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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지는 잠잠, 배후지는 들먹”

신행정수도 후보지 4곳 부동산 시장 … 7월1일 평가 공개 후 투기자금 대이동할 듯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후보지는 잠잠, 배후지는 들먹”

“후보지는 잠잠, 배후지는 들먹”

연기군 남면 일대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운 뒤부터 일기 시작한 대전·충청권 ‘부동산 붐’은 올해 6월15일 후보지 4곳이 발표되면서 일대 전기를 맞았다.

충북 음성군(대소면, 맹동면)·진천군(덕산면), 충남 천안시(목천읍, 성남면, 북면, 수신면), 연기군(남면, 금남면, 동면)·공주시(장기면), 공주시(계룡면)·논산(상월면) 등 후보지로 선정된 곳은 관망세에 거래도 끊겼다. 반면 청원군 오송, 공주시 우성면·신관동·월성동, 연기군 조치원읍, 천안, 아산, 논산시 등 인근 배후지들이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7월1일엔 신행정수도 후보지 4곳에 대한 평가위원회의 평가결과가 공개된다. 후보지별 점수는 물론 장단점이 공개되기 때문에 변수가 없는 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곳이 사실상 신행정수도 입지로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갈 곳을 찾지 못하던 투기성 자금이 배후지를 중심으로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도 높다. 신행정수도 후보지를 중심으로 수면 밑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긴급 점검했다.

연기ㆍ공주

“행정수도의 충청권 건설, 국가 균형발전의 시작입니다.”(연기군 여성단체협의회)



연기군 조치원읍 외곽도로에 내걸린 현수막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지역민들의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었다. 이곳은 후보지로 들어간 연기군 남·금남·동면이 공주시 장기면 일원과 차로 10분 거리밖에 안 돼 배후지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크게 모으고 있는 지역이다.

후보지 발표 사흘째인 6월18일 대우건설은 조치원읍 신흥리 일대에 33~54평형(109~178㎡) 802가구를 분양하기 위해 견본 주택을 공개했다. 평당 분양가는 460만~490만원. 이날 하루만 5000명이 넘게 다녀갈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2년 동안 이곳에 아파트 공급이 없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무엇보다 신행정수도 배후지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대전 청주 등 대도시와 가까우면서도 투기과열지구가 아니어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곳이라는 이점도 매력으로 작용한 듯합니다.”(홍보 관계자)

견본주택 근처에는 ‘떴다방(이동 중개업자)’ 수십여명이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었고 주차장엔 서울과 경기 등 외지 번호판을 단 자동차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조치원에서 2km 거리에 있는 청원군 오송의 경우에도 매수 문의가 잇따르는 등 활기를 띠고 있다. 이미 고속철도역 건설 소문 등이 돌았고 생명과학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곳이다. 게다가 후보지에서도 제외되면서 배후지의 이점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소문만 요란할 뿐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송리 부동산코리아 관계자는 “매물도 적고 실제 거래에 나서는 이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후보지는 잠잠, 배후지는 들먹”

음성군 대소면 일대

이번 발표에서 후보지 중심으로 꼽힌 남면 종촌리, 양화리 일대는 조치원읍이나 오송과 크게 다른 분위기였다. 종촌리 백제부동산 이길수 사장은 “주민들이 혼란스러워한다”고 전했다.

“땅 소유자나 사려는 이나 모두 어디가 신행정수도로 확정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전엔 장기면 일대가 중심 후보지로 꼽혔는데, 이번 발표에서 연기군 남면 양화리 일대가 중심이 되는 것으로 나오자 배후지로 알고 이곳에 땅을 사뒀던 이들은 자기 땅이 수용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남면 일대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까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평당 6만원 하던 농지가 12만원대로 올라섰다. 그러다 이번 후보지 발표 뒤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 평당 12만5000원까지 하던 농지가 10만원대로 내렸지만 사려는 이가 없고, 계약이 성사됐던 것도 취소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장기면의 경우 호가가 평당 30만원 수준이었던 과수원의 경우 평당 21만원대에 내놓아도 매수자가 없는 상황이다.

