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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전문’ 新보따리장수 떴다

인터넷 등 통해 주문받는 구매 대행업 … 해외 아웃렛 매장 등서 싸게 사 국내로 ‘수입 짭짤’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명품 전문’ 新보따리장수 떴다

‘명품 전문’ 新보따리장수 떴다

해외 유학생이나 현지 거주자를 통해 명품을 사서 배송받는 구매 대행 쇼핑이 크게 늘었다.

런던 유학생 김모씨(29)의 전공은 패션 마케팅이다. 그러나 그는 요즘 학교보다 ‘마케팅’ 현장에서 돈버는 일에 더 재미를 붙이고 있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버버리나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 영국의 명품 브랜드를 구입해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 영국에선 이들 상품을 한국보다 30~60% 싸게 살 수 있고 물건 값 자체가 크기 때문에 배송비 등을 빼도 이익이 쏠쏠하다. 패션이 전공이긴 하지만 거의 매일 런던 시내 아웃렛 매장이나 백화점을 돌아다니고, 세일 땐 수업에 빠지고 맨체스터에까지 원정 쇼핑을 갈 때도 있으니 이제 주객이 전도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일의 가장 큰 장점은 자본금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물건을 사지 않고 카탈로그를 스캔받거나 매장에서 디지털카메라로 상품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 다음, 주문이 들어오면 사서 배송해주면 된다. 간혹 아웃렛에서 세일할 때 버버리 운동화를 10만원이 안 되는 가격에 구입하기도 한다. 버버리 같은 브랜드는 한국에서 대중적 인지도가 있으므로 25만~27만원이면 ‘확실히’ 팔 수 있다.

주변에 김씨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무늬만 유학생’인 사람들도 꽤 있는데, 간혹 물건 값을 받고는 ‘여기까지 잡으러 오겠냐’며 떼어먹는 친구들도 있다. 김씨는 한국 인터넷 명품 쇼핑몰 몇 군데에서 착실히 신용만 쌓으면 이곳에서 구매 대행을 사업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유학생들, 아르바이트 삼아 ‘너도나도’

홍콩의 A씨는 ‘기러기 아빠’다. 그러나 다른 집처럼 아이와 아내를 유학 보낸 것이 아니라 혼자 홍콩에 머물며 명품 수입 대행을 하고 있다. 그는 ‘스페이스’ ‘조이스’ 등 홍콩의 유명한 아웃렛 매장이나 개인 수입업자들의 숍에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한다.



구입량이 많아 어디서나 VIP 대접을 받으며, 홍콩 현지인들보다 더 싸게 명품을 사는 노하우도 꿰고 있다. 모두 발로 돌아다니며 얻은 소득이다. 요즘은 한국에서 중고 명품 수요가 많아져 홍콩 중고 숍도 샅샅이 돌아다니는데 물건이 한국보다 훨씬 싸게 나오기 때문에 이윤이 높다.

그러나 A씨처럼 전 세계에서 명품 수입을 대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가격 경쟁도 심해졌다. 한국의 백화점에서 350만원에 판매하는 명품 C의 신제품 가방을 A씨는 265만원에 구입해 20만원을 붙여 판다. A씨에게서 사가는 사람이 최종 소비자인 경우도 있지만, 그것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310만원 정도에 되파는 대학생들이나 주부들도 자주 본다고 한다.

‘명품 전문’ 新보따리장수 떴다

‘명품 집착’을 꼬집기 위해 명품 로고를 이용한 작가 전선영의 작품.

대부분 처음엔 자신이 쓰려고 물건을 사지만, 한두 개씩 이익을 남기고 되팔아보면서 아예 명품 보따리장수로 ‘창업’을 하는 것이다. A씨는 국내 경기가 급격히 나빠진 올해 초부터 대학생들이나 여성들 사이에 이 같은 명품 보따리장수가 크게 늘어났고, 이들에게는 도매로 물건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명품 소비 패턴이 초기 면세점이나 백화점에서 인터넷 쇼핑몰과 중고판매점으로 변화한 데 이어, ‘대행업자’들을 통해 직접 쇼핑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터넷 쇼핑몰이 운영업자가 물건을 직접 수입해 판매하는 일종의 사이버 백화점이라면, 구매 대행업체는 일정한 구매 대행 수수료를 받고 해외 판매자의 사이버 몰에서 물건을 수입한 뒤 운송을 주선해준다. 관세청이 추산하는 바에 따르면 이 같은 인터넷 구매 대행업체 사이트만 250개에 이른다.

명품 배송업 커지다 보니 ‘가짜도 활개’

인터넷 쇼핑몰과 구매 대행의 장점을 더한 최근의 트렌드가 런던의 김씨나 홍콩의 A씨처럼 외국에 사는 새로운 명품 보따리장수들을 통하는 것이다. 이들은 루이 비통 가방을 대여섯 개씩 사들고 들어오는 예전의 보따리장수들과 달리 스스로 명품 마니아거나 패션 전문가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들은 유럽의 최신 유행 정보에 맞춰 상품을 판매하며,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의 물건까지 구해주기도 한다. 기업이 아니라 개인이 발로 뛰며 구매 대행을 하므로 세일하는 물건부터 중고까지 전 세계의 명품들을 샅샅이 뒤질 수 있다. 명품 열기도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발전(?)한 셈이다.

