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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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진공 간고등어는 팔렸다

3대 TV홈쇼핑 상반기 히트 상품 … 10만원 이하 주방용품·식품 강세, 주서기는 대박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입력2004-06-24 1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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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진공 간고등어는 팔렸다

    3대 TV홈쇼핑의 2004년 상반기 히트 상품들.

    ‘가전·의류 저조, 생필품 호조’.

    올 상반기 3대 TV홈쇼핑(LG·CJ·현대) 히트 상품 순위의 특징이다. 판매량 기준이냐 매출액 기준이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주방용품·식품의 강세가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다. 대부분 10만원 이하 가격에 최근의 ‘웰빙’ 열풍과 잘 맞아떨어지는 제품들이다. LG홈쇼핑 홍보팀 황규란씨는 “지난해만 해도 히트 상품 중 20만원 이상 제품이 꽤 많았다. 올 상반기에는 하나도 없다”며 “경기 침체와 카드 연체 사태의 영향이 크다. 홈쇼핑은 주 고객이 25~30살 여성이라 더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팔릴 물건은 팔리는 법. 3사의 히트 상품을 살펴보면 불황 중에도 장사가 되는 물건은 무엇인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주서기는 상반기 홈쇼핑 최대 히트 상품이다. LG는 ‘해피콜 칼로스 주서기’(9만8000원)를, CJ와 현대는 ‘리큅 주서기’(8만9000원)를 팔았다. 해피콜의 가격이 9000원 많음에도 CJ, 현대 등 두 채널을 탄 리큅보다 더 많이 팔렸다. 해피콜 이현삼 사장은 “기존 주서기는 착즙률이 낮고 내부가 플라스틱으로 돼 있어 위생상 좋지 않았다. 좀더 큰 모터를 달고 내부도 스테인리스 스틸로 바꿨다. 투입구를 넓혀 과일을 조각조각 내지 않아도 되게 했으며 홈이 잘 안 맞아 즙이 밖으로 새는 현상도 보완했다”고 밝혔다. 기존 제품의 약점을 철저히 분석, 보완한 것이 히트의 열쇠가 된 셈이다.

    제품 질은 높이면서 값을 낮추면 이윤이 너무 줄지 않을까. 이사장은 “9만8000원짜리를 팔아 9만원이 남으면 뭐 하나. 안 팔리면 그만이다. 적은 이윤이라도 계속 팔리기만 한다면 타산을 맞출 수 있다. 공장을 풀가동하면 그만큼 원가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생산 원가가 올라가더라도 고품질을 지향하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라는 설명이다.



    주 고객 25~30살 여성 지갑 닫아

    진공 포장된 간고등어는 3사 모두에서 히트 상품 3위 안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가시·머리·꼬리를 제거한 손질 고등어를 가장 먼저 팔기 시작한 곳은 LG였다. 현대의 일반식품 담당 MD(상품기획자) 이승일 과장이 진공포장 아이디어를 보태면서 ‘대박 시장’이 형성됐다. 이과장은 “소위 ‘귀차니스트(귀찮은 일을 싫어하는 사람들)’를 위한 아이템이다. 김치 매출이 갈수록 느는 이유도 같은 이치다. 다른 손질 없이 양질의 식품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광우병 파동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금지되면서 수산물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점도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과장은 “굴비도 두름이 아니라 두 마리씩 진공 포장해, 식사 전 먹을 만큼만 냉장실에서 깔끔하게 해동할 수 있게 했다”며 “늘 접하는 제품이라도 포장을 어떻게 하느냐, 소비자가 불편을 느끼는 점이 무엇이냐를 간파해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진공 간고등어는 팔렸다

    한 홈쇼핑의 주방기구 판매 방송 모습.

    아동용 도서 판매도 호조였다. LG의 삼성출판사 ‘초등 특선’, 현대의 ‘계몽사 학습만화’ 시리즈가 대표적. 불황이 이어지면서 낱권 구입에 부담을 느낀 부모들이 오히려 20만원 이하의 가격에 수십권의 ‘필독 도서’를 구비할 수 있는 쪽으로 관심을 돌린 것이다. 현대 MD 윤효상 대리는 “공신력 있는 출판사와 제휴해 묻혀 있던 아이템을 발굴한 것이 주효했다. 경기가 침체됐다 해도 자녀교육에 꼭 필요한 것이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게 우리나라 부모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목재 완구, 유아 교구, 토이 북 등도 인기다.

    자녀교육·건강제품 꾸준한 매출

    홈쇼핑의 ‘효녀 상품’인 다이어트 식품은 올 상반기 별 힘을 쓰지 못했다. 체면을 유지한 상품이 있다면 CJ가 판매한 ‘CJ팻다운’이다. 담당 MD인 박지용 대리는 “먹으면 무조건 빠진다는 게 아니라 ‘8주 동안 하루에 한 병씩, 운동 전에 마시면 체지방 감소 효과가 확실하다’는 식으로 분명하면서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한 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진공 간고등어는 팔렸다
    박대리는 또 하나의 대박 상품인 ‘광동 녹용활력대보’도 기획했다. “국내산 생녹용만 사용해 4개월분 파우치 120개를 9만9000원에 팔았다. 광동의 공신력, 싼값, 순수 국내산이라는 점이 먹혀들어 7만 세트(50억원어치)를 판매할 수 있었다.” 박과장은 “건강식품이나 다이어트 제품은 ‘먹어보니 확실히 다르다’는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값보다 품질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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