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6

2004.12.30

‘한류’대박을 낳다

문화 콘텐츠 수출·관광객 유치로 외화 벌이 짭짤 … 올해 ‘겨울연가’ 직·간접 수입 1조원대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4-12-23 1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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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류’대박을 낳다
    올8월, 신규 화장품 브랜드인 ‘미샤’는 탤런트 원빈과 6개월에 3억원이라는 초고가 모델 계약을 체결했다. 즉각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초저가를 내세운 화장품 회사가 값비싼 모델을 기용했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지만, 회사 측은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서 꼭 필요한 정책이다”고 주장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원빈은 드라마 ‘가을동화’를 통해 최고의 한류 스타로 떠오른 인물.

    미샤의 모험은 대성공이었다. 12월18일 미샤 홍콩 1호점 개점을 기념한 원빈의 사인회에는 무려 1000여명의 팬들과 홍콩 TV 등 60여개 현지 언론이 출동했다. 원빈이 나서 한국 화장품 미샤의 홍콩 진출을 자연스레 동남아시아 전체에 홍보한 셈이다.

    탤런트 김남주를 앞세운 LG-드봉 화장품이 베트남 시장의 70%를 점유하고(2000년), 삼성SDI가 중국에서 탤런트 안재욱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으로 중국 모니터 시장점유율 1위(2002년)에 오른 이후 한류 스타를 이용한 마케팅 성공 사례는 지금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최근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은 한류 붐을 통해 점차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 나아가 시장 다변화를 이룩하는 선순환 경로를 밟아가기 시작했다”는 전망을 경쟁적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60~70년대 전 세계에서 불었던 일본 문화 붐이 80년대 일본 상품의 세계 제패로 이어진 전례 또한 한류에 거는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 상품의 마케팅 수단으로서의 한류’란 지나치게 한류의 기능을 축소한 시각이라는 지적이다. 한류 자체가 문화상품이면서 경제 전쟁의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류의 삼총사로 불리며 문화 수출의 첨병 구실을 하고 있는 분야는 한국의 드라마와 가요(K-pop), 그리고 영화 등이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 일본서 7억원에 팔려

    현재 한국에서 제작하는 방송 3사의 최신 드라마는 거의 시차를 두지 않고 아시아 각국으로 전해지는 상황이다. 가격 또한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방송국 관계자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파리의 연인’이 일본에만 7000만엔(약 7억원)에 팔렸고, 송승헌 파동으로 유명세를 더욱 떨친 ‘슬픈 연가’는 일본과 대만에서 약 30억원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낸 것.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문화 콘텐츠 상품의 산업 연계 효과가 큰 이유는 일반 제조업과 달리 ‘원 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 하나의 소재를 서로 다른 장르에 적용해 파급 효과를 노리는 마케팅 전략)’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대중의 구매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효과를 지녔기 때문. 2002년 한국에서 첫 방송된 ‘겨울연가’는 순제작비 약 30억원의 평범한 드라마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2003년까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의 판매 액수만 169만 달러(약 20억원)에 달하며 한류의 일각을 차지했다.

    ‘겨울연가’가 대박을 터뜨린 것은 일본에서였다. 이 드라마는 단돈 4억4000만원에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일본의 유력 사설 경제연구소인 다이치 생명경제연구소는 ‘겨울연가’가 한일 두 나라에 끼친 경제 효과를 2300억엔(약 2조3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일본인 관광객의 증가 등으로 한국이 벌어들인 직·간접적인 수입도 올해 약 1072억엔(1조720억원)에 이른다는 것.

    한류 영향 올해 관광객 2003년 비해 25% 증가

    문화상품의 뛰어난 연계 효과는 ‘드라마’라는 한 편의 상품이 영화 DVD 출판 및 캐릭터 분야로 넓혀지기 때문. 최근 송승헌씨 입대로 화제를 모은 TV 드라마 ‘슬픈연가’ 제작사인 김종학 프로덕션은 만화 제작업체 대원씨아이와 손잡고 모두 5권의 단행본을 국내 25만권, 해외에 100만권 넘게 팔 계획이다. 적어도 최근 국내에서 계획되는 드라마나 영화는 캐릭터, 출판 시장을 고려할 만한 수준에 올랐다는 방증이다. 한국컨텐츠진흥원 서병문 원장은 “한류가 점차 애니메이션 캐릭터 및 출판 등으로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며 “한류가 더는 한국의 연예인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나 드라마 산업이 아시아 시장을 석권하면서 급속히 덩치를 불리며 산업화하는 변화 또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KBS 드라마국 정해룡 PD는 “중화권에 이어 일본에까지 한국 드라마 판로가 확장되면서 시장 규모가 급속하게 커졌다”면서 “사극의 경우 고증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 방송작가와 제작 스태프들에 대한 대우가 좋아지면서 영화와 방송에 입문하고 싶어하는 인재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결정적으로 한류 열풍은 국가 브랜드를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12월19일 일본 언론들은 “일본 내각부가 한 일본 주변국들에 대한 친밀도 여론조사에서 한국에 친밀감을 느낀다는 여론이 56.7%에 달해 78년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용사마’ 열풍 등 한류 붐으로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관심이 커진 것이 원인인 셈이다. 또한 현대적 감각의 사극인 ‘다모’와 ‘대장금’이 중화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우리의 전통 문화를 효과적으로 전파한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이 같은 국가 이미지 상승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이 급증했다는 사실에서 쉽게 증명된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은 모두 478만4000명으로 2003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2% 늘어난 것. 최근 월간 외국 관광객 입국 수가 50만명을 넘어서며 기록을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금세 꺼질 줄 알았던 ‘한류 열풍’이 지속되고 국내 문화 기업들의 안목과 규모 또한 커졌지만, 전망이 꼭 밝은 것만은 아니다. 한류 전파의 첨병 구실을 자임하는 아리랑 TV 김명중 부사장은 “문화 콘텐츠 산업의 뛰어난 성장성에도 아직 정부와 기업 간의 유기적인 협조 체제가 갖춰지지 못한 상황이다”며 “한류는 우리 문화상품이 세계시장에 데뷔했다는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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