보따리장수 처지에서 보면 수입업체들이 우리나라에 정식 수입하지 않는 물건이 좋다. 가격을 알 수 없어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고, ‘희소성’을 추구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욕구와도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같은’ 명품을 해외의 보따리장수들이 국내보다 훨씬 더 싸게 살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의 명품 유통이 대개 독점적으로 이뤄지는 데 비해, 외국은 병행 수입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한 외국의 보따리장수는 “한국 백화점 가격이 100이면 이곳 백화점에선 70이고, 개인 할인매장에선 40 이하에 구입할 수 있는 브랜드들이 있다. 오래 다니다 보면 인맥도 중요한 구실을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대개 블로그나 홈페이지 형태의 ‘간이’ 인터넷 숍을 운영하기 때문에 이 같은 개인 판매자와 개인 구매자를 ‘중개’해주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명품 전문’ 新보따리장수 떴다

한 구매 중개서비스 업체의 인터넷 사이트.

현재 1만여명의 판매자와 구매자를 확보하고 있는 ‘필웨이’의 경우 원래 중고명품 거래 중개업체지만 “전체 회원의 4분의 1 정도는 ‘보따리 무역 형태’로 유학생이나 현지인들을 통해 해외 배송을 한다”는 것이 김종성 대표의 말이다. 간혹 해외 교포들도 구입하므로 수출입이 동시에 이뤄지는 셈이다. ‘필웨이’는 이처럼 구매자가 물건을 사면 판매자한테서 물건을 받은 뒤 돈을 정산해주는 구매 중개서비스를 제공하고 판매자에게서 4.9%의 수수료를 받는다.

불경기에도 ‘필웨이’는 명품 시장이 여전히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 대표는 “매출이 늘고 있으며, 그 폭도 계속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경매라는 형태를 통해 대표적인 구매 중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옥션’(등록 및 낙찰 수수료 등 6% 남짓)에도 해외에서 직접 물건을 사서 배송해주는 판매자가 많이 있다.‘옥션’에서 ‘999개월 중고’는 대개 해외 배송되는 명품을 의미한다.

이처럼 해외 명품 배송업에 너도나도 뛰어들다 보니 공공연하게 ‘가품(가짜 명품)’이 나오고 ‘파리 로스’나 ‘런던 스톡’이라 표시한 물건도 꽤 많이 나돈다. 믿거나 말거나 둘 다 파리나 런던의 하청업체 납품 과정에서 나온 물건이라는 뜻이다.

관세 때문에 소비자 분쟁 잦기도

옥션의 홍윤희 홍보과장은 “가짜 명품인 경우 경매를 조기 마감시키기도 하고, 단속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처벌이 대개 아이디 삭제 등에 그쳐 단속 효과는 매우 약한 편이다.

해외에서 물건을 구입해주는 새로운 명품 보따리장수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필웨이’나 ‘옥션’ 등을 통해 쌓은 거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하기도 하고, 이들한테서 도매로 물건을 사서 인터넷에 명품 마켓 플레이스를 마련하려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옥션에서 시행을 앞둔 ‘옥션 스토어’도 신발, 옷, 가방 등 모든 패션 아이템을 사이버 가게에서 판다는 점에서 명품 보따리 장사에 알맞은 형태다.

인터넷 다음에서 ‘명품패션 쇼핑몰 창업 가이드’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황상근씨는 “명품이 그래도 불경기를 타지 않고 소비층이 20대와 고교생으로 더욱 낮아지고 있어 전망이 있다. 탤런트 조인성이 멘 가방을 백화점보다 40만원가량 싼 120만원에 팔았는데 금세 품절됐다. 남자 고등학생들의 과시욕도 여학생들 못지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명품 구매 대행 창업에도 위험이 적지 않다. 황씨는 “해외 유학생들의 경우 유학생이라는 신분 자체가 불안하기 때문에 물건이 ‘증발’되는 경우도 많다. 구매자는 돈을 보냈고, 유학생은 물건을 구매해 보냈다고 하면, 중간에서 가슴이 새까맣게 타고 결국 돈도 물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김종성 대표 역시 “창업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해외에서 속아 가짜 명품을 대량으로 사와 망한 사람도 종종 봤다”면서 “그래서 중고 명품 수입을 추천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관세 때문에 해외 구매 대행자와 소비자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즉 현재 관세법상 15만원 이하의 물품에 대해서만 ‘면세’가 되는데, 해외 구매 대행업자가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소비자가 관세를 물거나 돌려보내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물건의 수입에 어느 정도 개입하느냐에 따라 관세 부과 대상이 해외 구매 대행업자가 되기도 하고 국내 소비자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2005년 1월1일부터 ‘전자상거래 물품 등의 특별 통관 절차에 관한 고시’를 정해 시행한다. 관세청 통관지원국 유영한 사무관은 “인터넷 등을 통한 해외 구매 대행업자들이 사실상 수입 판매를 하고 있는데도 면세 받는 경우가 많아 이를 시정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수입 쇼핑몰형 물품일 가능성이 높은 것’에 대해서는 통관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해외 보따리장수들이나 규모가 작은 구매 대행업체들은 이 같은 고시안을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면세’라는 말만 믿었다가 세관에서 얼굴 붉히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물건을 구입하기 전에 과세 대상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얘기다.





주간동아 465호 (p34~36)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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