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2

2005.09.13

“오, 놀라워라! 한국 온라인 議政”

美 젊은 정치인들 2주간 한국 투어 인터넷 보급·활용도·문화 유적에 깊은 인상 ‘표시’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05-09-07 13: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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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놀라워라! 한국 온라인 議政”

    2주간의 일정으로 방한한 미국 대표단은 젊은 주의원 또는 정부 관리 9명으로 구성됐다.

    통일이 된다면 (행정도시가 위치하게 될) 연기, 공주는 더 이상 한반도의 중심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행정도시가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내세운 열린우리당의 주장은 근시안적인 것일 수도 있는데요.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8월29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열린우리당 열린정책연구원에서는 신행정도시 건설의 효용성에 대한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 이어 북핵문제와 6자회담에서의 한국 역할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가 오고 갔다. 그런데 열성적으로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은 한국인이 아니었다.

    토론 참가자들은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 National Strategy Institute·이사장 강경식)이 주최한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미국의 젊은 정치인들이었다. 이들은 한국이 처한 국내외 상황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고, 몇몇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보다도 더 정확한 눈으로 문제점을 짚어냈다. 예상외로 활발하게 진행된 토론에 함께 참여한 열린정책연구원 관계자들이 놀라워했을 정도다.

    8월27일 2주간의 일정으로 방한한 미국 대표단은 NSI의 협력기관인 미국 차세대정치지도자협의회(ACYPL· American Council of Young Political Leaders)에 소속된 40세 미만의 젊은 정치인 9명으로 구성됐다. 미국의 젊은 주의원 또는 정부 관리인 이들은 청와대와 국회, 한나라당과 우리당, 민주노동당 등을 차례로 방문하며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큰 관심을 표했다.

    민노당과는 주한미군 기능 놓고 설전



    특히 이들은 각 정당이 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무척 흥미로워했다. 조지프 도어맨 오클라호마 주의회 하원의원은 “한국의 지역주의는 남북전쟁 이후 뿌리 깊게 나타난 미국의 지역주의와 비교할 만하다. 보수적 성향인 내륙 지역에서는 진보적 성향의 민주당이 정권을 잡지 못한다. 그런데 한국의 지역주의는 보수냐, 진보냐 하는 정치적 성향보다는 좀더 감정적인 측면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을 방문했을 때는 주한미군의 기능에 대해서 설전이 일어나기도 했다. 빌리 달토 오리건 주의회 하원의원은 “민주노동당 측은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5년 내로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국제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너무 순진한 생각”이라며 “오히려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한국은 북한과의 전쟁 위협에 더욱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워싱턴DC 북아일랜드 지부의 언론 홍보 매니저인 토머스 피츠제럴드는 “민주노동당과 같은 소수당이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끼친다는 점이 미국과 다르다”면서 “미국의 소수 정당은 그런 힘을 가지지 못한다”고 했다.

    “오, 놀라워라! 한국 온라인 議政”

    문경 대승사에서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미국 대표단(왼쪽). 도자기 빚기 체험에 나선 뎁 피터스 사우스다코타 주의회 하원의원.

    하지만 이들의 시선을 끈 것은 한국의 정치만이 아니었다. 경제, 특히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IT(정보기술) 분야였다. 미국의 지역사회 개선 네트워크인 ‘아름다운 미국 수호’의 지역사회관계부 소장인 미셸 스트랭지는 “농촌 지역의 노년층까지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것과 특히 젊은이들의 90% 이상이 블로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놀라웠다”고 말했다. 8월30일 싸이월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를 방문한 이들은 점심을 샌드위치로 때워가며 싸이월드의 성공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고, 박근혜 대표나 김근태 장관 등 정치인들이 싸이월드를 의정활동에 적절히 활용한다는 점에 매우 흥미로워했다.

    대승사에서 발우공양 체험 ‘곤혹’

    브렌트 왈츠 인디애나 주의회 상원의원은 “미국의 경우 인터넷은 e메일을 이용하고 정보를 검색하는 수단이라는 의미가 강한데, 한국은 온라인 공간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사회와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이들이 머무른 지방 소도시의 관광호텔 1층 로비에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가 있었는데, 다소 속도가 느렸다. 그래서 미국 대표단에게 “속도가 느려 짜증 나지 않냐”고 묻자, 이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작은 도시에서도 이렇게 편안하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대답했다.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유구한 역사 및 독특한 문화 역시 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문경새재, 대구 동화사, 경주의 신라 유적지 등지를 방문한 이들은 “놀랍다” “아름답다” “평화롭다” 등을 연발했다. 특히 문경 대승사에서의 발우공양(鉢盂供養)은 잊지 못할 체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음식을 남기지 않게 담아 먹어야 하는 발우공양의 진의를 모르고 많은 양을 떴다가 다 먹어야 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비움을 통해 선을 이룬다’는 불교의 가르침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바버라 조겐 백악관 대외교섭 담당 부국장은 대구의 염색공단과 벤처기업들을 둘러본 뒤 “이제는 미국을 알고자 미국에 오는 한국인보다 한국을 알기 위해 한국에 오는 미국인이 더 많아질 때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클린트 즈웨리펠 미주리 주의회 하원의원의 발언은 이런 국가 간 인적 교류 프로그램이 왜 중요한지를 한마디로 축약해 보여준다.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방한은 40년 후 한국의 위상을 가늠해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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