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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광일 변호사 집념의 역전승 ‘화제’

대법서 이원범 전 의원 선거법 위반혐의 무죄 이끌어 … ‘비방도 공익 인정’ 새 판례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주광일 변호사 집념의 역전승 ‘화제’

주광일 변호사 집념의 역전승 ‘화제’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 노후보 장인이 인민위원장 빨치산 출신인데 애국지사 11명을 죽이고 형무소에서 공산당 만세 부르다 죽었다. …공산당 김정일이 총애하는 노무현이가 정권 잡으면 나는 절대 못 산다.”(2002년 12월10일 한나라당 대전지부 당직자대회에서 이원범 전 의원)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대중에게 공표하는 것은 선거법에 저촉되는 비방에 해당하는가. 만일 그렇다면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2004년 늦가을, 때아닌 ‘빨치산’ 논쟁이 불거진 이유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10월27일 대법원 1부(주심 김영란 대법관)가 2002년 대선 직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원범 전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낸 것.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적잖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사건이기도 하지만,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에다 현직 대통령의 신상에 관한 내용이라서 더 큰 화제를 모았다.

무료 변론 맡아 치열한 법리 공방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에 대해 네티즌들은 두 가지 사실에 주목했다. 이미 언론에 공개된 사항이라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주심 재판관이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김영란 대법관이라는 점이다. 호사가들은 신임 대법관이 내린 소신 판결에 높은 관심을 내비쳤다.



법조계에서는 오히려 현직 대통령의 신상에 관련된 껄끄러운 사건을 담당한 변호인이 누군지에 관심이 쏠렸다. 주인공은 서울고검장과 국민의 정부 시절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지낸 주광일 변호사(61)였다. 이 전 의원의 간청으로 무료 변론까지 나선 주변호사는 결국 재판부로부터 “비방이라도 공공의 이익이 인정되기 때문에 위법성 조각(阻却) 사유에 해당한다”는 새로운 판례를 이끌어냈다(위법성 조각이란, 위법했던 사실이 일정한 경우에 위법성이 배제되는 것을 말한다). 더욱 큰 화제를 모은 점은 주변호사가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서’ 때문. 잔잔하면서도 논리 정연한 상고이유서가 한 월간지에 전문이 공개되면서 그의 ‘법대로’ 정신이 새삼 조명받기에 이르렀다.

주변호사는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 유권자들이 적절하게 선거권을 행사토록 자료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며 “사실을 표명한 발언이 비방으로 인정된 것이 아쉽지만 대법원의 판결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노대통령 장인이 빨치산’이라는 표현이 실제로 비방이 될 수 있을까. 노후보 장인의 좌익활동에 대한 내용은 대검찰청이 73년 발간한 좌익사건실록 제10권에 기재됐고, 또한 2002년 4월 임시국회에서 법무부 장관의 답변을 통해서도 공식적으로 확인된 만큼 사실이다. 결국 언론에 공개된 사실을 ‘당원대회’라는 폐쇄적인 교육장소에서 공표한 것뿐인데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제251조)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억울하다는 반론이었다.

주변호사는 “비방(誹謗)이라 함은 ‘남을 헐뜯어서 말하거나’ ‘남을 비웃어서 말하는 행위’로 다시 말하자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헐뜯어 그 사회적 가치평가를 저하시키는 행위일 터인데, 이 전 의원은 노후보를 ‘헐뜯지도’ 그렇다고 ‘비웃지도’ 않고 단지 유권자들에게 자료를 제공했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애당초 대전지방검찰은 이 전 의원을 벌금 200만원으로 기소했다.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에는 피선거권이 5년간 제한되기 때문에, 너무나 과다한 형량이다는 지적도 있었다. 법조인들은 “특히 후보자 비방죄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판결로 인해 공공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위법성 조각이 적용된다는 판례는 매우 소중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벌금 80만원이라도 실형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법에 호소한 이 전 의원과 주변호사의 승리인 셈이다.

주광일 변호사는 누구?

“나야 갈거(去) 자 거물 아니오? 일평생 어떤 정치색도 드러내지 않고 묵묵하게 ‘법대로’를 외쳐왔을 뿐이지. 검사 출신은 얼굴 알려지는 걸 싫어하는데…. 허허.”

1943년 인천에서 태어난 주광일 변호사는 서울대 법과대학(61학번)을 졸업하고 65년 사법시험 합격 이후 30여년간을 오로지 검사로 근무했다. 98년 서울고검장을 마지막으로 검사 옷을 벗으며 국민의 정부 초대 국민고충처리위원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법조계 인사들은 주변호사를 젊은 시절‘주독(毒)’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검찰계의 소문난 ‘독종검사’로 기억한다. 검사로 한창 잘나가던 시절 권력의 눈총에도 굴하지 않고 나름대로의 소신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10·26사태)을 담당한 인연으로 국보위에도 잠시 참여했지만 권력의 요구를 무시한 죄로 80년대에는 줄곧 한직에서 맴돌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법대로’를 외친 검사를 무시한 권력자는 없었다고 회고한다.




주간동아 2004.11.25 461호 (p51~51)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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