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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용 로봇 병사 난 싫다 싫어

일부 과학자들 美 국방부 연구비 거절 ‘항명’ … 가난한 연구 풍토 ‘고행의 길’ 자초

  • 허두영/ 과학 칼럼니스트 huhh20@naver.com

전투용 로봇 병사 난 싫다 싫어

전투용 로봇 병사 난 싫다 싫어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때 선보인 경호 로봇.

‘내가 만든 자동차가 사람을 치어 죽인다면….’

이런 고민을 하며 신차를 개발하는 연구자는 없다. 자동차는 사람을 치어 죽이는 ‘용도’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관총이나 폭탄처럼 인명을 살상하는 데 쓰이는 특정한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과거 원자폭탄이나 네이팜탄으로 무고한 인명을 대량 살상하는 데 반발하여 연구실 문을 닫거나 반전운동에 나선 과학자들이 적지 않았다. 최근 나타나는 중요한 변화는 걸프전(1991년)과 이라크전(2003년)을 계기로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는 주범이 폭탄에서 로봇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을 주도하는 군인조차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쟁은 컴퓨터게임 같은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SF영화 같은 전투 시간문제

최근 일부 과학자들이 전투용 로봇 개발을 거부하고 나섰다. 자신이 개발한 로봇이 전쟁에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이는 용도로 쓰이는 데 대해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나 베트남 전쟁 때와 다른 점이라면 지금은 전투로봇 개발에 반대하는 과학자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국방부에서 지원하는 거액의 연구비에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전투용 로봇 개발에 반대하는 대표주자로는 조지아 공대의 스티브 포터 교수가 꼽힌다. 신경과학을 전공한 그는 신경공학 연구실을 이끌면서 에모리 대학 연구팀과 공동으로 21세기형 생체로봇을 연구해왔다.

전투용 로봇 병사 난 싫다 싫어

국방부의 연구자금 지원을 거부한 스티브 포터 교수와 그가 개발한 ‘하이브롯’.

그가 개발한 로봇은 반수반철(半獸半鐵) 로봇이다. 그는 이 ‘하이브리드 로봇(Hybrid Robot)’을 줄여 ‘하이브롯(Hybrot)’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하이브롯은 실제로 절반은 동물이고 절반은 기계다. 쥐의 뇌가 조종하는 이 로봇(Rat-brained Robot)은 소프트웨어로만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뇌세포가 증가하고 복잡하게 변하는 과정을 거친다. 바깥세계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신개념 로봇인 셈이다.

이런 괴물이 전쟁터에 등장하면 소설이나 영화에서 상상하던 전투 장면이 현실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해병대가 수륙 양용 로봇으로 대체되는 것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군대는 로봇 군단이 접수할 것이다. 육군은 들개, 해군은 돌고래, 공군은 독수리, 해병대는 수달의 두뇌를 가진 하이브롯이 지배하게 될 것이다. 모든 작전은 미리 프로그램화돼 있으며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로봇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공격에 나설 수 있다. 현재 초보적 수준의 전투로봇은 이미 등장했고 제한적으로나마 실전에서 시험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터 교수가 국방부로부터 로봇 연구를 위한 연구자금을 더 이상 지원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국방부의 연구비가 국방 및 테러 방지 분야에 대한 지원 쪽으로 집중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끌었다. 물론 지원을 거부하는 이유는 자신이 만든 로봇이 사람을 죽이게 될지 모른다는 윤리적 책임감 때문. 그는 국방부의 프로젝트 기금은 물론 국방 관련 기관의 연구비까지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이에 동참할 사람을 찾고 있다.

카네기멜론 대학의 일라 노르바크시 교수와 텍사스 주립대학의 벤자민 콰이퍼스도 국방부의 연구비 지원을 거절하는 몇 안 되는 과학자에 포함된다. 그들은 처음에 순수한 의도에서 시작한 연구가 뜻하지 않게 국방부의 의도대로 진행되는 것을 알고 연구비를 거절하기로 결심했다. 이들 양심적인 교수들은 로봇이 인간을 해치는 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며 인명 살상용 무기와 전투로봇 개발에 투자하는 대규모 국방 연구비를 평화적인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나섰다.

특히 포터 교수는 우주탐사 로봇을 주로 연구하는 항공우주국(NASA) 부설 제트추진연구소(JPL)와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과학자의 윤리에 대한 가치관을 키워왔으며 제자들에게 이를 강의했기 때문에 그가 개발한 로봇을 전쟁터로 보내는 데 대해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다. 그는 대안으로 전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국립보건원(NIH)이나 과학재단(NSF) 같은 기관에서 과제를 부여받아 연구비를 받을 예정이다.

전투용 로봇 병사 난 싫다 싫어

생체와 기계가 반반씩 섞인 ‘하이브롯’개념도. 하이브롯은 생명체에 가깝기 때문에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가 제공하는 풍족한 연구비를 거절할 과학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컴퓨터통신 로봇 같은 첨단 분야에서 국방연구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포터 교수 같은 ‘육식성(국방)’ 연구비를 거절하는 ‘채식주의 과학자’는 시장논리에 따라 굶어죽기 안성맞춤인 상황이다.

혹자는 “어떤 연구비가 ‘육식성’인지 ‘채식성’인지 판단하기조차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국방부도 ‘채식성’으로 보이는 연구비를 상당히 많이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군사적 목적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우주탐사 로봇은 국방부 프로젝트에서 시작했고, 요즘 인기 있는 나노 분야조차 국방부가 두 번째로 많은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는 분야다.

돈 먹고 클 수밖에 없는 ‘과학기술’

미국에서는 생화학무기 개발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몇몇 시민단체는 대량 살상무기 연구에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라고까지 요구하고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자신이 개발하고 있는 것이 사람을 죽이는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 과학자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기술은 어떻게 응용되느냐가 관건이어서 기초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가 ‘육식성’인지 ‘채식성’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 연구분야가 광대하게 넓어진 과학 현실 속에서 과학자는 순수한 동기에서 기초적인 연구를 수행했지만 누군가 그 연구를 군사적으로 응용해버리는 경우가 많아 하나의 잣대만을 들이대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로봇을 전쟁터에 보내는 데 대해 미국의 일부 과학자들은 어쩌면 사치스러운 고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자신이 낳은 아들을 전쟁터로 보내는 터에, 자신이 만든 로봇을 전쟁터로 보내는 것을 주저한다는 논리는 먹혀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이 낳은 아들을 전쟁터에 보내지 않기 위해 자신이 개발한 로봇을 대신 보낼 수 있다면 국방부가 내미는 먹음직스러운 ‘육식성’ 연구비를 서로 다투어 받으려고 할지도 모른다.

몇몇 과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흐름은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 과학자의 말처럼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라지만 ‘과학기술’이라는 나무는 돈을 먹고 자랄 수밖에 없는” 현실은 여전히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간동아 409호 (p80~81)

허두영/ 과학 칼럼니스트 huhh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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