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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래 교수의 ‘과학 속 세상史’

참다운 환경운동의 의미 조상 행적에서 찾았으면

  • 한국외국어대 과학사 교수/ parkstar@unitel.co.kr

참다운 환경운동의 의미 조상 행적에서 찾았으면

참다운 환경운동의 의미 조상 행적에서 찾았으면
올해는 연암 박지원(1737~1805)이 세상을 뜬 지 200주기가 되는 해다. 연암은 ‘양반전’과 ‘호질’ ‘허생전’ 등의 소설로 일가를 이룬 실학자로 유명할 뿐 아니라 ‘열하일기’라는 중국 여행기로 후대 학자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그의 아들 박종채가 아버지를 회상하며 쓴 ‘과정록’에 따르면, 그의 집에서는 개를 기를 수 없었다고 한다. 연암은 집안사람들에게 “개는 주인을 사랑할 줄 아는 동물이다. 그런데 한 번 기르면 잡지 않을 도리가 없는데, 잡는 것은 차마 할 수 없는 일 아니냐. 그러니 애초에 기르지 않느니만 못하다”고 말했다 한다.

이 대목을 읽다가 불현듯 1988년 서울올림픽 때 프랑스의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우리나라의 개고기 먹는 풍속에 대해 비난했던 생각이 났다. 개를 애완용으로 기르는 사람 처지에서는 고기를 먹는다는 것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야만 행위가 되겠다.

또한 박지원은 기러기 고기도 먹지 않았다. 이유는 우리말에 기러기를 형제로 비유하는 ‘안항(雁行)’이란 표현이 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자신이 타던 말이 죽자 묻어주라고 했는데, 하인들이 몰래 말고기를 먹어치운 사실을 훗날 알게 된 박지원은 하인들을 내쫓아 처벌했다는 기록까지 나온다.

근대 이전 사람인 박지원이야말로 원조 동물애호가로 봐도 될 듯싶다. 바르도가 와서 큰절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동물애호가이니 환경론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동물을 사랑하고 환경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은 과학기술이 인류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면서 더욱 기세를 올린 현대 사상이다. 과학기술 이전까지 인간은 자연을 정복하겠다며 법석을 떨었지만, 이제 그렇게 자연을 파괴해 가다가는 인간의 근거마저 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를 주장하고 지구사랑을 외친다지만, 본질은 사람을 살리자는 생각이다. 이리 생각해보면 환경운동이란 다름 아닌 인간중심주의이고, 인간의 이기심의 표현이라는 생각을 피할 수 없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장을 펼치게 마련이다. 박지원이 자신의 경험에 따라 개고기와 기러기 고기를 차마 못 먹은 것이라면 누구도 그를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만약 그가 남들의 개고기 식용을 비난하고 나섰다면, 이는 분명히 지나친 행동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동물고기는 남에게도 먹지 말라고 요구했다가는 그 끝이 없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소나 말, 혹은 돼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도 있을 것 아닌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람이란 존재에게 동물들의 고기를 먹을 권리가 도대체 있기나 한지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논리를 연장하면 앞으로 그 어떤 동물도 먹을 수 없는 날이 올지 모른다. 식물인들 생명체가 아니란 말인가. 그렇다면 인간의 환경론이 최고로 고상(高尙)해지는 날, 인간은 동식물 섭취를 포기하고 화학합성 식품만으로 살길을 찾아야 할지 모른다.

거대 국책사업이 환경론 앞에 줄줄이 주저앉는 꼴을 보면서, 우리의 환경운동이 유별나고도 지독한 것은 아닌가 걱정스러워하는 말이다. 차라리 박지원 같은 우리 조상들 가운데서 환경 사상의 역사적 뿌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통해 환경운동의 깊이를 더해가려는 노력도 필요할 듯하다.



주간동아 2005.03.08 475호 (p61~61)

한국외국어대 과학사 교수/ parkstar@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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