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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뮤지컬 영화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의 높은 벽 … 각색의 한계?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오리지널의 높은 벽 … 각색의 한계?

오리지널의 높은 벽 … 각색의 한계?
뮤지컬 영화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 이미 수명을 다한 시대착오적인 장르처럼 여겨졌던 것이 슬슬 이전의 생기를 되찾아 스크린을 찾고 있는 것이다. ‘시카고’ ‘물랑 루즈’ 같은 영화는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앞으로도 수많은 뮤지컬이 그 뒤를 이을 것이다. 이 열풍은 MGM(미국의 영화제작·배급회사) 시대의 전성기와 거리가 멀지만,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와이드 스크린 오스카용 영화로 만들어지던 60년대의 분위기와는 꽤 닮아 있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을 각색한 영화 ‘오페라의 유령’도 그런 유행을 따르고 있다. 사실 유행을 따른다는 말은 그렇게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오리지널 캐스팅으로 영화화할 계획이 있었으니까. 웨버가 그 직전에 사라 브라이트만과 이혼하지 않았더라면 우린 이 영화를 10여년 전에 이미 보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의 뮤지컬 영화 유행의 진로가 바뀌었을까? 모를 일이다.

영화는 어떤가. 만약 여러분이 오리지널 뮤지컬 팬이라면 특별히 새로운 정보는 필요 없다. 약간의 각색이 개입되기는 했지만, 영화는 원작의 이야기를 비교적 충실하게 따라간다. 다시 오케스트레이션된 걸 빼면 노래도 그대로 살아남았다. 아마 팬들은 이 정보에 안심할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건 원작에서 심하게 어긋나지 않은 충실한 각색물일 테니.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야기와 음악이 그대로 살아남은 것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 영화는 연극을 녹화한 영상자료가 아니다. 조엘 슈마커는 과연 성공적으로 원작을 영화로 ‘번역’했을까. 답을 말하라면 조금 어정쩡해진다. 슈마커의 연출은 역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작품을 각색한 또 다른 작품인 앨런 파커의 ‘에비타’보다 편안하다. 리얼리즘과 어느 정도 타협해야 했던 ‘에비타’와 달리 슈마커는 고딕 로맨스의 비현실적인 공간 속에서 추상적인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영화는 원작의 연극적인 쾌락을 그만한 영화적 쾌락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슈마커는 이 연극적인 재료에 갑갑해하는 것 같다.

캐스팅에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크리스틴 역의 에미 로섬은 사라 브라이트만보다 오히려 더 잘 맞는다. 하지만 제라드 버틀러의 팬텀은 그냥 불분명하다. 그의 팬텀은 연민을 불러일으킬 만큼 딱하지도, 공포스러울 정도로 무섭거나 흉물스럽지도 않다. 그는 썩 괜찮은 가수지만, 그의 노래는 편안하게 관객들을 압도하지 못한다.



비싼 돈 들여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공연을 볼 수 없는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괜찮은 대체물이지만 완벽하진 않다. 슈마커의 영화엔 오리지널 뮤지컬에서 느낄 수 있었던 열광적인 에너지와 열정이 부족하다. 영화는 그냥 할리우드식으로 말끔하기만 하니 말이다.



주간동아 2004.12.16 464호 (p84~85)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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