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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 ‘크라카토아’

1883년 화산 폭발 대재앙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1883년 화산 폭발 대재앙

1883년 화산 폭발 대재앙

사이먼 윈체스너 지음/ 임재서 옮김/ ㈜사이언스 북스 펴냄/ 512쪽/ 2만3000원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거대한 폭발음이었다. 도저히 잊을 수 없는 무시무시한 폭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분화구에서 수천 개의 하얀 풍선이 날아오르는 것 같았다.”

1883년 8월27일 월요일. 굉음과 함께 엄청난 진동으로 지옥의 문이 열렸다. 검은 화산연기는 하늘을 뒤덮고, 집채만한 바위는 대포알처럼 사방으로 날아갔다. 시뻘건 용암은 미친 듯이 산 아래로 흘러 내려갔다. 석 달 동안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화산이 마침내 폭발한 것이다.

‘크라카토아’는 지난해 동남아시아 지진해일 대재앙의 전주곡이었던 크라카토아 화산 폭발의 전말을 파헤친 과학 논픽션이다. 그날의 폭발로 수마트라와 자바 섬의 165개 마을이 폐허가 됐고, 주민 3만6417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해발 800m의 바위산과 15.4km2의 암석섬이 지도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부석과 화산재가 끝없이 쏟아진다. 워낙 엄청난 폭발이어서 선원 반 이상이 귀청이 찢어졌다. 마지막으로 나는 사랑하는 아내를 생각했다. 최후의 심판일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마트라로 항해 중이던 영국 선박 노엄 캐슬호 선장 샘슨이 남긴 기록이다.

이 지역은 지구가 생성된 이래 화산 폭발과 지진 발생이 끊이지 않은 곳이다. 지구 역사에서 가장 센 다섯 번의 화산 폭발 중 세 번이 이곳에서 일어났다. 7만4000년 전 수마트라 북부 토바 화산 폭발과 1815년 탐보라 화산 폭발, 그리고 1883년 크라카토아 화산 폭발이 그것이다.



“멀리 거대한 구름 기둥 뒤편에서 화산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굉음을 내고 있었고, 해변에는 엄청난 파도가 몰려오고 있었다. 파도가 오르내리면서 바다 수면은 점점 더 높아졌고, 바닷물이 해안의 시설들을 죄다 파괴하면서 무섭게 몰려오고 있었다. 바람도 불지 않았고 폭우도 내리지 않았지만, 바다의 표면은 무섭게 용틀임을 하고 있었다.” 화산 폭발에 이은 지진해일은 곧 인근 섬을 덮친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자바 섬 인근 지역은 지질학적 판 구조상 불안정한 유라시아 대륙판과 인도-오스트레일리아 대양판이 충돌하는 곳이다. 두껍고 무거운 암석으로 이루어진 대륙판과 가볍고 따뜻한 대양판이 부딪치면 대양판은 아래로 밀려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대륙 암석 조각들을 끌고 내려간다. 그리고 수마트라 해안에 쌓인 모래, 진흙과 수분, 공기, 바닷물을 빨아들인다. 이 지질학 칵테일은 수직으로 떨어지는데 이때 물을 머금은 암석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녹으면서 기체와 거품으로 변하고 전체 물질 덩어리가 격렬하게 폭발, 대기 중으로 솟구쳐 올라간다. 이것이 크라카토아 화산 폭발의 원인이었다.

크라카토아 화산 폭발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수십km 상공 성층권까지 치솟은 화염과 분출물들은 대기권을 떠돌며 태양광을 차단, 지구 기온을 떨어뜨려 전 세계적인 흉작과 사회 혼란을 야기했다. 공중과 지하로 퍼진 충격파는 지구 대기권을 네 번이나 돌며 런던과 워싱턴 등 세계 곳곳의 기압계와 지진계를 뒤흔들었다. 또 중동지방 이슬람교에 비해 온건했던 동남아시아 이슬람교에 종말론적인 광신주의와 반서구주의가 싹트게 했다. 한때 번성했던 네덜란드 식민 지배체제에도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몰고 왔다. 또한 인도네시아 독립을 촉발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만들어졌다.

단층이 불안정한 이 지역은 지진 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지난해 12월에도 지구촌 악몽과 통곡의 장소로 변했다.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기려고 동남아시아로 몰려든 사람들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서쪽 안다만에서 발생한 리히터 진도 8.9의 강진(일본 히로시마 투하 핵폭탄 250만 개의 위력)으로 인한 지진해일로 죽거나 크게 다쳤다.

동남아시아의 수많은 관광지가 쑥대밭이 되었다. 그러나 지진과 화산 폭발의 공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는 계속 살아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5.05.24 486호 (p82~82)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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