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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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시설 ‘그룹홈’ 엉망진창 운영

교사 없이 아이들 방치, 이용료 인상 제멋대로 … 법 규정도 뚜렷하게 없어 단속 ‘감감’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입력2004-06-24 2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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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내가 죽어도 아무도 모를 겁니다. 아파도 조퇴는 상상도 못하고, 죽을 것처럼 피곤해도 혼자 모든 일을 해내야 하죠. 언제까지 이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이제는 정말 지겹습니다.”(정신지체장애인을 위한 ‘A그룹홈’ 교사 김모씨•30)

    “운영자가 갑자기 생활비를 올려받겠다고 해요. 다른 그룹홈들이 이미 다 올렸기 때문에 따라 올리는 것이라는데, 그게 이유가 되나요? 알고 보니 근처 다른 그룹홈은 월세가 올라서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이용료를 올려준 거더라고요. 우리는 뭐가 부족한지 설명도 안 해주고 그냥 5만원씩 더 내라고 하잖아요. 그래도 별 수 있나요. 우리 애를 거기 보내야 하는데. 내라는 대로 내는 수밖에요.”(정신지체장애인을 위한 ‘B그룹홈’ 학부모 정모씨•45)

    “낮에는 우리끼리만 있어요. 선생님은 C회관에서도 할 일이 많아서 거기 나가봐야 한대요. 선생님만 없으면 언니들이 막 괴롭히는데, 그런 건 누구한테 말도 못해요. 언니들이 알면 다음날 선생님 없을 때 또 혼나잖아요.”(가출 어린이를 위한 ‘C그룹홈’ 이모양•12)

    대안적 사회복지시설로 손꼽히는 ‘그룹홈’의 운영 실태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목소리가 높다. 그룹홈은 일종의 ‘집단 가정’으로 정신지체장애인, 가출 어린이, 노인 등 보호가 필요한 이들과 사회복지 교사가 함께 가정 형태를 이루고 사는 시설을 가리키는 말. 이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가정과 같은 주거환경에 거주하면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존엄한 삶을 영위(보건복지부, 2003년도 장애인복지사업안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그룹홈은 대규모 사회복지 시설에 비해 구성원 보호와 교육 치료 등의 효과가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사회복지 선진국에서는 대규모 시설들을 소규모 그룹홈으로 대체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다양한 분야의 그룹홈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1992년 서울시립 정신지체인 복지관에서 4개의 그룹홈을 운영하면서 시작된 우리나라의 그룹홈 사업은 2003년 12월 현재 서울시에서만 82개가 시의 지원 아래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서울시 그룹형 지원센터는 미등록 시설까지 더하면 전국적으로는 수백여 곳의 그룹홈이 운영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복지시설 ‘그룹홈’ 엉망진창 운영

    대안적 사회복지시설로 각광받고 있는 그룹훔 모습. 하지만 일부 그룹홈들이 부실한 운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사들 이중 업무에 혹사 ‘불만 고조’



    문제는 그룹홈이 뚜렷한 시설기준이나 운영지침 없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운영되면서 갖가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는 점. 입주자 자격, 그룹홈 교사 자격, 운영위원회 구성 등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현실에서 그룹홈 운영에 대한 불만은 교사와 학부모, 구성원 등 세 주체 모두로부터 쏟아져나오고 있다. 장애인 그룹홈 교사들의 연대 모임인 ‘그룹홈 사회재활교사협의체’의 김모씨(32)는 “현재 우리나라의 그룹홈은 교사들의 일방적 희생 위에서 운영되고 있다. 직원에게 한 달 한 번 외박, 종일 프로그램 운영 등을 요구하면서 임금은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지급하는 곳이 적지 않다. 야간 근무와 주말 근무가 빈번해 사생활을 거의 누릴 수 없는데도 ‘봉사하는 직업 아니냐’는 정도의 말로 넘어간다. 그룹홈 교사들의 이직률이 높은 이유는 이러한 어려움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그룹홈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부모나 법인이 주택을 마련한 후 사업계획서 등을 첨부해 해당 구청에 시설신고를 해야 한다. 시설허가가 나면 서울시는 그 시설에 교사의 인건비와 관리운영비를 지원한다. 일부 사회복지시설은 이 지원을 악용해 서울시의 인건비를 지급받는 교사를 복지시설 업무에까지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복지시설 ‘그룹홈’ 엉망진창 운영

