중국산 감싸기인가 … 서로 다른 잣대 속 ‘무해’ 장담은 어려울 듯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중국 납 김치 유해성 공방 ‘후끈’

중국 납 김치 유해성 공방 ‘후끈’

납 김치 파동으로 경기도 평택항 한 보세창고에 출고되지 못하고 쌓여 있는 중국산 김치. 식약청이 한국인의 김치 하루 소비량으로 잡은 108.55g. 과연 한국인은 하루에 김치를 이 정도밖에 먹지 않을까(작은 사진).

국민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식품안전 문제에 대한 대책은 추상적이고 총론적이고 원론적인 것을 반복하는 보고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10월4일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중국산 유해식품 근절을 위한 수입식품 안전관리 대책을 보고받은 뒤 국무위원들에게 한 지적이다. 이날 김 장관이 수입식품 안전관리 대책을 보고하게 된 계기는 바로 중국산 납 김치 문제. 대통령의 이 지적을 두고 대선후보인 김 장관에 대한 질책이니 아니니 하는 말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점은 중국산 김치에 대한 청와대의 시각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중국산 배추김치에서 국산 김치보다 최고 5배가 넘는 납이 검출됐고, 이는 채소류 납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치’라는 지적이 9월25일 야당(한나라당 고경화 의원, 보건복지위 소속)에서 비롯됐음에도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9월26일 중국산 김치의 납 검출 문제를 ‘타당한 정책 지적’으로 선정한 바 있다.

“심한 경우 납 기준치 두 배 검출”

그러나 논쟁은 이틀 후인 9월28일 복지부 산하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이 중국산 김치에 포함된 납 성분은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준이 아니라는 해명 보도자료를 내면서 불이 붙었다. 청와대가 ‘타당한 정책 지적’으로 인정했음에도 식약청이 이에 반기를 든 것. 10월4일 국무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김 장관의 보고를 받은 뒤 특별히 정부 부처 간의 협력에 대해 강조한 이유도 청와대와 식약청, 즉 청와대와 복지부의 엇박자 행보에 대한 우회적 표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식약청의 주장대로 수입산 중국 김치는 안전한가. 아니면 고경화 의원의 지적대로 국민 건강을 위협할 만한 수준인가. 일단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납이 중국산 김치에 국산 김치보다 최고 5배나 많이 들어가 있다고 발표한 고 의원 측의 주장을 먼저 살펴보기로 하자.

고 의원 측은 중국산 배추김치 10개 제품을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맡겨 중금속 함유 여부에 대해 검사한 결과, 이들 제품에서 평균 0.302ppm의 납이 검출됐으며, 이중 2개 업체 제품의 경우 납 함유량이 0.5ppm을 넘었다고 발표했다(표1 참조). 이는 과실·채소류 음료의 납 기준치인 0.3ppm을 훌쩍 넘긴 수치. 납이 가장 많이 검출된 K업체의 경우 기준치의 두 배에 달하는 0.57ppm이 검출됐고, 10개 제품 중 기준치와 비슷하거나 넘긴 제품이 6개 제품에 이르렀다. 고 의원 측은 “이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국산 김치의 납 함유량 검사 결과치(0.11ppm)와 비교하면 최대 5배까지 차이가 난다”며 “식약청이 김치를 비롯한 채소류에 대한 중금속 기준을 따로 마련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과실·채소류 음료의 납 기준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고 의원 측은 중국산 배추김치 중 2개 회사의 제품에서는 수은도 검출됐다고 지적했다.

중국 납 김치 유해성 공방 ‘후끈’

중국산 김치에서 납 성분이 검출되면서 서울 시내 한 식당에는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써 붙이고 고객을 안심시키고 있다.

고 의원 측의 이런 발표는 중국산 김치의 수입량이 2001년 393t에서 2004년 7만2000t으로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는 와중에 나온 것이라 더욱 충격을 줬다. 그것도 김치는 우리 국민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또 많이 섭취하는 식품인 탓에 기준치 이상의 납이 검출됐다는 점에서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이에 청와대는 이튿날 이 문제를 ‘타당한 정책 지적’으로 받아들여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중국 김치 수입 폭발적 … 청와대도 관심

문제는 이 발표가 있은 지 3일 후인 9월28일 식약청이 수입 김치 관련 안전성 조치계획을 발표하면서 “현재까지 발표된 실험결과에서 나타난 납의 잔류량을 기준으로 위해성 여부를 검토한 결과 유해 영향의 발생이 우려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해명을 내놓으면서 불거졌다. 식약청의 주장은 고 의원 측이 검사한 중국산 배추김치 중 납 성분이 가장 많이 검출된 회사(0.57ppm)를 기준으로 볼 때도 납의 ‘주간 잠정섭취 허용량(PTWI, provisional tolerable weekly intake)’인 0.025mg/kg의 28.8% 수준밖에 되지 않으며, 평균 검출 수준인 0.3ppm은 주간 잠정섭취 허용량의 16% 수준이므로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 가장 적게 검출된 회사(0.12ppm)는 불과 6.1%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식약청은 2005년 5월 식품안전의날 심포지엄 자료집을 통해 ‘주간 잠정섭취 허용량 대비 납의 인체 노출량이 10% 이하이면 위험성 걱정이 없고, 30% 이하이면 전체 소비자는 안전한 것으로 간주한다(정밀조사/ 기준설정 필요함)’는 기준치를 제시한 바 있다(표2 참조).



