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커버스토리ㅣ2004 살인의 추억

“범죄 갈수록 흉포화 이웃 무관심도 문제”

영원한 ‘수사반장’ 최중락씨 “수사경찰 스트레스 심각 … 사회 안전망이라는 자부심 가졌으면”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범죄 갈수록 흉포화 이웃 무관심도 문제”

“범죄 갈수록 흉포화   이웃 무관심도 문제”
TV드라마 ‘수사반장’의 실제 모델이자 보안업체 에스원 고문인 최중락씨(75·사진)는 지금도 ‘현역’ 형사다. 최씨는 서울 중부서 형사계 근무를 시작으로 서울지방경찰청 강력계장과 형사과장 등을 거치면서 1300여명의 강력범을 체포한 베테랑. 1990년 퇴직한 그는 퇴직 닷새 만에 ‘무급’ 경찰청 수사연구관으로 위촉됐다.

최씨는 요즘에도 새벽 6시에 경찰청 형사당직실에 들러 밤새 발생한 전국 강력 사건을 살펴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후배 경찰관들은 수사가 미궁에 빠졌을 때 조언을 듣기 위해 그를 찾아온다. 강력 사건이 끊이지 않았던 올해는 유난히 그를 찾는 후배들이 많았다. 12월2일 그를 만났다.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은 한국 범죄 사상 가장 잔혹한 사건으로 기억될 것 같다.

“유영철보다 잔혹한 살인사건은 과거에도 많았다. 지존파는 자체 화장장을 만들어놓고 40대 여성을 불태웠다. 90년 서울 구로동 샛별룸살롱 살인사건을 벌인 김태화·조경수도 길을 걷는 여대생을 아무런 이유 없이 사시미 칼로 그었다. 다만 공범 없이 단독으로 연쇄살인을 벌였다는 점에서 유영철은 이들과 구별된다고 할 수 있다.”

-11명의 여성이 사라졌는데도 수사당국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유영철 사건에서 경찰이 잘못한 점은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사회의 잘못도 크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사이에 안타까운 목숨들을 잃은 것 아닌가. 오피스텔에서 십수 차례 살인이 벌어졌는데도 이웃 주민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다. 교도소로부터 통지서를 받은 관할 파출소도 유영철의 행동거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또 관할 구청은 무얼 했나. 그의 가족과 친구들은 그에게 진정 관심을 기울였나?”

-경찰은 유영철 사건 수사를 진행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경찰이 크게 실수한 것 한 가지는 공개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민 관심이 집중돼 있는데도 감추기에만 급급하니 악의적인 기사가 많이 나왔다. 흉악 범죄는 감춘다고 능사가 아니다. 아침저녁 공개 브리핑을 하면서 국민들을 수사에 참여시켰어야 했다.”

-올해 유난히 미제 강력 사건이 많은 것 같다.

“1960년대에는 연간 서울 지역 미제사건이 한두 건 정도였는데, 요즘에는 10∼20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범죄 수법이 지능화하면서 증거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 강도나 성폭행 등에 그치지 않고 살인까지 서슴없이 저지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강력 사건 발생 건수가 해마다 비슷한 대신, 흉악성과 치밀성은 크게 심화되고 있다.”

-무동기 범죄 확산은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범죄자 개개인의 정서와 감정에서 우발적으로 나오는 범죄를 막을 뾰족한 방법은 없는 게 현실이다. 유교의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되살리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 아닐까 싶다. 재소자 인권 보장에만 주력해왔던 교정 당국도 앞으로는 재소자 인성 교육에 힘써야 한다.”

-사형제 폐지 주장에 대한 견해는.

“나는 사형제에 찬성한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본다면 살인범을 살려두는 것 자체가 이들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임을 알게 될 것이다.”

-사형수들은 죽음을 앞두고 어떤 태도를 보이나.

“검거한 1300여명의 강력범들 중 7명을 사형대로 보냈다. 죽음을 앞두고 보이는 태도는 사형수마다 다르다.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가 있는가 하면, 끝까지 자신이 한 일이 옳다고 주장하는 자들도 있다. 김태화와 조경수가 그랬다. 이들은 평범한 여성들을 죽여놓고도 부자를 없앰으로써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일선 수사경찰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10월 자살한 포천경찰서 윤석명 경사는 여중생 살인사건 말고도 50여건의 사건을 맡고 있었다. 과중한 업무, 위에서 내려오는 압박, 그리고 미궁에 빠진 사건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났을 것이다. 그러나 수사경찰관은 사회 안전망의 근간이다. 자부심을 갖고 스트레스를 잘 다스려야 한다. 수사가 벽에 부딪혔을 때는 자포자기하지 말고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해야 한다. 2005년부터 수사 인력을 독립시키는 수사경과제가 시행되면 업무 여건도 크게 나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주간동아 2004.12.16 464호 (p30~30)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7

제 1217호

2019.12.06

아이돌 카페 팝업스토어 탐방기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