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0

2005.01.25

먼저 텔레비전을 끄세요. 그리고 책을…

  • 입력2005-01-20 16:0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책 읽기를 생활화하면 좋은 점은 먼저 아이들의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 언어 능력도 향상되고, 책을 통해 정서가 풍부해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도 압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아이가 자신이 성장하고 있음을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 오늘 저녁부터라도 해봅시다. 책 읽는 아이들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겨울방학입니다. 학부모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때입니다. 이 긴 방학 동안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유가 좀 있다면 해외 어학연수나 여러 가지 캠프 등을 통해 아이의 심신을 가꿀 기회를 제공해줄 수도 있겠지만, 보통의 우리 가정은 그리 넉넉지 못한 살림살이입니다. 그렇다고 아이를 하루 종일 집 안에서 뒹굴게 할 수도 없습니다. 또 아이가 게임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그냥 학원에 보내 공부의 리듬을 잃지 않게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아마 모르긴 해도 많은 부모가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방학을 잘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계획만 많았을 겁니다. 하지만 새해 첫 달, 방학이 있는 이번 달에는 ‘아이와 함께하는 책 읽기’를 목표로 실천해도 좋을 듯합니다.

    방학 동안 아이들과 함께 책 읽는 습관 들이기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먼저 텔레비전을 끄십시오. 얼마 안 가 집안 식구 모두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처음에는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다는 느낌일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한번 해보세요.

    텔레비전을 끄면 먼저 가족 간에 대화가 이뤄지고 또 뭔가 다른 일을 하고픈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아이들과 함께 엄마 아빠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곳에 모여 30분 동안 책을 읽는 겁니다. 이 30분을 우습게 생각하지 마세요. 책 읽는 습관이 안 든 사람들에게는 제법 길고 지루한 시간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상당히 부담스럽고 힘든 시간이기도 하고요. 그런 다음 적응이 되면 차츰 시간을 늘립니다. 온 식구가 모여 30분 동안 조용히 각자 자기가 가져온 책을 읽습니다. 그동안 사두기만 하고 못 읽었던 책을 읽는 겁니다.



    만약 집에 읽을 책이 없고 책 값이 부담스럽다면, 학교 도서실이나 주변에 있는 국·공립 도서관에서 대출을 하십시오. 학교 도서실의 경우 방학이라도 대부분 오전에는 문을 엽니다. 책을 대출하러 갈 때에는 아이만 보내지 말고, 같이 가서 어떤 책을 고르는지 옆에서 지켜봐주세요. 그러면 우리 아이의 독서 성향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으니까요.

    책을 다 읽은 다음, 우리는 꼭 감상문을 써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감상문 쓰기를 강요하지 맙시다. 오히려 이것이 책 읽기를 싫어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목과 지은이 정도만 기록하게 하세요. 대신 부모님과 아이가 읽은 책을 바꿔 보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책의 내용에 대해 서로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아가 내 아이가 책의 어떤 부분에서 감동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감수성과 표현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만화책은 절대로 읽히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번 방학 동안만이라도. 만화 학습 교재도 될 수 있으면 선택하지 않도록 합니다. 아직은 아이들이 문자를 통해 상상하고 표현력을 키울 수 있게 활자로 된 책만으로 이끌어줍시다.

    또한 가능한 한 아이들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책을 고를 수 있게 이끌어주세요. 새 책을 읽기 전에 주제를 서로 상의하는 것도 방법이 되겠지요. 또 사건이나 주제가 같지만 각기 다른 책을 읽도록 해 글쓴이에 따라 생각과 표현이 어떻게 다른지를 자연스럽게 비교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책 읽기를 생활화하면 좋은 점은 먼저 아이들의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언어 능력도 향상되고, 책을 통해 정서가 풍부해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도 압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아이가 자신이 성장하고 있음을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오늘 저녁부터라도 해봅시다. 책 읽는 아이들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먼저 텔레비전을 끄세요. 그리고 책을…
    이 종 훈ㅣ어린이책 전문 출판사 ‘동산사’ 대표 hmock@empal.com



    칼럼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