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8

2005.08.16

“도청 때문에 불안하십니까”

X파일 파문 이후 ‘도청 탐지업’ 주목 … 13개 업체 자체 기술·장비 활용 ‘도청과의 전쟁’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입력2005-08-11 1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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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청 때문에 불안하십니까”

    도청 탐지업체인 코세스코리아 직원들이 탐색기를 이용해 가구 속에 숨겨져 있는 도청기를 찾고 있다.

    불법감청, 즉 도청은 누가 하는가. 적(敵)이 할 수도 있겠지만, 열에 여덟아홉은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측근(혹은 경쟁자)이 시도한다. 멀리 있는 적(경쟁자)일지라도 나와 가까이 있는 사람을 통하지 않으면 도청 장치를 설치하기는 힘들다. 도청이 두려운 사람은 주변을 의심하라. 그리고 그에 앞서 과연 덕(德)을 쌓는 행동을 했는지부터 곰곰이 되돌아보라.

    한국은 오랫동안 도청에 대해 무대책으로 지내왔다. 통신비밀보호법이 94년에 시행되었으니, 도청이 불법이며 처벌 대상이 된 것은 불과 11년 전부터의 일이다. 그리고 2004년 1월 이 법에 ‘불법 감청설비 탐지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정보통신부에 등록한다’는 조항이 신설됨으로써, 도청 설비를 찾아내는 도청 탐지업이 비로소 합법화되었다.

    도청 탐지업과 도청은 일란성 쌍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도청 탐지를 하는 사람은 도청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잘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보통신부에는 13개 업체가 도청 탐지업체로 등록돼 있는데, 이들은 자체 기술이나 도입한 장비를 토대로 도청 방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가장 흔한 도청 방법은 미림팀처럼 주요 인물들이 만나는 현장에 마이크나 도청기를 설치해놓는 것. 마이크를 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중 가장 고전적인 방법은 유선으로 된 도청기를 건물 안에 집어넣는 것이다. 이 방법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은 아예 건물을 지을 때 도청 장치를 설치하는 것이다.

    ‘주파수 감지’ 방식으로 도청기 찾아내



    건물을 지으면 전기선·전화선 등 여러 선을 깔게 되는데, 이때 도청용 선을 함께 집어넣으면 항구적으로 도청할 수 있다. 이때 도청기나 마이크 등은 숨겨놓을 공간이 있는 전기 콘센트 부근에 설치해둔다. 이렇게 도청기를 설치했을 경우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우리나라 전기의 주파수는 60㎐이고 전화선에도 일정한 주파수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선이 있는 곳에 도청용 선이 들어와 있다면, 이 선에 흐르는 전류는 전화선이나 전기선에서 나오는 주파수와 다를 수밖에 없다.

    도청방지 업자들은 이를 이용, 다른 주파수가 흐르는 선을 찾아내는 장비를 갖고 있다. 이들이 갖고 있는 종합탐색기의 안테나는 다른 주파수가 흐르는 선이 있는지를 금방 추적해낸다.

    “도청 때문에 불안하십니까”

    상시도청감시 장비를 개발한 안교승 씨.

    좀더 일반적인 도청은 무선 도청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무선 도청기는 수집한 정보를 무선으로 전송하는데, 이 주파수를 잡아내는 것은 더 쉽다. 종합탐색기는 대략 100평 정도의 방에서 나오는 모든 주파수를 잡아낸다. 그러다 전기선이나 전화선, 휴대전화 혹은 퀵서비스 직원들이 사용하는 무전기 전파 이외의 것이 포착되면 신호음을 통해 ‘이상 있음’을 알려준다.

    안테나가 수상한 주파수를 감지해냈을 경우 숨겨진 마이크나 도청기는 어떻게 찾아낼까. 탐색 요원들은 안테나를 통해 방향을 확인한 뒤 탐지봉을 들고 주변을 ‘톡톡’ 쳐본다. 도청기는 소리를 전달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도청기는 탐지요원이 두드린 소리도 전송하는데, 이 전파를 탐색기 안테나가 잡아낸다.

    이렇게 되면 탐색기에 연결된 스피커나 헤드폰에서도 ‘톡톡’ 소리가 나오므로 탐지요원은 소리가 나오는 곳을 찾아가 마침내 도청기를 찾아내는 것이다. 원시적인 방법 같지만 이러한 노력으로도 요즘 7×7mm 크기까지로 작아져 있는 도청기를 찾아낼 수가 있다.

    도청 설비 탐지작업은 대개 도청기를 심은 사람이 알 수 없도록 모든 사람이 퇴근한 한밤중이나 휴일에 ‘비밀리’에 이루어진다. 이렇게 해서 도청기를 찾아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관련 법령은 도청기를 발견한 업체는 반드시 정보통신부 중앙전파관리소에 이를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탐지업체는 도청기 발견 사실을 중앙전파관리소에 신고한다.

    그러나 신고가 이뤄져도 도청기를 심은 범인이 잡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도청기에 지문을 찍을 정도로 어수룩한 도청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데다 그 누구도 ‘내가 도청기를 심었소’라고 자수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는 도청 상시 감지 장비 개발 수출하기도

    좀더 전문적인 도청자는 레이저 빔을 이용한다. 전화는 사람 목소리를 비롯한 소리를 진동으로 바꾸고 이 진동을 전기신호로 바꿔 전달한 다음, 이를 역순으로 풀어서 소리로 복원해낸다. 이와 똑같은 현상이 소리와 유리창 사이에서 일어난다. 사무실이나 방에서 일어나는 소리는 미세하게나마 유리를 떨게 하는데, 이때 도청자는 먼 거리(수km 밖에서도 가능)에서 레이저 빔을 쏜다.

    레이저 빔은 매우 섬세해서 창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진동을 그대로 반사하는데, 이 빔을 포착해 역순으로 풀면 방 안의 소리가 복원된다. 그러나 레이저 빔의 주파수도 도청 탐지업자가 갖고 있는 탐색기에 포착된다. 레이저 빔 역시 일상적인 전파가 아니기 때문에 탐색기는 쉽게 포착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도청자가 레이저 빔을 쏘지 않으면 탐색기는 포착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도청을 걱정하는 사람들이라면 13개 업체에서 제공하는 상시도청감시 시스템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이 시스템에 가입하면 업체는 감시장비를 제공해준다. 이 감시장비는 전기나 유선전화의 주파수, 휴대전화 주파수, 퀵서비스 직원들이 사용하는 무전기 주파수 등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것 이외의 주파수가 포착되면 이를 알려준다. 이 장비에서 이상이 포착되면 즉각 탐지업체 요원이 달려와 탐색을 시작한다.

    일찌감치 도청 방지업에 진출했던 한국통신보안(사장 안교승)은 R5000이라는 상시감시 장비를 개발해 수출까지 하고 있다. 한국의 도청 방지업은 늦게 시작됐지만 빨리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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