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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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만 되면 아픈 아이 혹 성장통?

어느 날 불쑥 통증 성장기 아이들 중 20% 경험 … 식생활 개선하면 통증 줄어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5-09-30 09: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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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만 되면 아픈 아이 혹 성장통?
    김지영(35) 씨는 며칠 동안 저녁마다 다리를 붙들고 아프다고 보채는 아들 정훈(9)이의 다리를 주물러주며 마음을 졸였다. 아프다고 하는 곳도 어떤 날은 오른쪽 무릎 어떤 날은 왼쪽 무릎인가 하면, 그 다음 날은 허벅지였다. 하지만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해지는 정훈이를 보며 주변 사람들은 크려고 아픈 거라면서 지영 씨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밤이 되자 또다시 아프다고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보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성장기 아이들 중 20% 정도가 경험한다는 성장통은 어느 날 불쑥 찾아올 수 있다. 어린아이들의 경우 표현 정도가 달라 엄마들이 아이를 업고 응급실로 달려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아이들이 아프다고 하는 곳은 대부분 무릎과 정강이, 허벅지이지만 드물게 발목이나 손의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또 아이에 따라 ‘다리가 아프다’는 말 이외에도 ‘오래 못 걷겠다,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어지럽다’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4~10세 아이에게 잘 일어나고 특히 활동적인 아이에게 더 흔하게 발생하는 성장통은, 저녁에 통증으로 고생하다가도 자고 일어나면 씻은 듯 없어지는 특징이 있다.

    다리는 물론 배·머리도 아파

    성장통은 키가 크면서 뼈를 싸고 있는 골막이 늘어나 신경을 자극해서 생기거나 인체의 뼈와 근육이 서로 불균형하게 성장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위장의 흡수력 저하나 기체증으로 인한 증상으로 본다.

    일반적으로 성장통 하면 다리의 통증을 떠올리지만, 넓은 의미에서 볼 때 배나 머리가 아픈 것도 성장통에 포함된다. 만약 배꼽 주변을 중심으로 복통이 일어났다가 금방 괜찮아지는 경우가 주 2~3회 이상 나타난다면 치료를 해줘야 한다. 이런 통증이 야기되는 요인은 장의 운동 능력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가스가 차거나 주기적인 경련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정아(7) 역시 성장통으로 배가 아파 고생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배가 아프다고 하는가 하면 밥을 먹는 중에도 아프다고 했다. 그러다 조금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짱해져 놀러 나가곤 했다. 엄마인 이미숙(37) 씨는 처음엔 밥을 먹기 싫어서 하는 꾀병인가 싶었지만,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무슨 문제인가 염려가 되기 시작했고, 한의원을 방문한 뒤에야 배가 아픈 것도 성장통이란 걸 알게 되었다. 다행히 지금은 한의원에서 조제한 한약을 먹고 다 나은 상황이다.

    성장통이 있는 아이들은 대개 신경이 예민하고 마른 편이며 열이 많은 체질이다. 이런 아이들은 위장이 약해 소화 흡수가 잘 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아이의 입으로 넘어가는 음식이 모두 다 아이의 성장에 쓰이는 것은 아니다. 위장이 약해 흡수가 잘 되지 않으면 온몸으로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뼈가 성장하는 속도와 인대 및 근육이 성장하는 속도가 차이가 나서 성장통이 야기된다.

    특히 성장통이 있는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위장이 약한데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까지 많이 먹게 되면 이것이 또한 복통이나 하지통의 원인이 된다. 대표적인 음식은 보리·흑미·현미를 비롯한 잡곡, 밀가루 음식, 기름진 음식, 자극성 있는 음식 등이다.

    만성 통증 호소 땐 정밀 진찰 받아야

    키우미한의원 손장수 원장은 “성장통은 성장이 방해받고 있으면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기순환을 도와주고 위장의 흡수력을 증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화가 잘 되는 음식으로 식단을 짜주는 등 식생활을 개선하면 통증을 줄여주고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이들이 통증을 호소할 때는 무조건 성장통이라고 단정 지어서도 안 된다. 소아류머티즘, 구루병, 골절 등도 성장통의 증상과 비슷하기 때문에 면밀히 관찰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엉덩이 관절에 물이 차고 염증이 생기는 일과성 고관절염, 무기질 대사에 이상이 생겨 뼈가 약해지는 대사성 질환, 그밖에 구획증후군·소아류머티즘·혈우병의 초기 증상이 성장통과 유사하다. 그러므로 낮에도 지속적으로 증상이 나타나고 만성적 통증을 호소한다면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성장통이 있다고 할 때 부모들은 다리를 주물러주는 정도밖에 해줄 게 없다고 여기지만 성장통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순간적으로 경혈지압을 하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온찜질 역시 성장통에 좋다. 따뜻한 기운이 근육을 풀어주기 때문이다. 또 마사지도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데 좋다.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고 인스턴트 음식을 삼가며, 무리한 운동을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성장통 완화를 위해 권하는 방법이다.

    손장수 원장은 “성장통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성장통과 관련된 여러 증상들이 성장저해 및 정서불안, 성격장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성장통의 원인과 증상에 따라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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