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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男 매춘 열 올리고, 중국 열받고

日 관광객들, 中 여성들과 집단 섹스파티 ‘파문’ … “자존심에 큰 상처” 대일 감정 악화일로

  • 강현구/ 인하대 산업경제연구소 전문연구원 hanaj@hanmir.com

일본男 매춘 열 올리고, 중국 열받고

중·일관계는 한·일관계만큼이나 미묘하고 복잡하다. 형식적으로는 1971년 중국 탁구 대표팀의 일본 방문으로 시작된 ‘핑퐁외교’를 계기로 국교를 정상화한 지 32년이나 됐다. 중국 내 일본 민간단체가 27개에 이르고 일본 내 중국 민간단체가 59개에 달할 정도로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의 ‘반일 감정’과 일본의 ‘혐중 감정’이 한일 간의 그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다. 북핵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도 중국의 신지도부는 신사참배를 이유로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중국 공식방문을 거절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9월16일 중국인들의 대일 감정을 자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중국 광둥성의 주하이(珠海)에서 380여명의 일본 남성이 500여명의 중국 매춘 여성을 불러 광란의 섹스 파티를 벌인 것. 이 사건은 광둥성 현지신문인 남방일보가 열흘 뒤 뒤늦게 보도함으로써 알려졌다.

매춘여성 500여명 호텔로 불러

목격자들에 따르면 16일 새벽 주하이의 특급 호텔인 ‘주하이 국제회의센터 호텔’에 380여명의 일본 단체관광객이 몇 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도착했다. 버스에는 젊은 중국 여성 500여명도 함께 타고 있었다. 일본 관광객들은 호텔 로비에서부터 여자들을 끌어안았고 일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여자들의 옷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이날 밤 일본인들이 집단 투숙한 13층에서는 비명소리가 난무했으며 어떤 방에는 3, 4명의 여자가 한꺼번에 들어가기도 했다.

당시 호텔 로비에는 ‘경축, 일본 헤이세이(平成) 주식회사 창립 15주년’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플래카드와 함께 호텔 로비에 일장기를 게양할 것을 요구했으나 호텔측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칭녠빠오’지는 “16~37세의 일본 남성들이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 아가씨들과 놀기 위해 왔다’라고 말하며 여자들과 함께 호텔 방으로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매춘에 나선 아가씨들은 ‘진쓰어녠화’라는 가라오케의 마담이 근처의 유흥업소에서 1200위안(약 18만원)의 화대를 주고 불러모았다”고 전했다.

이 기사가 보도되자 중국 전역이 들끓기 시작했다. 특히 이 사건이 중국이 국치일로 생각하는 만주사변 발발일인 9월18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 일어났다는 점이 문제였다. 또 목격자들이 잇따라 신고했는데도 주하이시 공안국이 “음란행위를 했다면 증거를 대라”며 방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은 더욱 커졌다. 일부 언론과 성난 네티즌들은 ‘제2의 국치’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시 정부와 공안당국은 뒤늦게 호텔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는 한편 매춘행위 관련자들을 잡아들여 조사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초기의 미적지근한 대응자세에서 일변해 관련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 의지를 표명했다. 중국 외교부의 쿵취앤 대변인은 이 사건을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 내 외국인들은 중국의 법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일본 정부는 자국인들에 대한 준법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중국 외교부는 또 이날 일본대사관 직원들을 소환해 “불쾌하고 불법적인 이 사건이 중국 인민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일본의 국제적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강한 분노를 표명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일본측은 이와 관련해 처음에는 “중국 현지 보도에는 오류가 있다” “회사 차원의 매춘은 하지 않았다”는 등 발뺌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문제의 장면들을 촬영한 비디오테이프 등 증거가 속속 드러나자 9월30일 가와구치 요리코 외상이 직접 나서 “극히 유감스럽다”며 사건 진화에 나섰다. 가와구치 외상은 이날 기자들에게 “만일 이 사건이 사실이라면 법적 조사에 앞서는 근본적인 문제”라면서 “일본인들이 외국에까지 가 현지 여성들의 존엄성을 손상시켰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버린 독가스로 인한 피해로 중국인들의 대일 감정이 극도로 악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자 일본 정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후진타오 정권 출범 이래 꾸준히 진행해온 대중국 관계 개선 노력에 악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고심하고 있다.

중국 정부로서도 더 이상 인민들의 대일 감정이 악화되는 것은 꺼리는 눈치다. 중국의 외교정책이 실리에 기반을 두고 있는 데다 현실적으로 일본과의 협력관계는 중국의 경제성장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의 그 누구도 이런 관계에 금이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 불붙기 시작한 중국 인민들의 분노는 쉽게 수그러질 것 같지 않다. 중국 언론들은 사건 초기처럼 ‘9·18 국치일에 열린 일본인들의 매춘 파티’나 ‘집단 매춘’ 같은 자극적인 보도는 자제하고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퍼져가는 중국 네티즌들의 반일 감정을 누그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성난 네티즌들은 ‘에이즈를 일본으로 수출하라’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이자’ ‘인면수심의 일본인’ 등등의 표현을 써가며 “일본인들의 섹스관광을 방치하면 미국, 영국, 프랑스도 ‘중국 처녀 침략’에 나설 것”이라고 중국인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실 이런 일이 처음 벌어진 것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대규모의 외국인이 미묘한 시기에 공개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은 중국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남기기에 충분하다. 한편으로 이 사건은 중국경제가 이미 ‘기생관광’에 의지할 정도의 수준을 벗어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홍콩 ‘밍빠오’지의 표현대로 중국인들은 더 이상 ‘돈을 위해서라면 인격과 국가의 자존심, 이상, 신념을 깔아뭉개는’ 부끄러운 세태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인은 물론이고 우리 한국인들도 명심해야 할 문제인 듯싶다.





주간동아 405호 (p62~63)

강현구/ 인하대 산업경제연구소 전문연구원 hanaj@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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