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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특집|와인천하

또 찾아온 유혹 ‘보졸레 누보’

11월 셋째주 목요일 0시 전 세계 동시 판매 … 가볍고 신선한 햇와인에 의미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또 찾아온 유혹 ‘보졸레 누보’

또 찾아온 유혹 ‘보졸레 누보’

지난해 보졸레 누보 행사 장면.

화려한 디자인으로 보졸레 누보의 축제적 성격을 보여준다. 올해도 보졸레 누보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면 다음 두 가지를 먼저 고려해봄 직하다.

첫째, 매년 11월 셋째주 목요일 0시에 전 세계적으로 동시 개봉되는 보졸레 누보는 한 해의 첫 와인이라는 것이다. 보졸레 누보는 그해 프랑스 보졸레 지역에서 수확한 가메 품종의 포도 알갱이에 탄산을 주입해 발효시킨 뒤 정제하여 판매하는 햇(누보)와인으로 겨울이 지나면 사라져버리고 4월 이후 판매는 프랑스 정부에서 금지하고 있다. 숙성과정이 없으므로 맛은 떫지 않으며 가볍고 신선해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데, 비빔밥, 불고기, 산적 같은 우리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보졸레 누보는 다른 레드와인보다 더 차갑게, 덜 점잖게 마시는 와인이다. 레스토랑이나 와인바에서 온 신경을 집중해 조금씩 향과 맛을 음미하기보다 시끌벅적한 길거리에서 맥주처럼 마실 수 있는 와인인 것이다.

특히 올해 보졸레 누보는 전 세계 와인팬들의 기대를 모은다. 올 여름 유럽을 강타한 기록적인 더위로 포도의 당도가 높아져 향과 맛이 좋을 것이라는 게 와인전문가들의 일치된 예측이다. 대신 포도 생산량이 줄어 가격은 10% 이상 올랐다. 이 같은 프랑스발 소식에 대형 호텔과 와인바들은 보졸레 누보 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대개 3만~5만원을 내면 보졸레 누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데, 목요일 0시까지 숙성된 와인을 마시고 카운트다운을 하면, ‘보졸레 누보가 도착했다’는 주최측의 인사말과 함께 흥분 속에서 서로 햇와인을 권한다. 우리나라에서 햅쌀이나 햇과일에 특별한 의미를 두는 것과 비슷하다.

둘째, 보졸레 누보는 엄격한 의미에서 와인이라기보다 마케팅 상품이라는 시각이 있다. 1985년 프랑스 정부가 처음 보졸레 누보의 판매 개시일을 지정하면서 홍보효과가 극대화됐기 때문에 날짜를 지키기 위해 포도주 운반에 점보기들이 동원되고, 운송비 부담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결과를 빚게 된 것이다. 한 와인 수입업체 직원은 “당일에야 공항에 겨우 도착하는 경우가 많아 그날은 업계 전체에 비상이 걸린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부터 보졸레 누보가 수입되기 시작해 이젠 편의점에서도 보졸레 누보를 판매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판매일 지정 운송비 부담 가장 커

또 찾아온 유혹 ‘보졸레 누보’

각종 보졸레 누보의 라벨들.

그러나 지난해엔 ‘보졸레 누보는 싸구려’라는 ‘억울한’-싸구려가 아니라 운송비가 비싼 와인이다-보도가 잇따르면서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많은 사람들이 2만~3만원에 이르는 보졸레 누보 대신 같은 가격대의 숙성 와인을 마시겠다며 예약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청담동과 홍대 앞의 와인바 중 일부도 보졸레 누보 대열에서 이탈했다. 매년 판매량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수입량을 늘린 와인업계는 신 보졸레 누보를 ‘땡처리’하느라 홍역을 치렀다. 와인바 ‘카사드비노’의 이종화 소믈리에는 “손님들이 원하지 않아 보졸레 누보 행사를 하지 않는다. 특별히 의미를 두지 않고 가볍게 마시면 되는 와인”이라고 말한다.

보졸레 누보는 다른 와인과 달리 가격대의 폭이 넓지 않고 일반인의 미각에는 그 차이도 미미하므로 침전물이 없이 보관상태가 좋은 것을 골라 즐겁게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렇다면 올해의 보졸레 누보를 마실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은 오로지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주간동아 409호 (p74~74)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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