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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국정원 & 도청

“궁금하긴 한데 나도 엮일까봐”

검찰 압수 테이프 내용 공개 여부에 여야 촉각 … 5당 당리당략 따라 목소리 ‘제각각’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궁금하긴 한데 나도 엮일까봐”

“궁금하긴 한데 나도 엮일까봐”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7월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3동에 있는 전 안기부 미림팀장 공운영 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서류 등을 옮기고 있다.

판도라 상자의 열쇠는 누가 쥘 것인가.

검찰의 ‘안기부 X파일’에 대한 수사는 복잡하지 않다. 국정원의 불법감청 행위가 한 ‘줄기’고, 도청 테이프 밀반출 행위, 테이프로 삼성을 협박한 혐의가 다른 한 ‘줄기’다. 국정원 불법감청은 검찰이 공운영 씨의 입을 열어 미림팀의 활동 내용과 당시 보고 라인 등을 밝혀내면 된다. 또 국정원이 고백성사한 김대중(DJ) 정부 4년 동안 이뤄진 도청 실태에 대해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수사하면 된다.

불법감청한 내용을 밖으로 알린 행위에 대해선 공소유지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공 씨가 테이프를 박 씨에게 넘긴 행위 △박 씨가 이 테이프를 MBC에 건넨 행위 △MBC가 녹취록을 근거로 테이프 내용을 보도한 행위를 법리에 따라 판단, 처리하면 된다. 공 씨가 국정원에서 테이프를 빼낸 건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할 수 없다. 협박 부분은 서로 상대방이 주도했다고 주장하는 박 씨와 공 씨를 대질하면 끝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관심은 대체로 테이프 내용에 있다.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는 정당들과 달리 국민의 상대적 다수가 보는 사건의 본질은 테이프 내용과 불법감청 양쪽 모두다. 검찰의 도청 테이프 수사가 사안이 복잡하지 않음에도 격랑에 휩싸이는 이유 역시 테이프 내용의 파괴력 때문이다. 검찰은 압수한 274개의 테이프 내용을 공개하고 싶어도 공개할 수 없다. 그 자체로 현행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한시적 특별법 제정” “특검법 제정” 등 의견 분분



테이프에 담긴 유력 인사들의 치부가 세상 밖으로 드러내려면 특별법을 만들어 공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특별법 제정 여부를 놓고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따라 5당5색의 목소리를 내며 대치하고 있다(8월5일 현재). 각각 한시적 특별법 제정(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민주당·자민련), 특별검사법 제정(한나라당·민주노동당·민주당·자민련 주장)으로 당리당략에 따라 복잡하게 엇갈리고 있다(표 참조).

정치권의 논의 결과에 따라 ‘판도라 상자의 열쇠’가 검찰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질 수 있는 것이다. 상자가 열리면 썩은 내가 진동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테이프 내용에 거리낄 게 없는 정당들은 특별검사제와 특별법(테이프 내용 공개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을 동시에 주장한다. 민주노동당, 민주당, 자민련이 그렇다.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은 수사는 검찰에 맡기고 특별법을 만들어 도청 테이프 내용 공개 여부를 결정할 제3기구를 만들자고 주장한다.

우리당 지도부는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으나, 바닥 기류는 테이프 내용 공개 쪽으로 기운 듯하다. 우리당 J 의원은 “과거 벌어졌던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다는 측면에서도 판도라의 상자는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건의 본질은 정·경·언 유착에 있다”면서 “한시적 특별법을 통해 공개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야 4당은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특검법이 통과되면 수사 주체는 검찰에서 특검으로 바뀐다. 특검제는 이른바 검찰 내 ‘삼성 장학생’(떡값을 받았다는 전·현직 검찰 간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의구심을 줄일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특검은 여론에 민감하고 보안에 취약하다”면서 “특검으로 가면 테이프 내용의 일부 유출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삼성도 특검보다는 검찰 수사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특검을 요구하는 한나라당의 시각은 다른 야당들과는 다소 다르다. 한나라당은 “테이프 내용을 공개해도 상관없다”고 밝혔으나, 불법감청 및 은폐 의혹 위주로 조사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나라당의 특검법 수사 대상은 김영삼 정부의 불법감청은 물론이고, 현 정부의 불법감청 문제도 포괄한다. 한나라당은 국정원이 DJ 정부 때도 4년간 도청을 했다고 고백성사를 하자, “DJ 시절의 불법행위에 대한 조사도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술적으로 특검 추진파(야 4당)가 과반의석(150석)을 넘었으나, 특검 수사 대상을 ‘불법감청’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한나라당과 ‘테이프 내용’이 주 관심사인 민주노동당 등이 의견을 모을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따라서 우리당의 ‘특검 수용’과 한나라당의 ‘특별법 수용’이라는 절충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 그러나 판도라의 상자를 열 수 있는 특별법의 걸림돌은 위헌 가능성이다. 특별법이 헌법 제17조 사생활의 자유와 제18조 통신의 비밀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많다.

특별법의 내용에 따라서는 도청 테이프 내용에 대한 수사도 진행될 수 있다. 또 다른 위헌 시비가 예상되지만 특별법이 불법자료가 재판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걸 뒤집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각 당이 당리당략적으로 접근하는 가운데, 판도라 상자의 열쇠가 결국 누구 손에 쥐어질지 자못 궁금하다. 불법감청 테이프에 담긴, 고위 인사들의 깜짝 놀랄 만한 치부는 만천하에 공개될 것인가. 정·경·언 유착의 숨소리는 ‘도청 정국’으로 인해 파묻힐 것인가.







주간동아 2005.08.16 498호 (p16~17)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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