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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프리즘

사람들의 ‘싫증’이 ‘유행’을 만든다

  • 최현숙/ 동덕여대 디자인대학 교수

사람들의 ‘싫증’이 ‘유행’을 만든다

사람들의 ‘싫증’이 ‘유행’을 만든다

패션쇼의 갤러리들. 새로운 유행이 창조되는 첫 번째 관문이다.

부부 싸움의 대부분이 옷 때문에 일어난다. 특히 연말이 되면 더욱 그렇다. 외출하려고 옷장을 뒤지던 아내는 남편과 함께 초대받은 저녁식사 자리에 입고 갈 만한 옷이 없다고 투덜대고, 옷장을 들여다본 남편은 이렇게 많은 옷을 두고 무슨 소리냐고 화를 낸다. 이런 광경은 한창 멋 낼 나이의 딸을 둔 가정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옷장에 옷이 가득한데도 입을 만한 게 없다는 말은, 거기 걸린 옷이 유행에 뒤떨어져 밖에 입고 나가면 다른 사람들 눈에 어딘지 촌스러워 보일 거라는 걱정의 다른 표현이다.

우리말로 ‘유행’이라고 번역되는, 이 칼럼의 이름이기도 한 패션(fashion)은 열정에 상응하는 그 무엇이 꼭 뒤따라야 같이할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새롭게 떠오르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언제나 부지런히 파악해야 하고, 그중에서도 자신의 개성이나 직업, 특히 주머니 사정과 잘 맞는 건 어느 것인지를 때로는 밤잠 설치면서 고민해야 패션, 즉 유행에 뒤지지 않는 차림새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패션은, 유미주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에게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보기 싫은 형태여서 6개월마다 바뀌어야 하는” 것이었고, 앰브로스 비어스에겐 “현명한 이들이 비웃다 결국은 복종하게 되는 독재자”이다.

물론 건축, 가구, 자동차, 광고 등 모든 분야에 유행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패션[라틴어의 ‘팍티오(facio)’에서 유래한 말로 유행·풍조·양식을 일컫는다]이라 하면 주로 옷의 유행을 가리킨다. 그 까닭은 옷의 유행이 다른 분야, 이를테면 문학에서 문체의 유행에 비해 매우 가시적이고 건축·가구 등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빠르며, 거의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복에서 ‘패션’의 정의는 ‘집합행동의 표현으로서, 특정한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지배적인 스타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면 왜 유행은 하나의 스타일로 정착되지 못하고 계속 변화해 우리의 지갑과 ‘신용 사회’를 위태롭게 만들까. 그 답은 심리적 원인과 사회적 원인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심리적 이유 가운데 가장 빈번하게 싫증을 말한다. 특히 낮은 수준의 욕구가 충족되고 난 유한계급이나 유행과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은 사람들에게서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호기심, 모험심, 전통에 대한 반발, 자기표현 욕구 등이 심리적 원인에 속한다.



새로운 유행이 창조되고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받아들임으로써 유행이 형성되는 데는 ‘구별 욕구’와 ‘동조 욕구’라는 두 가지 사회적으로 상반된 힘이 작용한다. 구별 추구 집단은 남들과 다른 외모를 갖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개성 집단이다. 이들이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면 동조 욕구가 강한 집단이 모방하고 드디어 대다수의 사람들이 새로운 유행을 따르는 것이다.

사람들의 ‘싫증’이 ‘유행’을 만든다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은 개성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따돌림을 받을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 차원에서는 누구나 남들과 다르면서도 비슷한, 그러면서 똑같지 않은 스타일을 원하는데,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욕구 때문에 유행하는 스타일 속에서도 다양한 디자인이 필요하게 된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세계 어디에서나 최신 유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유행 전파의 속도가 이전에 비해 매우 빨라졌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고 버릴지, 선택한 것을 나 자신과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해 더 많은 자유를 누리게 되었으니 이에 뒤따르는 조금의 두통은 즐겁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주간동아 2004.12.16 464호 (p80~80)

최현숙/ 동덕여대 디자인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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