즉 식약청은 고 의원 측이 기준으로 사용한 과실·채소류 음료의 납 기준치 대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주간 잠정섭취 허용량을 사용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식약청의 주장만 들으면 고 의원 측이 별것 아닌 사실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언론으로 하여금 오보를 양산하게 한 듯 보인다. 식약청이 이런 발표가 하자 일부 신문은 의학자를 동원해 ‘중국산 김치 국민에게 아무런 해 없어’라는 칼럼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고 의원 측과 한나라당은 10월3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식약청이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 관계 책임자를 엄중하게 문책하라”며 반격을 시작했다. 고 의원의 발표가 야당과 정부의 분쟁으로 비화된 셈. 고 의원 측 반론의 핵심은 식약청의 주장이 김치를 많이 먹는 한국적 특성을 전혀 고려치 않은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이라는 것. 노 대통령의 지적과 닮은 주장이다. 우선 고 의원 측은 “식약청이 기준으로 내세운 주간 잠정섭취 허용량이 김치의 1일 섭취량을 108.55g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김치를 하루 세끼 다 먹고 사는 한국인의 특성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즉 우리 국민에게 김치는 ‘평균적 소비품’이 아니라 과도하게 먹는 ‘극단 소비품’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실제 하루에 칼국수나 보쌈, 설렁탕 등 특히 김치를 곁들여 먹게 되는 음식을 한 끼라도 먹는 사람의 경우 김치의 소비량은 하루 108.55g을 훌쩍 넘어가는 게 사실이다.

중국 납 김치 유해성 공방 ‘후끈’

납 김치 파동 이후 직장에 김치도시락을 싸오는 등 식당가도 국산 김치 바람.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설렁탕집은 개업 이래 국산 김치만을 고집해오고 있다.

식약청이 내놓은 주간 잠정섭취 허용량의 개념도 문제가 됐다. 중국산 배추김치에 들어간 납이 주간 잠정허용 섭취량의 6.1%에서 28.8%에 불과하다는 식약청의 발표 내용은 김치 이외의 다른 식품을 통한 납 섭취량을 제외한 수치해 불과하다는 것. 고 의원 측은 “식약청이 기준으로 삼은 기타 식품을 통한 납 섭취량은 특정 연구(한국보건산업진흥원)를 근거로 한 것으로 최근의 일반적인 연구결과를 평균해 종합해보면 8000배나 축소된 값”이라며 “이를 다시 계산해보면 60kg 성인의 김치 하루 소비량을 108.55g으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중국산 배추김치에 들어간 납은 주간 잠정섭취 허용량의 23.6%에서 46.4%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총 10개 제품 중 6개 제품이 주간 잠정섭취 허용량의 30%를 초과하게 된다. 식약청이 5월에 발표한 기준에는 해당 음식에 들어간 납이 주간 잠정섭취 허용량의 30%를 넘으면 어린이와 극단 소비자에게 위험경고 수준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고 의원 측의 계산법이 옳다면 식약청은 스스로 제 무덤을 판 셈이 되는 것이다. 고 의원 측은 “기타 음식을 통한 납 섭취를 배제하고 정부의 계산법을 따르더라도 김치 하나의 품목만 가지고도 위험 수준인 30%에 육박하며, 0.57ppm이 검출된 김치의 경우 주간 잠정섭취 허용량의 30.5%로서 어린이와 극 단 소비자에게 위험한 경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오염물질의 섭취량이 주간 잠정섭취 허용량의 10%만 초과해도 정밀조사를 통해 ‘기준치’를 설정하도록 되어 있는 것을 볼 때 주간 잠정섭취 허용량은 우리가 흔히 쓰는 기준치와는 개념 자체가 다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시 말해 식약청이 수입 김치의 범람 속에서 김치에 대한 오염물질 기준을 따로 만들지 않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도저히 기준으로 사용할 수 없는 개념을 끌어들여 아전인수격으로 사용했다는 게 고 의원 측 주장이다.

문제는 또 있다. 김치의 주원료가 배추이고, 한국인의 김치 섭취량이 서구인들의 배추 섭취량과 비교해 훨씬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이 0.3ppm 이상 나온 중국산 배추김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배추의 납 기준치 0.3ppm을 훌쩍 넘어선다. 식약청이 중국산 김치에 대해 ‘위해성이 없다’고 방치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게 사실.

식약청은 전 국민을 놀라게 한 대한적십자사와 제약업체의 에이즈 오염 혈액제제 사건 때도 ‘선진국 기준과 똑같고, 외국 제약업체도 이렇게 한다’고 대응했다가 거짓으로 밝혀지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식약청, 국제적 통용 ‘ALARA 원칙’ 어겨

이와 관련, 식약청은 이번 해명 발표에서도 식품에 들어가는 오염물질에 대한 불변의 원칙을 어겼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ALARA(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원칙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달성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 즉 식품을 버리지 않고 오염물질의 농도를 더 이상 낮출 수 없는 수준으로 기준을 마련하여야 한다.”

적어도 식약청이 이런 세계적 원칙을 알고 있다면 이번 해명 발표에서 “중국산 배추김치에 들어간 납의 양은 유해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적어도 “납이 적은 김치가 더 안전하다”는 식이라면 몰라도. 납의 기준치 논란과 상관없이 식약청이 명심해야 할 점은 바로 이것이다. 적은 양의 납이라도 일부 국민에게는 치명적인 위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주간동아 2005.10.18 506호 (p44~46)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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