“후보지는 잠잠, 배후지는 들먹”

천안시 목천읍 독립기념관 일대

이유는 신행정수도가 들어설 경우 실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용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 언론에서도 올해 초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보상가를 책정한다고 보도해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 토지 소유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공주 장기면 도계부동산 김홍근 사장은 “이제까지 정부가 토지 등을 수용하면서 공시지가로만 보상한 적이 없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보상되리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은 공시지가가 실거래가의 5분의 1 수준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평당 10만~15만원 하는 농지의 공시지가가 1만~1만5000원인 곳도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 안병훈 입지환경국 과장은 “2004년 1월 공시지가가 기준이긴 하지만 올해 말까지의 물가상승률, 토지이용 계획, 지가 변동률 등을 고려해 실거래가에 근접할 수 있는 보상액을 산정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또 집단 거주지의 경우 휴업보상이나 영농보상 등 다양한 이주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논길에서 만난 양화리 주민 임수자씨(63)는 “시집 온 뒤로 평생 산 곳인데 여길 떠나면 어디로 가나”라고 걱정했다. 부안 임씨가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남면 양화리 월산리 진의리 등에는 벌써부터 수도 이전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곳이 됐든 다른 후보지가 됐든 신행정수도 입지가 정해지면 그곳에 뿌리박고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대전 지역 부동산 개발회사인 거원종합개발 박정환 이사는 “삶의 터전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토지 수용 뒤 발생하는 개발 이익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원주민들에게 돌려주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주민들 사이에선 보상비를 많이 받기 위해 나무를 심거나 비닐하우스를 다시 짓는 등 편법적인 방식이 횡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진천ㆍ음성

진천·음성 지역 주민들은 이곳이 행정수도 입지가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진천 덕산면에서 만난 택시기사 정중기씨는 “행정수도가 이곳으로 와서 진천이 발전하면 좋겠지만 이곳은 들러리일 뿐이고 연기·공주 지역이 사실상 확정되는 것 아니냐”며 “잠시 기다리면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분위기도 이런 정서를 반영하고 있었다. 이 지역은 농업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접근성이 좋아 금왕 삼성 덕산 광혜원 등지에 11개 지방산업단지가 입주해 충북 도내 공장의 40%에 이르는 2200여개의 공장이 가동 중인 곳이다. 근래 청주 아산 등지에서 대체농지(代土·이하 대토)를 찾아온 이들이 이곳을 찾으면서 토지를 찾는 이들이 급증했고, 이미 신행정수도 배후지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투자자들도 발길이 활발했다고 한다.

“후보지는 잠잠, 배후지는 들먹”

논산시 상월면 일대

진천의 경우 공장을 지을 수 있는 관리지역이나 도로변은 평당 10만원 선으로 천안 등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후보지로 발표된 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부터 이곳의 거래 열기는 완전히 끊기고 말았다.

그러나 원래 후보지로 거론되지 않았던 곳이어서 이곳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투기 세력이 몰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음성군 금왕·음성·대소·맹동·삼성·원남, 진천군 진천·광혜원·덕산·이월·초평 등이 개발행위허가 및 건축허가 제한지역으로 묶이긴 했지만 기대감은 높다. 진천군 덕산면 대기부동산컨설팅 박호정 사장은 “최종 입지가 확정되지 않은 지금은 기다리자는 이들이 많지만 예부터 ‘생거 진천’이란 말이 있을 만큼 좋은 환경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외지인들의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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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군 남면의 한 부동산중개소에서 지도를 통해 후보지 일대를 보고 있는 사람들.