    피보호자들이 그룹홈에서 생활 교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

    “예를 들어 가출 어린이를 보호하는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가출 어린이들을 위한 그룹홈을 만든 후 그 교사를 시설에서도 일하게 하는 거예요. 현재 우리나라에는 ‘그룹홈 교사=자원봉사자’로 보는 문화가 많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 가 있는 시간에 나와서 다른 일 좀 하지’와 같은 제안을 거부하기 어렵거든요. 이 경우 낮 동안 그룹홈에 있어야 하는 어린이들은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교사는 낮에는 시설 밤에는 그룹홈에서 과중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게 되죠. 일부 시설의 경우에는 아예 처음부터 ‘낮에는 시설에서 일한다’는 약속을 받고 교사를 고용하는 일도 있습니다.” 가정 해체로 인해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다 가출에 이른 그룹홈의 어린이들은 또 한번 ‘가정’에서 방치돼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는 셈이다. 특히 일반 가정이 아니라 보호 대상 어린이들이 함께 모여 사는 그룹홈의 특성상, 교사의 부재는 구성원 사이에 또 다른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씨는 “그룹홈에서 다시 가출한 어린이를 찾아내 ‘왜 집을 나갔느냐’고 묻자 ‘선생님 없을 때 언니들이 괴롭힌다’고 대답했다는 말을 들었다. 이 경우 그룹홈은 보호시설이라기보다 피해 공간이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신지체장애인처럼 보호자가 있는 이들이 사회적응훈련 등을 위해 그룹홈을 이룬 경우에도 문제는 있다. 서울시는 개인이 직접 그룹홈을 운영할 수 없도록 하고, 그룹홈 공간을 부모가 마련한 경우라도 운영은 사회복지법인에 위탁하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그룹홈 운영비는 구성원들이 직업훈련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으로 자체 충당하거나, 부모로부터 식비와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지원받아 마련하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부 그룹홈들이 “장애인들의 노동 대가를 공정하게 주지 않는다” “부모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요구한다” 등의 구설에 오르고 있다는 점. 전문가들은 그룹홈의 경우 구성원이 극히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비리가 발생할 경우 문제가 더 철저히 은폐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적정 인원 초과 … 한 집에 수십명 있기도

    현재 우리나라의 그룹홈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교사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2001년 서울시 그룹홈 지원센터 유병주 소장 등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룹홈 교사 가운데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이는 50%에 불과하고, 보육사•조리사•간호사 등의 자격이 있는 이들을 제외한 30% 정도의 교사는 어떠한 자격증도 소지하고 있지 않았다. 문제는 이처럼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그룹홈에 대한 행정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 그룹홈이 워낙 소규모 시설인 데다, 뚜렷한 법 규정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부 그룹홈의 경우 한 가구에서 수십명씩 보호되고 있어 사실상 그룹홈의 구실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더 많은 이들을 받아들이는 게 사회복지시설의 사명 아닌가”와 같은 반박에 밀려 별다른 행정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제 걸음마 단계인 그룹홈 문화를 바로잡기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서울시 그룹홈지원센터 유병주 소장은 “그룹홈이 선진국형 대안적 사회복지시설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복지시설 ‘그룹홈’ 엉망진창 운영

    그룹홈은 어린이들과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보호 및 사회 적응 훈련에 높은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법 규정이 미비한 상태에서 그룹홈이 운영되면서 갖가지 부작용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아동보호법, 장애인복지법 등 관련 법에서 그룹홈의 요건을 정하고, 정부가 이에 맞추어 단속과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그룹홈을 국가의 사회복지정책 안에 포섭되는 하나의 제도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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