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8

2016.10.12

안병민의 일상 경영

버튼에 주목하라

단순함의 미학

  • 열린비즈랩 대표 facebook.com/minoppa

    입력2016-10-07 16:5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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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주 화요일 부산 가는 비행기 편 좀 알아봐줄래?” “노트북컴퓨터를 사려고 하는데 100만 원 안팎의 적당한 제품이 있을까?” 친구한테 하는 말이냐고요? 천만에요. 이건 ‘봇(Bot)’에게 건네는 이야기입니다. 봇은 로봇의 줄임말로, 사람과 대화해 사람이 원하는 작업을 수행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비행기 표를 끊는다고 가정해보지요. 예전에는 비행기 표를 사려면 항공사나 여행사로 전화를 걸거나 판매하는 곳에 직접 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일상화되면서 그런 번거로움은 사라졌습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날짜와 시간대를 알아보고 바로 결제까지 할 수 있게 된 거지요. 웹(Web) 세상입니다. 그런데 ‘내 손안의 컴퓨터’ 스마트폰이 우리의 삶 속으로 훅 들어오면서 사람들은 더는 개인용 컴퓨터(PC) 앞에 앉아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가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을 켜고 애플리케이션을 열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터치 몇 번으로 원하는 시간대의 비행기 표가 내 폰으로 쏙 들어옵니다. 바로 앱(App) 세상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주지하다시피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의 습격이 시작됐습니다. 사람이 하던 수많은 작업이 이제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전망입니다. 흔히 ‘봇’이라 부르는 ‘채팅봇’도 사실 인공지능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사람과 바둑을 두듯 사람과 대화하면서 사람이 원하는 작업을 척척 처리해주는 겁니다. 이를테면 ‘나만의 수행비서’라고나 할까요.

    홈페이지를 찾아 메뉴를 ‘클릭(Click)’하며 원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웹’ 시대가 지나고 스마트폰 앱을 ‘터치(Touch)’해 다양한 서비스를 즐기는 ‘앱’ 시대를 거쳐 바야흐로 우리는 ‘말(Chatting)’만 하면 모든 게 이루어지는 ‘봇’ 시대를 살아가게 된 겁니다. 눈이 휙휙 돌아갈 정도로 빠른 광속의 변화입니다.

    그런데 그 변화의 한가운데서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웹에서의 클릭’과 ‘앱에서의 터치’ ‘봇과의 대화’가 기술 발달에 따른 우리 일상사의 변화를 상징하는 것들이라면 또 하나 추가해야 할 게 바로 ‘버튼’입니다. 최근 SK텔레콤은 버튼만 누르면 원하는 생필품을 자동으로 주문, 결제해 배송해주는 서비스 ‘꾹’을 출시했습니다. 미리 몇 가지 설정만 해두면 라면이나 휴지 등 60여 종의 생필품이 버튼을 꾹 누르는 동작 하나로 우리 집에 배달되는 겁니다. 서비스 가능 품목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겁니다.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내는 진풍경 중 하나입니다. 바야흐로 ‘버튼 인터넷’ 세상입니다.

    이처럼 버튼이 주목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무엇보다 직관적입니다. 복잡하거나 골치 아픈 프로세스가 없기에 아이나 노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입니다. 어찌 보면 버튼은 ‘클릭’과 ‘터치’, 그리고 ‘대화’를 한데 버무려 놓은 무척이나 단순한 툴입니다. 그러니 간편하고, 그래서 강력합니다. 설치도 쉽고 비용 또한 저렴합니다.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UX)’이 중요한 시대, 앱과 봇에 이어 버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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