천안

충남 천안시 목천읍·성남면·북면·수신면 일원으로 독립기념관이 바로 이웃해 있고 경부고속도로가 내부를 관통하고 있다. 이곳도 예외 없이 충청권 부동산 붐을 탄 곳이다. 준농림지는 40~50만원대에 이르고, 2003년 5만원 하던 농지는 15만원대로 올라섰다. 아산 등지의 농민들이 대토를 찾았던 성남과 수신면 일대는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졌던 곳이다. 그나마 지난해 천안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거래가 다소 줄어들기 시작했다.

6월18일 오후 목천읍 신계공인중개소에는 천안에서 온 한 중년여성이 식당 부지를 찾고 있었다. 그는 “땅주인과 가계약을 했지만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지정된 뒤 절차가 까다로워져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신계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땅 가진 이들은 모두 최종 입지가 선정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목천읍 한옥가든 주인 김학열씨는 “이곳은 고속도로와 기차 등이 관통해 교통시설은 좋지만 물이 부족한 곳이고, 수도권과 너무 가까워 분산 효과가 없으니 신행정수도 입지가 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들러리 노릇만 하다가 끝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앞뒤 가리지 않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목천의 한 부동산업자는 “어차피 행정수도가 이쪽으로 올 가능성이 없으니 과감히 사겠다는 이들도 있다”며 “후보지로 발표되기 이전 가격 수준으로 땅이 많이 나와 있으니 한번 베팅해보지 않겠느냐”고 기자에게 제안했다. 이곳 농지는 평당 15만원 선, 도로변 등 목이 좋은 땅은 50만~70만원에 이르는 것도 있다.

“후보지는 잠잠, 배후지는 들먹”

음성군 덕산면의 한 부동산중개인이 지도를 펼쳐 신행정수도 후보지 일대를 보여주고 있다.

이곳이 입지로 정해질 경우 배후지가 될 수 있는 천안 시내와 아산시 일대는 거래는 뜸하지만 호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고속철 천안아산역 주변의 아파트 값은 평당 700만원을 웃돈다. 현대아이파크 51평형은 3억9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아산 지역은 후보지에서 아예 제외돼 규제도 없고 개발 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공주ㆍ논산

“계룡면 주민들은 신행정수도가 오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보상을 해줘도 터전을 잃게 된다는 것을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계룡면 면장)

반면 논산 상월면 주민들은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상월면의 한 가게 주인은 “이곳은 무학대사가 천도하려 했던 신도안과 가까운 곳으로 계룡산의 정기를 받아 한 나라의 수도가 될 만한 곳이다”며 “신행정수도가 오면 우리 지역이 크게 발전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후보지는 잠잠, 배후지는 들먹”

조치원읍이 신행정수도 배후지로 지목돼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6월 18일 공개된 대우건설 푸르지오 견본주택에 주말 동안 2만여명이 몰렸다.

상월면 일대는 계룡시가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일찌감치 꼽히면서부터 부동산 가격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상월면은 절대 농지가 3만~4만원대, 도로 주변은 5만~6만원대로 2년 사이 2~5배가량 올랐다. 그러나 인접한 충남 공주시 계룡면은 부동산 거래가 거의 없었다. 계룡면 면소재지에 부동산중개소가 1곳밖에 없는 것도 이를 입증해준다.

반면 상월면과 가까운 충남 논산시 연산면, 연무읍 등이 배후지로 관심을 받고 있다. 또 계룡 신도시 조성 등 개발 호재가 많은 것도 이곳의 땅값을 부추기고 있다. 연산면의 대로변 땅은 지난해 평당 20만∼30만원에서 최근 평당 50만원대로 뛰었다.

공주·논산 후보지 인근인 계룡시의 경우 후보지 발표 전후 큰 가격 변동은 없다. 내년 5월부터 신성, 우림건설 등이 짓는 아파트 2600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인데 분양가는 평당 470만원 선이었지만 지금도 분양권 시세는 평당 480만∼490만원이다. 최종 입지가 어느 곳으로 선정되느냐에 따라 이곳 부동산 가격도 춤출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주간동아 441호 (p42~45)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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